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단이 운동보다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이 더 많다. 나도 그중 하나다. 마음껏 먹더라도 운동만 즐겁게 하면 별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고대 도시 폼페이가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면서 만들어낸 화산재에 삼켜진 것처럼 내 멋진 몸도 살덩이에 묻혀 사라졌다. 그래서 식단을 하면 지방을 걷어내고 근육을 도드라지기 위해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하게 마련이다. 단백질 섭취는 어렵지 않지만 튀기거나 짠 걸 먹지 않는 게 힘들고, 뻑뻑한 닭가슴살도 잘 먹을 수 있지만, 몸에 나쁜 음식을 곁들이지 않기가 더 어렵다. 어렵더라도 도시를 발굴하는 고고학자의 심정을 식단을 감내하며 살고 있다. 폼페이처럼 원형을 고스란히 복원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목에 잘 넘어가지 않는 고기도 꾸역꾸역 잘 삼킨다.
운동을 처음 시작했던 헬린이 시절에는 식단에 관한 스트레스가 적었다. 이왕 운동했으니 좀 더 건강하게 먹는 정도로 단순하게 생각했다. 좋아질 것밖에 없는 몸이었기 때문이다. 흰밥을 먹으면서도 식사에 생선과 고구마, 푸른 야채를 골고루 섞어 먹으며 열량 따지지 않고 배부르게 먹었다. 한때는 요즘 유행하는 '저탄고지' 다이어트처럼 밥 없이 고기만 주야장천 먹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나이도 차고 근 성장에 정체기도 오면서 몸에 군살이 붙었다. 체중을 어렵사리 감량해도 식사를 억제하기 어려워서 유지만도 쉽지 않은 신세다.
식단의 관건은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오랜 기간 동안 질리지 않고 먹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에는 닭가슴살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평소 밥 먹을 때 쌀밥에서 반 공기는 덜고, 닭가슴살 한 조각을 추가해서 먹는 식으로 타협을 보고 있다. 바쁜 직장인에게 완벽한 식단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니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고, 일 하느라 스트레스받는데 아이돌이나 먹을 법한 부실한 밥을 먹을 순 없기 때문이다. 정 식사가 부족하면 프로틴 가루도 물에 타 마시고, 고구마와 견과물을 챙겨 먹으면서 버텨낸다. 운동의 효과는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지치지 않도록 식단은 적당히 한다.
식단을 할 때 타협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떤 걸 먹어야 하는지를 미리 알아둬야 한다. 제품을 고를 때는 영양적으로 완벽한 식품보다는 현실적으로 먹기 괜찮은 것을 위주로 준비해야 한다. 다행히 요즘 다이어트 제품은 정말 잘 나온다. 간편하고 비싸지 않다. 그래서 오늘은 '탄단지'별로 헬스인이 먹기 좋은 음식과 메뉴를 선정했다. 뭘 먹어야 건강하게 운동할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단백질은 영양학적으로 계란이다. 싸고 저렴해서 나도 애용한다. 노른자에 콜레스테롤이 높아서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아침에 시간이 나면 여섯 개 정도는 프라이해서 먹는다. 달걀은 근육 회복에도 좋아서 운동인에게 제격이다. 필수 아미노산이 든 데다 신진대사를 풍부하게 유지해 주는 고마운 자취인의 선물이다. 노른자는 콜레스테롤이 많아서 흰자만 따로 모아놓은 제품을 먹기도 한다. 계란을 그냥 먹으면 맛이 없으니, 소금을 살짝 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무설탕 케첩도 출시한 데다가 열량 없는 식용유까지 나와서 계란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계란은 프라이도 괜찮지만, 파를 잔뜩 썰어놓은 계란찜으로도 먹고 각종 국물 요리에 거침없이 투하한다. 편의점에서도 요즘에는 삶은 달걀을 파니 언제든 먹을 수 있다.
달걀 다음으로 주된 단백질원은 닭가슴살이다. 난 여러모로 닭에게 많은 걸 의지하며 살고 있다. 달걀흰자 5개가 닭가슴살 100g 단백질 분량이니 입에서 병아리 냄새가 날 것 같으면 닭가슴살을 먹는다. 난 보통 냉동 닭가슴살을 구비해 두는데,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바로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닭가슴살은 열량이 적은 스리라차 소스와 잘 어울린다. 닭가슴살의 가장 큰 문제는 뻑뻑함이다. 그래도 마늘과 아스파라거스, 방울토마토와 궁합이 좋아서 곁들이면 목 넘김이 괜찮아진다. 그래도 목이 멘다 싶으면 탄산수나 제로 탄산음료와 함께 즐기기도 한다.
생선 단백질로는 틸라피아가 좋다. 닭보다는 아무래도 콜레스테롤이 낮기 때문에 종종 먹는다. 맛이 좀 떨어지는데, 좋게 말하면 아무 맛이 없고 코를 좀 킁킁거리면 비린내가 돈다. 그래도 식감이 닭가슴살보다 부드럽고 레몬과 파슬리를 뿌리고 구우면 비린내도 잡을 수 있다. 소고기는 비싸서 거의 못 먹지만 지갑 사정이 괜찮으면 채끝살이나 안심, 우둔살처럼 기름이 적은 부위를 즐긴다. 돼지고기는 뒷다릿살이 단백질이 풍부하면서도 싸고 맛도 좋다. 그렇지만 붉은 육류는 건강을 생각해서 대체로 줄이는 추세다. 가뜩이나 제육볶음과 삼겹살은 외식하면서 많이 먹는데, 식단 하면서까지 먹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탄수화물은 우리 몸의 필수영양소지만 대체로 줄이는 게 좋다. 왜냐하면 우린 평소에 너무 많은 탄수화물을 먹고살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리바게뜨는 유럽 여행 가는 빈도로만 방문하고, 햇반을 먹어도 반만 먹고 남긴다. 쌀밥보다는 당연히 현미밥이 좋은데 너무 뻑뻑하다 싶으면 찰현미를 섞어서 먹기도 한다. 허기가 지면 오트밀도 챙겨 먹는다. 탄수화물 식품 중에서 보기 드문 슈퍼푸드이자 완전식품이다. 쌀보다 단백질이 두 배가량 많이 들어있고, 가격도 싼 편이다. 물론 식감이 종이를 물에 불린 맛이라서 씹기도 싫어지지만 흰밥 반에 오트밀 반을 넣고 데워먹으면 먹을만하다.
과일은 대체로 피하는 편이다. 과일은 달고, 달면 당류라서 살이 찔 수밖에 없다. 과일은 살이 찌지 않는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다. 제로 사이다보다 과일이 더 살이 찐다. 과일로 볼 수 없는 방울토마토는 양호하지만, 달콤한 포도, 딸기, 오렌지는 다 다이어트의 적이니 멀리하는 게 이롭다. 나는 정 먹고 싶다면 블루베리나 바나나로 타협을 본다. 그밖에 버섯과 두부는 식물성 단백을 섭취할 수 있는 좋은 재료다. 우유에 담긴 유청단백질도 체내 흡수에 좋은 양질의 단백질이다.
아몬드에 든 지방은 몸에 좋다. 구운 아몬드는 그냥 먹어도 맛있고, 저지방 요거트와 블루베리에 아몬드를 넣어 먹으면 좋다. 세상에는 나쁜 지방만 있는 건 아니다. 아몬드 음료인 아몬드 브리즈를 먹는다. 단백질 가루랑 타서 먹으면 식감도 좋고 맛도 더 괜찮아진다. 땅콩버터는 좋은 콜레스테롤이고 남성 호르몬 증가도 돕는다. 게다가 포만감도 챙겨주니 일석이조다.
식단을 하다가 입이 심심할 때는 디저트로는 견과류를 주로 먹는다. 고구마도 간식으로 좋다. 다만 공복에는 위에 안 좋기 때문에 점심 저녁에 밥 대신 고구마를 먹는다. 뭔가 좀 더 단 걸 먹고 싶을 땐 편의점에서 파는 단백질 간식도 옵션이다. 난 끼니를 거를 때는 ’프로틴바’나 ‘프로틴쿠키’로 주린 배를 달래준다. 잘 살펴보면 칼로리는 낮은데 20그램이 넘는 단백질 제품이 널려있다. 보통 프로틴바는 지방이 관건인데, 포화지방이 높은 제품은 피하는게 요령이다. 대신 견과류 등 불포화지방이 많은 제품이면 건강한 지방이니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제로 사이다는 탄산이 당길 때 대용해도 괜찮은 다이어트 음료다. 역시 많이 먹으면 안 좋겠지만 하루 한 캔은 괜찮다고 여기는 추세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실존 인물을 모델로 쓴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는 이런 말을 한다. “당신이 먹은 음식으로 뭘 하는지 가르쳐 주면 난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줄 수 있다오.” 나는 식단의 고역스러움에 시달릴 때마다 조르바의 호전적인 말을 떠올리곤 한다. 난 어렵사리 식단을 관리하면서 뭘 얻고자 할까. “혹자는 먹은 음식으로 비계와 똥을 만들고, 혹자는 일과 좋은 유머에 쓰고, 내가 듣기로는 혹자는 하느님께 돌린다고 합니다. (중략) 나는 내가 먹는 걸 일과 좋은 유머에 쓴답니다. 과히 나쁠 것도 없겠지요” 헬스에서 보통 운동이 잘될 때 근육이 잘 먹는다는 표현을 쓴다. 가슴 운동을 할 때 가슴으로 잘 컨트롤해서 효율적으로 운동하면 지금 가슴으로 잘 먹고 있다고 말해주는 식이다. 나도 내가 공들여서 잘 먹인 근육을 일과 좋은 유머에 쓰고 싶다. 단백질에서 근육이 자라고, 주린 배에 복근이 드러나는 것처럼 몸을 잘 가꿔서 조르바처럼 매력적인 캐릭터로 거듭나는 데 쓰고자 한다. 그래서 난 오늘도 근육통과 뻑뻑한 닭가슴살을 기꺼이 감내한다. 교과서 위주로 공부해서 수능 만점을 받은 모범생처럼 식단의 정석을 충실하게 따르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