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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가령 Jun 05. 2019

어부와 황금물고기-누구의 잘못인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가난한 어부가 황금물고기를 잡게 되는데 그 물고기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기가 마법에 걸린 왕자라며 살려주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어부는 물고기가 불쌍해져 놓아주는데,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와서 말하라고 했다. 집에 돌아가서 아내에게 말했더니 그냥 오면 어쩌냐고, 새 빨래통이라도 달라하던지! 하며 쫓아냈다. 할 수 없이 물고기를 찾아가 말했더니 돌아가면 새 빨래통이 있을 거라 했고 정말 있었다.
아내는 "아니! 정말 소원을 들어주는데 겨우 바보같이 그깟 소원을 빌었단 말이에요? 내일 당장 가서 큰 집을 달라 하세요!" 소리쳤다. 마지못해 어부는 또다시 물고기에게 가 부인이 큰 집을 원한다고 말했고 물고기는 역시 소원을 들어주었다. "정말 들어주는군요. 이번엔 멋진 성을 달라고 해봐요!" 물고기는 점점 표정이 일그러졌고 하늘은 검게 변하며 파도가 몹시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말 성이 있었고 그 뒤엔 여왕이 되고 싶다고 다그쳤다. 물고기는 그것도 들어주었다.
 "난 이제 해와 달을 지배할 수 있는 신이 되고 싶어요."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어부는 못 이긴 척 물고기를 찾아가 또 소원을 빌었다. 집으로 돌아가 보니 예전의 허름한 집에서 부서진 헌 빨래통을 붙잡고 아내가 엉엉 울고 있었다.


여기서 질문!

어부와 아내가 다시 예전처럼 가난한 생활로 돌아가게 된 데에는 누구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가?


보기: 어부, 아내, 황금물고기


예상하듯이 대부분의 답은 아내이다. 너무 지나치게 욕심을 부렸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는 보기가 셋 있으니 꼭 하나만 생각하지 말고 모두 다 책임이 조금이라도 있다 생각하면 무엇이든 말해보라 했다.


한 아이가 어부가 아내를 설득해보지 않고 계속 찾아간 게 잘못이라 했다. 어떤 아이는 어부는  그냥 착해서 마누라 말을 잘 들었을 뿐이라고  편을 들었다.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을 거라 말하는 아이도 있었다. 어부도 은연중에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누군가 끼어들었다. 어떤 아이는 아내가 맨날 잔소리를 하고 소리 지르는 게 무서워서 그랬을 거라 했다.

소리지르고 잔소리하는 아내와 엄마의 모습을 아이들이 겹쳐보나 보다.


어부의 성격을 한번 짚어주었다.

"그래, 선생님은 어부가 착한 것도 맞는 것 같지만 너무 우유부단한 것 같기도 해. 그리고 아내가 욕심이 너무 지나치다고,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말도 못 하고 계속 물고기를 찾아가잖아?

너희는 힘세고 무서운 형아, 언니가 계속 말도 안 되는 걸 나한테 요구하는데 그 형아, 언니는 무서우니까 그냥 들어주자 하고 아무 말 못 하고 다 들어줄 거야? 싫은 건 싫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어야 해."


나는 물고기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물고기가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원하는 건 다 들어주겠다 해놓고 약속을 어긴 거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욕심이 지나치다 싶었으면 진작에

"이보슈, 어부 영감. 거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니오? 내가 호구로 보이오?"

하고 좋게 설득해서 보냈어야 했다. 다 들어주는 척해놓고 전재산 몰수라니.

원래 줬다 빼앗는 게 제일 치사한 거라 했다.

나라도 소원을 빌었는데 계속 들어준다면

'엇 이런 것 까지 들어줘? 어디 그럼 이건?'

하면서 다음엔 뭘 빌어볼까 뇌를 풀가동했을 것이다.

원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내가 욕심쟁이라 아내에게 감정 이입을 더 심하게 한다고 생각하는 건 기분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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