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팔 수는 없으니까...

그때 난 너무도 철없는 어린 아이였다...

by 멋짐멋짐

엄마를 팔 수는 없으니까...


장난감을 들고 서 있던 아이가 말했다.

“엄마, 이거 사줘.”

엄마는 잠시 멈췄다. 지갑을 열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오늘은 조금 어렵다는 걸...

사고 싶은 마음과 사줄 수 있는 현실 사이에는 늘 조용한 거리가 있다는 것을,

어른은 이미 여러 번 겪어 알고 있다.

그리고 아주 가볍게, 웃듯이 말했다.


“그럼 엄마 팔아서 사.”


아이에게는 농담처럼 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 짧은 말은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남는다. 웃으며 넘겨야 할 말인데도, 가끔은 그런 농담이 오히려 삶의 진짜 모습을 슬쩍 보여줄 때가 있다.

아이의 세계는 단순하고 솔직하다.

갖고 싶은 것이 생기면 지금 당장 필요하다. 내일이라는 시간은 아직 멀고, 기다림은 너무 길다. 장난감 하나가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반면 어른의 세계는 조금 복잡하다.

마음이 먼저 움직이지만, 현실은 늘 계산을 요구한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예산 제약이라고 말한다. 한정된 자원 속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 누구나 원하는 것은 많지만, 가질 수 있는 것은 늘 제한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선택한다.

그리고 그 선택의 뒤에는 보이지 않는 포기가 따라온다.


경제학에서는 그것을 기회비용이라고 부른다.

장난감 하나를 사는 순간, 우리는 다른 무언가를 포기한다. 미래의 작은 여유일 수도 있고, 오늘 저녁의 안심일 수도 있다. 어른은 늘 그런 계산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아이는 아직 모른다.

지금 손에 들어오는 행복이 가장 크다고 느낀다.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지금 이 순간의 한계효용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의 요구는 때로 과감하고, 또 순수하다. 그 눈에는 아직 세상이 가능성으로만 보이기 때문이다.

“엄마 팔아서 사.”

이 말은 경제학적으로 보면 가장 극단적인 발상이다.


현금을 만들기 위해 가장 큰 자산을 팔아버리는 것. 하지만 동시에 가장 불가능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가격이 매겨지는 것들이 있고, 애초에 가격을 붙일 수 없는 것들이 있으니까.

엄마라는 존재는 아이에게 너무 가까워서 아직 가치가 보이지 않는다. 아침이면 깨워주고, 밥을 차려주고,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주는 사람. 너무 당연해서, 그래서 더 소중한 줄 모르는 존재.

경제학에서는 정보를 충분히 갖지 못한 상태를 정보의 비대칭성이라 부른다. 아이는 아직 그 가치를 모른다. 그래서 장난감과 엄마를 같은 저울 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순진해서가 아니라, 아직 삶의 가격표를 제대로 읽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아이도 알게 될 것이다.

세상에는 단발적인 즐거움이 있고, 오래 남는 가치가 있다는 것을...

지금의 작은 만족을 위해 미래를 모두 써버리면 결국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을.

경제에서는 이를 지속 가능성이라고 말한다.

오늘을 위해 내일을 다 소비하지 않는 것.

지금의 욕망 때문에 오래 곁에 있어야 할 것들을 잃지 않는 것.

어쩌면 어른들이 매일 하는 선택이란 그런 것이다.

조금 아쉬워도, 조금 천천히 가도, 오래 함께할 것들을 지키는 일.

가끔은 생각한다.

엄마가 그 말을 할 때 정말 웃고 있었을까? 아니면 잠깐 스친 피로를 농담 속에 숨긴 걸까?

어른들은 종종 마음을 그대로 말하지 않는다. 대신 가벼운 농담 속에 현실을 접어 넣는다.

아이는 그날 장난감을 결국 갖지 못했다.

하지만 어쩌면 아주 작은 씨앗 하나는 마음속에 남았을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원하는 걸 모두 가질 수는 없다는 것, 그리고 어떤 것들은 절대로 거래되지 않는다는 사실 말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어느 날 문득 그 말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럼 엄마 팔아서 사.”

그때는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그 말이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사랑을 지키는 방식이었다는 것을...

사줄 수 없었던 미안함과, 그래도 웃게 해주고 싶었던 마음이 함께 들어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선택 앞에 선다.

무엇을 사고,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남겨둘 것인지 끊임없이 계산한다. 하지만 인생에는 계산이 멈추는 순간도 있다.

가격표가 붙지 않는 것들.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관계...

잃고 나서야 비로소 그 가치를 알게 되는 사람들.

그래서 결국 우리는 알고 있다.

돈이 없어서 못 사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엄마를 팔 수는 없으니까...


우리는 오늘도 조금 아쉬운 마음으로 지나가고,

조금 느린 선택을 하고,

그래도 오래 곁에 남을 것들을 지키는 쪽을 선택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아마, 그것이 삶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가장 따뜻한 경제학일 것이다.



생각해 보면 40년전 그때 난 너무도 철없는 어린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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