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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가령 Jun 14. 2019

미운 오리 새끼-알고 보니 그냥 잘난 놈의 흑역사

다른 오리들과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못생겼다고 구박을 받는 미운 오리 새끼. 형제 오리들에게 매일 구박만 받자, 이를 안쓰럽게 여긴 엄마는 미운 오리 새끼를 보듬어 주지만 차라리 이곳을 떠나 다른 곳에 살기를 바라며 한탄한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라더니 맞는 말이다. 살살 깨물고 세게 깨무는 차이에 따라, 분명 덜 아프고 더 아픈 손가락은 존재한다. 내 친구만 해도 첫째보다는 막내를 더 좋아하는게 눈에 띄게 보이고 본인 스스로도 그것을 인정했다. 대부분의 아빠는 첫 정을 무시 못하고 엄마들은 막내일수록 더 정을 주는 듯하다.

부모는 대부분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결코 그것을 아이에게 겉으로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어쨌든 집을 나간 오리는 기러기들과 사냥개에게도 못생겼다는 구박을 받으며 이리저리 떠밀리다 호숫가에서 멋진 날개를 가진 하얀 백조들을 보게 되고 난생처음 보는 아름다운 백조의 모습을 동경의 눈길로 바라본다.

외모 때문에 구박받던 오리가 외모 때문에 처음 보는 무언가를 동경하다니. 아이러니하면서도 당연한 결과인가 싶기도 하다. 자신의 가장 큰 컴플렉스였던 부분인 외모에, 후광이 비치는 정반대의 생명체가 대리만족을 채워줬을 수도 있으니.


첫인상은 3초 안에 정해진다는 말도 있듯이 외모는 중요하다. 사회자본, 문화자본처럼 외모도 매력자본으로 하나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김태희, 원빈처럼 누가 봐도 빼어난 인물이 아니고서야 취향에 디테일의 차이는 있기 때문에 자신감이 중요하다. 자신감은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자존감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에 자신을 그대로 사랑할 수 없는 아기오리가 더 안타깝다.


친구들은 나에게 자존감이 높은 것 같다고들 하는데 그것도 나를 사랑해주고 아껴주려는 마음으로 노력하는 것뿐이다. 쌩얼로는 절대 집 앞 마트도 못 가는 여자가 나란 여자다. 화장이 개기름으로 다 지워져 한 건가 만 건가 싶을지언정 하지 않았을 때와는 내 마음의 안정감이 절대적으로 다르다. 눈썹, 속눈썹, 입술 반영구는 다 나오는데 왜 안면 반영구는 나오지 않는지 기술의 한계가 한탄스럽다.


어느덧 곧 백조는 날아가버리고 다행히 이번에는 마음씨 좋은 할머니 집에 살게 되는데 닭과 고양이의 텃새가 보통이 아니다.

'너 이렇게 꼬끼오ㅡ하고 멋진 노래를 부를 수 있니?', ' 나처럼 이렇게 털을 예쁘게 다듬고 나무를 사뿐히 올라탈 수는 있어?'

생명의 타고난 고유성과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론을 알려줘야 할 배워먹지 못한 무례한 동물들이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그 집도 탈출한다.


난 더 넓은 세상으로 떠날 거야


이 세상 어디에도 아기오리에게 따뜻한  안식처는 없고 가는 곳마다 세상이 만만치 않고 차가운 곳이란 것만 알게 됐는데도 다행히 아직 희망차다.


아기오리는 왜 더 넓은 세상으로 가길 원했을까?


일단 나를 괴롭히는 것들로부터 그저 도망치고 싶었을 뿐인지, 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면 누군가는 나의 친구가 되어줄 거라 믿었던 것인지, 아무렴 희망을 버리지 않는 아기오리가 기특하다.


이번에는 또 농부네 집에 가게 되는데 처음 보는 오리의 모습에 신기한 아이들이 자신을 만지려 하자 기겁을 하며 도망치다 밀가루 통을 들이받고 한바탕 난리를 친다. 사랑도 받아 본 사람이 익숙하게 사랑을 받아들이듯 늘 괴롭힘만 당해왔던 아기오리는 그런 손길이 익숙지 않다. 결국 다시 도망을 나온 아기오리는 절망에 빠졌다.


그러다 호숫가에서 예전의 그 백조 무리들이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자신을 덮치려는 건 줄 알고 아기오리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래! 다른 동물들에게 구박당하고 괴롭힘 당하느니 차라리 저 아름다운 백조에게 죽임을 당하겠어!!!'


...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죽어도 예쁘고 멋진 놈한테 죽겠다?


잠시 후 눈을 뜬 순간 호수에 비친 건 더 이상 못생긴 아기오리가 아니라 아름다운 백조였다.

'내가 백조였다니...  이렇게 아름다운 백조였다니!'


너무 갑자기 환골탈태한 아기오리에게 배신감이 든다. 원빈 아버지도 원빈에게 시내만 나가도 너 같은 얼굴 널렸다며  연예인 아무나 하냐 했다던데,


넌 결국 예쁜 유전자를 가졌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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