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볼 시간이 없어

by 박민진

요즘 커뮤니티 나를위함은 경제 분야가 인기다. 경제보다는 투자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불황이라서 그런지 투자가 일종의 기본 소양으로 여겨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난 열심히 직원들과 경제 클럽들을 만들아서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다. 나 스스로 놀라는 점이 있다면 내가 투자에 놀라울 정도로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과거부터 그렇게 살아왔으니 그냥 살던 대로 사나 보다 했다. 근데 유심히 생각해보니 살면서 단 한 번도 어딘가에 돈을 투자해 본 적이 없다. 통장에 돈을 넣고 빼고는 하지만 그 흔한 신용카드도 없이 살고 있다. 요즘은 카카오페이 큐알을 암행어사의 마패처럼 휘두르고 다닌다.


새해가 오니 나 스스로 점검하게 된다. 나는 돈이 싫은가. 그럴 리가 돈 정말 좋아하지. 나는 투자를 불신하는가. 아니야 이 저금리 시대에 투자 안 하고 돈을 어떻게 모아. 완전 흙수저 우리 형도 월급이 아닌 투자로 강남에서 떵떵거리는데 뭐. 그렇다면 나는 모임을 통해 투자를 배울 수 없다고 믿는가. 아니야. 난 모임을 운영하고 지켜봐 오면서 커뮤니티를 통해 삶을 바꿔가는 분들을 많이 봐왔어. 커뮤니티에서 배운 걸로 사업도 하고 투자를 배워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모임을 여는 분도 있는걸. 심지어 난 모든 지식의 정론은 책에 있다고 믿는 사람이잖아. 이렇게 다 적고 보니 내가 투자책을 읽는 모임에 나가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였다.


군인 시절에는 돈 걱정이 더 없었다. 월급은 들어오고, 은퇴하면 연금이 나오겠지. 적당히 쓰고 살면 되겠지 싶었다. 투자 관련 뭔가를 한다는 분들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걸로 돈을 확 번다고 쳐. 그래도 그걸 보는 시간이 들잖아. 난 장을 들여다보기가 싫었다. 누굴 잘 믿지도 못했다. 벤치프레스로 대흉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지만 돈에 있어서만큼은 새가슴 신세였다. 난 하루가 부족했다. 세상에 재밌는 게 이렇게 많다니. 매주 신간 소설이 나오고, 수요일이면 새 영화가 개봉하는데 말이야. 독서모임에 가면 대화하고 친해지고 싶은 친구들이 가득했다. 그들과 함께 읽고 놀기 바빴다. 누가 어디 투자해서 얼마를 벌었다는 얘기에 콧방귀를 뀌며 살았다. 그들에게 어떠한 교양이, 어떠한 글솜씨가, 어떠한 육체적 탄탄함이 있을 리 없으니까. 장기하 말마따나 내가 다 갖춰서 부럽지 않은 게 아니라, 별 관심이 없으니 부럽지가 않았다.


부럽지 않음. 맞다. 투자는 내가 원하는 방식의 윤택함이 아니었다. 가령 압구정 오렌지족은 부럽지 않다. 내 눈에 멋지지 않다. 내게 멋져 보이는 것은 그 옆 로데오 거리에서 서점을 내고 자기 책을 내는 박 시인의 삶이다. 그 동네 스파크 헬스에서 3대 600을 치는 보디빌더 김 선생의 삶을 더 선망했다. 돈이 많으면 좋겠지만, 자꾸 돈이 많아본들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혹 하는 것도 분명히 있었다. 지금은 연락이 끊긴 상원이의 말처럼 빨리 벌어서 은퇴하고 골프나 치는 삶에 대한 바람이다. 파이어족과 40대 초 은퇴를 외치는 상원이는 은퇴하면 골프나 친다고 하더라. 난 가끔 녀석이 운영하는 몸치 골프에 들어가서 그 꿈을 응원한다.


빠른 은퇴, 더는 노동을 하지 않는 삶. 유유자적 재밌는 거나 해야지. 이것도 좀 생각해 봤는데 사람이 일 없이 논다고? 그게 나은 삶이라고.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알지 않나. 사람이 가장 오래 지루하지 않게 할 수 있는 게 일이다. 나는 커뮤니티를 정말 열심히 운영하고 있다. 이 일을 하면서 돈 걱정을 한 적은 없다. 배 부른 얘기지만 먹고사는 걱정을 하기에 난 힘이 넘친다. 오히려 내가 두려운 건 관능이 사라진 삶이다. 설렘 없이 힘 빠진 일상이 가진 권태다. 허무해지는 삶의 무게다. 그게 재미든 보람이든 뭐든 간에 허무하고 권태로워지는 게 호환마마보다 무섭다.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은 이 질문에 그 어떤 해결책도 될 수 없다.


내게 갈급한 것은 의미다. 지속적으로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 도킨스의 말처럼 인간이라는 존재가 의미가 없는 번식의 도구라 할지라도, 하루하루가 애틋하게 돌아가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아침부터 이런 글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도 안 닦고 나와서 빈 속에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글을 쓰는 게 멋진 것 같지는 않지만. 나는 교양에 투자하느라 실물 경제에 투자할 시간이 없다. 그건 내 삶을 멋지게 하는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쩌면 나를위함 커뮤니티가 폭싹 주저앉으면 나도 빚내서라도 요즘 잘 나간다는 코인을 살지도 모르지. 근데 정말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다. 망할 것 같지 않은 게 아니라, 끄트머리에 몰려도 난 최대한 덜 쓰면서 놀 궁리만 할 것이다.


산스장에 가서 운동하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구형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모임에서 파트너를 하고 있겠지. 오히려 지금 사업이 잘 되어가면서 내 고민은 더 커지고 있다. 많은 분들이 애정을 주는 모임을 유지시키는 것. 연초에는 나와 모임을 하던 지인이 장문을 톡을 보내왔다. 대구에 이런 곳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글의 끄트머리에는 나를위함을 절대 끝내지 말아줬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난 감동했다. 근데 유심히 읽어보니 이런 내용이 보였다. 대구에 이런 곳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그만둘 거면 후임자 잘 찾으라고 당부했다. 엥? 후임자 물색까지 신경 쓴다고? 아무래도 나를위함이 망할 거라고 짐작하시는 것 같았다. 그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그게 요즘 날 일하게 만든다.


21살에 처음 소위로 임관해서 받은 거지 같은 방에서 난 참 행복했다. 불화 가득한 집에서 탈출해서 비로소 조용한 저녁과 주말을 얻은 참이었다. 충남 계룡시, 대전 옆에 붙은 공군 본부는 출세의 지름길이지만 총각 간부에게 주는 방은 뉴스에 나올 정도로 열악했다. MBC 뉴스데스크에서 잠입 취재해서 간부들의 처우에 대해 탐사보도까지 한 기억이 있는 곳이다. 그래도 난 좋았다. 군대 일이 처음이라 고됐지만, 낸 예스맨을 자처하며 잘 버텨냈다. 그리고 17시에 퇴근하면 헬스하고 들어와서 더러운 방에서 닭가슴살과 햇반을 먹었다. 저녁에는 영화를 보러 갔고, 4년간 연애를 했던 유진이는 주말마다 나와 맛집을 탐방했다. 완벽한 삶이었다. 초봉 200도 되지 않은 삶이 내게 준 선물이었다.


요즘 나는 아무 때나 일어나서 카페로 가서 책을 읽다가 모임 만들고, 운동 다녀와서 반신욕 하면서 영화를 본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 삶을 굴리는 요소는 비슷하다. 요즘 뜨신 물속에서 과거를 떠올린다. 소중한 시간들의 향연이다. 후회될 짓도 많이 했다. 과거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결혼할 것처럼 굴었다. 내가 이 정도의 삶에 만족하는 놈이라고 제대로 얘기해주지 못했다. 결혼해서 또 다른 의미를 추구할 만큼 원대한 사람이라고 뻥도 쳤다. 돈에 관심이 없는 것만큼, 남들 다 하는 결혼을 해서 4인 가족을 꾸려서 장기 재무계획을 세우는 삶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말했어야 했다. 다 솔직하게 말하면 사랑했던 그들이 날 떠날까 봐 거짓말을 했다. 솔직해지면 더 외로웠을 수 있겠지만 덜 한심한 놈이 되었을 것이다.


나의 애인을 깊은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다. 나와 결혼 생각도 하지 않는 그 친구를 보면서 기분이 이상해지기도 한다. 별다른 목적 없이 사는 나를 보면서 안심을 하는 눈치이기도 하고, 불안해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난 이제는 꽤 솔직해졌다. 앞날은 어떨지 알 수 없고, 나도 삶의 끝에서 홀로일 것이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게 내 삶이라고 털어놓는다. 솔직해도 괜찮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돈과 미래보다 요즘 우리의 주안점은 이야기다.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 날씨 좋은 날 괜찮은 카페에서 책을 읽고, 저녁에는 마라탕을 시켜 먹고 넷플릭스 신작을 보는데 주저함이 없다. 이야기를 접하고 써내고 나누는데 열심이다. 아무런 의심이 없이 그러고 있다. 돈은 내 안중에 들어오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