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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명진 Aug 31. 2018

#12. 네이밍의 시대, 정체성 모호한 보험상품명

[한국보험신문 칼럼] 다다익선과 함께 하는 인슈포트라이트

# 해당글은 한국보험신문에도 게재되고 있는 오명진 작가의 '인슈포트라이트' 칼럼입니다.

                                                                                                                                        

                                                                                                        

하나의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할 때 상품명을 짓는 것(네이밍)은 매우 중요하다. 기업이 공들여 만든 상품과 서비스가 가진 차별화된 특징을 소비자에게 친숙하면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이름을 짓는 것이 브랜드 네이밍이다. 네이밍은 소비자가 제품을 이해하고 판단을 내릴 때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첫번째 기준이다.

최근 보험 관련 스타트업의 경우 서비스의 특징을 네이밍에 적절히 반영하여 론칭하는 사례들을 볼 수 있다. 통합보험관리앱 ‘보맵’, 나만의 보험플랜을 추천받는 ‘마이리얼플랜’, 레몬마켓의 정보비대칭을 해소하고 싶은 ‘레몬클립’, 모이면 모일수록 혜택이 많아지는 ‘다다익선’까지 각각의 서비스가 제공하고자 하는 핵심가치에 따라 네이밍을 정했다.

보험상품의 네이밍도 중요하다. 어떤 보종(보험종목)의 상품인지, 누구를 타깃으로 하는지와 상품이 갖고 있는 핵심보장의 특징에 따라 네이밍이 결정되고 판매의 방향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보험상품 네이밍은 금융상품의 특성상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소비자 오해의 소지를 막기 위해 일정한 규칙이 정해져 있다. 배당여부에 따라 무배당·유배당은 반드시 표시해야 하며, 해당 보종의 영역(실손의료비, 상해, 간병, 운전자, 자녀, 연금, 저축, 화재, 종신·정기, 변액, 치아 등)을 표시해 상품의 대표적인 보장구성을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여기에 각 상품의 차별화된 특징을 상징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네이밍이 더해져 최종 상품명이 결정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대해상에서 최초로 판매하기 시작했던 ‘계속받는 암보험’은 기존 1회한이던 암진단비 담보를 재진단시에도 지급받을 수 있는 차별화된 특징을 쉽고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상품명을 정했다. 또한, 삼성화재 ‘유병장수보험’은 무병장수의 한자성어를 활용해 병이 있는 유병자의 경우에도 보험에 가입해 보장받아 장수할 수 있다는 브랜딩을 시도한 상품명이라 할 수 있다.

보험의 상품명은 보통의 경우, ‘배당여부/회사명/보종/상품특징/출시년월’의 형태로 정해진다. 그런데 변액, 연금, 저축, 실손의료비, 치아 등 비교적 명확한 담보특성을 갖고 있는 상품을 제외한 건강, 통합, 종합 등의 상품은 그 정체성이 모호한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이지만 상해와 운전자비용 특약은 물론 화재특약까지 포함된 경우가 허다하며, 사업방법서 상 보험의 종류는 상해보험으로 명기되어 있지만 각종 질병특약이 포함된 경우도 많다.

상품명과 달리 실제 담보구성과 판매의 방향이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해당 상품의 주계약(보통약관)에 따라 보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보통약관이 ‘상해후유장해’인 경우 사업방법서 상 보험의 종류를 ‘장기상해’로 명기해야 하는 반면에 주요 판매특약이 질병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상품명은 ‘건강보험’이라고 표기하여 판매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또한, 영업현장에서의 설계 다양성 니즈를 충족시켜주고 상품판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특약을 상품명과 달리 다양하게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이른바 ‘쌍끌이’ 전략이다. 고객에게 건강보험을 판매하며 각종 질병의 진단비, 수술비, 입원비 등의 담보를 설계했지만 고객이 추가로 운전자 담보를 원하는 경우 개별 증권으로 가입하는 부담을 줄여 하나의 상품안에 모두 담고자 하는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함이다. 운전자담보는 운전자보험에서 판매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있지만, 2개의 개별증권 가입을 하나의 증권으로 필수특약만 추가하는 것이 고객에겐 더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면 가입자는 본인이 가입한 상품의 명칭과 담보구성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을까? 건강보험에 가입했지만 실손의료비 특약이 가입되지 않아 병원비를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는 가입자, 운전자보험을 가입했지만 운전자 핵심보장 이외에 너무 많은 특약 설계로 고액의 보험료를 납입하고 있는 가입자 등 판매자의 설계 역량에 따라 같은 상품이지만 가입자가 느끼는 효용은 매우 달라질 수 있다. 보다 차별화된 네이밍을 통해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상품명도 중요하지만 설계에 따라 보장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는 보험상품의 특성을 감안하면 본인이 가입한 상품명칭만으로 보장내용을 섣불리 판단할 것은 아니다. 상품명과 별개로 보험가입증서와 약관을 한번쯤은 들여다보고 내가 가입한 보장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 확인해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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