인생은 B(Birth)와 D(Death)사이의 C(Choice)
잔인한 재판을 즐기는 왕이 있었다. 왕은 특별한 경기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죄인을 심판할 때 쓴다. 두 개의 문 중 하나를 죄인이 직접 선택하는데 하나는 굶주린 호랑이가 나오고, 하나는 아리따운 여인이 나와 그 여인과 결혼해서 살 수 있다.
왕에게는 공주가 있었는데 신분이 낮은 한 젊은이와 사랑에 빠진 걸 알고 그 젊은이를 심판한다. 공주는 젊은이를 살리기 위해 문의 비밀을 파헤치게 되고 어디에서 호랑이가 나오는지 알아내게 된다.
그때부터 공주는 엄청난 고민에 휩싸인다. 여인은 마을의 아리따운 처녀로 가끔 젊은이와 마주칠 때면 둘이 묘한 눈길을 주고받는 것이 느껴졌고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없지만 짧게나마 대화를 주고받는 것을 멀리서 지켜본 적이 있다. 짧은 순간이라도 많은 것을 주고받을 수 있는 법이다.
공주는 젊은이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그 여인과 결혼식을 올릴 것을 생각하면 질투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호랑이를 선택하자니 잔인하게 갈가리 찢겨 피투성이 죽음을 맞이할 젊은이를 생각하며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심판의 날, 젊은이는 경기장에 끌려 나왔고 평소 공주의 성격을 아는지라 분명 문의 비밀을 알아냈을 거라 확신하고 눈짓을 보냈다. 아니나 다를까. 공주는 아무도 모르게 재빨리 손가락으로 한쪽 문을 가리켰다.
공주가 가리킨 문에서 나온 것은 여인일까, 호랑이일까?
문을 열였을 때 호랑이가 있었다. 젊은이는 깜짝 놀라 멈칫했지만 호랑이는 덫에 걸려 있었다. 젊은이는 다른 문을 열었다. 여인도 없었다. 공주가 잘 설득해서 돌려보낸 것이다. 덫도 공주가 미리 던져놓았다. 공주는 자신의 신분을 포기하고 사랑하는 남자와 떠난다. 젊은이는 처음엔 조금 쓸쓸한 표정(?)을 지었지만(왜인지 물어보니 그 여인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을 것이라며 혹시나 하는 기대를 했을 것이라 했다) 곧 웃으며 함께 떠났다. 왕과 여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