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김영민 작가의 글을 좋아한다. 조금 시니컬하고 엉뚱하고 매사 크게 무게를 두지 않는 그 화법이 삶에서 놓여나게끔 한다. 글이 가진 힘이란 다양한데, 김영민 작가는 글에 최대한 무게를 덜어 종국에는 깃털만큼도 느껴지지 않게 하는 재주가 있다. 무의미의 축제라는 모임명답게 삶을 쪼금 달리볼 수 있는 책을 준비했다. 다들 즐겁게 읽는 눈치였고, 대화도 그에 못지않게 시원하고 심심했다. 삶이 딱 그 정도로만 가벼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시간이었다.
1부 일상에서
1. 서론
제목이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이고 그것에 관해 쓴 꼭지도 있습니다. 아침에 죽음을 생각하면 뭐가 좋을까요.
- 김영민 교수처럼 반문을 하자면, 죽음을 의식하지 않고 사는 삶은 좋지 않을까요. 좋은 점은 없을까요. 아침 댓바람부터 죽음을 생각할 때 힘이 빠질 염려는 없을까요.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죽음이라니 너무 하지 않나요?
2.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19p. 고도성장을 통한 중산층 진입, 절대악 타도를 통한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과거 수십 년간 이 사회에 에너지를 공급했던 두 약속에 대해 사람들은 이제 낯설어하게 되었다. 이것이었던가, 우리가 열망했던 것은?
- 저는 삶이 이제 쉽게 선과 악을 구분하기 어려운 애매한 지점에 있다고 느낍니다. 삶을 어떤 목표 아래 살아야 하는지도 희미하게 보이기도 해요. 절대악도 없고 성장에 대한 목표 지점도 아리송한 거죠. 여러분에게 있어 세상의 선과 악 그리고 희미하게나마 잡고 가는 목표라는 것이 있을까요.
3. 추석이란 무엇인가
58p. 밥을 먹다가 주변 사람을 긴장시키고 싶은가. 그렇다면 음식을 한가득 입에 물고서 소리 내어 말해보라. "나는 누구인가."
- 김영민 작가는 이 칼럼으로 히트 작가로 우뚝 섰습니다. 어떤 점이 독자에게 어필했을까요.
- 정체성을 따지는 질문이 제겐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우리도 한 번 대답해 보시죠. 나는 누구인가.
2부 희미한 희망 속에서
4. 수능 이후
76p. 반드시 지식을 통해 머리에 전구가 들어오는 경험을 해야 한다. (중략) 세상에는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는 다른 종류의 공부가 있음을 영원히 모른 채로 죽지 않기 위해서.
-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는 다른 종류의 공부! 를 찾으셨나요. 머리에 전구가 들어오는 경험에 빗댈 수 있는 공부 혹은 취향이랄 게 있을까요.
- 저자는 학문으로서의 공부를 얘기하는 학자입니다. 그렇다면 사무실과 거리에서 뭔가를 배워가는 우리들에게 학자연하는 학문이 필요할까요? 거리의 지식으로 살아가는 조르바처럼 살면 되는 거 아닐까요?
3부 고독과 이웃하며
5. 6월의 냄새
147p. 우리의 차이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궁극적으로 지니고 살아야 하는 고독과 이웃하고 있으며, 각자 자신의 고독을 확립해야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적어도 나는 오랫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중략) 우리는 조금씩, 고독이 한때 우리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황야가 아님을 깨달았던 것 같다.
- 저자가 인용하는 스가 아쓰코의 에세이는 인간이라면 궁극적으로 지닐 수밖에 없는 고독이 생각보다 황폐하지 않다는 점을 얘기합니다. 여러분에게도 바깥 공동체가 있고 문을 열고 들어와서 겪는 내부의 고독이 있을 겁니다. 현재 여러분은 고독과 내가 속한 공동체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고 살아가시나요.
6. 사라지는 사람들
193p. 경제발전의 산정에서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보며, 민주주의의 산정에서 흑사병에 걸린 검은 뱀처럼 퇴행하는 엘리트들을 보며, 사람들은 '참고 일하여 보람을 찾는 이들의 클럽'에서 탈퇴하기 시작했다. 이 사회가 탈출할 길 없는 덫으로 느껴지자 사람들은 '태어났지만 번식을 거부한 이들의 클럽'에 가입하기 시작했다.
- 저자는 이 사회를 무의미한 노역장으로 만들었기에 노동과 출산의 가치가 하락했다고 진단합니다. 저자의 말처럼 이런 진단은 유효한가요. 보람 없는 노동, 보람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노동의 이유는 뭘까요.
4부 이 세상 것이면서 이 세상 것이 아닌 것들에 대하여
7. 설원에 핀 장미 아닌 꽃 : 홍상수의 초기 영화
265p. 의미를 추구하는 이러한 해석 행위는 우리가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인간이 존재하는 기본적인 양식이어서, 이러한 해석의 오라를 떠난 인간의 삶은 좀처럼 가능하지 않다.
267p. 당신은 당신이 하는 일을 믿으세요? 자신의 일과 삶이 저당 잡혀 있는 그 의미들을 믿으시나요?
- 우린 왜 삶 전반에 해석을 하지 않고서는 못 견딜까요? 해석 이전의 세계는 과연 무엇일까요?
- 하는 일을 믿고 그 의미를 믿고 살아야 할까요. 그 의미는 뭐가 있으며, 공허를 갖고 무의미하게 사는 건 어려울까요.
5부 맛없는 디저트를 먹기에 인생이 너무 짧잖아요
8. 312p. 제 생각에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좁은 의미의 유머라는 게 한국의 글쓰기에서 많이 발전되지 못하지 않았나 싶어요. (중략) 하나는 교훈을 주기 위한 글쓰기, 재미없을 때가 많죠. 두 번째는 심란한 정서를 파고드는 글쓰기, 답답할 때가 있죠.
- 김영민 교수는 글에 한정에서 말했지만, 그가 사회 전반을 시니컬하게 보는 이유로 들리기도 했습니다. 유머러스하고 시니컬한 작가의 에세이를 한 권 읽으셨는데, 대화를 쭉 나누고 나니 어떤 느낌을 가지셨고 더불어 오늘 모임 대화는 어땠는지 얘기해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