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험신문 칼럼] 다다익선과 함께 하는 인슈포트라이트
# 해당글은 한국보험신문에도 게재되고 있는 오명진 작가의 '인슈포트라이트' 칼럼입니다.
“Your fat margin is my opportunity.”
어떤 산업이든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여 파괴적 혁신을 이뤄내는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의 말이다. 아마존과 같은 기술기업이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분열시키는(disrupt) 방법으로 모델을 간소화하고 합리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관념을 축약한 한마디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보험의 공급체인(Supply chain)은 아마존의 먹잇감이 되기에 충분할만큼 과도한 유통마진의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보험 유통은 설계사 등의 브로커로부터 시작된다. 보험회사는 브로커와 판매법인 등을 통해 위험을 인수하고 보험금을 지급할지 여부를 결정하며, 일정 부분의 위험은 재보험사로 그 위험을 다시 전가한다. 결국, 위험과 보험료가 한 중개자에서 다른 중개자로 옮겨가는 형태로서 지난 수백 년 동안 변화한 적이 없는 모델이다. 보험의 과도한 유통마진과 비효율성은 인슈어테크의 급부상과 함께 모델에 대한 파괴적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다. 보험산업이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안에서 보험의 공급체인에 대한 재정의가 이미 시작된 것이다. <그림 참조>
보험 유통을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서 공급체인은 아마존과 같은 디지털 브랜드와 공존하며 생태계 내에서 보험사와는 연결되지 않는다. 고객은 위험 등급의 구성원이 아닌 개인으로 평가되며, 갹출된 보험료 중 대부분은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따로 보관될 것이다. 또한, 유통과정에서의 중개자들(설계사, 판매법인, 보험사 등)의 판매, 유지 수수료 대신에 플랫폼 수수료가 부과될 것이다. 보험금 지급 시간은 고객이 보험경험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며, 보험 가격보다는 편리함이 구매기준으로 대체되기 때문에 보험이 유통되는 방식이 바뀔 것이다.
물론, 누군가는 위험자본(Risk capital)을 관리해야 한다. 이것은 재보험사의 영역이 될 것이며, 이 비즈니스 모델에서 보험사는 더 이상 불필요한 존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재보험사는 위험자본의 큰 덩어리를 관리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으며, 그들은 보험업계를 오랫동안 지탱해 왔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서 셰르파(Sherpa)와 같은 회사는 고객의 보험경험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셰르파는 고객의 모든 보험 요구를 충족시키는 대가로 고객에게 판매수수료를 제거한 연간 기본 요금을 부과한다. 고객을 대신해 셰르파가 재보험사에게 위험자본을 관리할 대가로서 보험을 대량으로 구매하며, 이는 재보험사와의 거래에서 위험덩어리를 구성하는 동안 고객에게는 맞춤형 보험상품을 제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의 보험은 보험사가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만들고 설계사 등의 중개인은 이미 만들어진 고정 보험상품을 고객의 요구사항과 가장 일치하는 설계구성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고객이 필요로 하지 않는 특정 담보를 포함하고 있어 비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셰르파의 혁신적인 접근법은 위험자본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재보험사가 위험 모듈을 구성하는 동안 셰르파라는 디지털 브랜드가 새로운 위험기준을 토대로 고객 개별적으로 위험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가격을 책정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 100여년 동안 보험의 비즈니스 모델은 변화하지 않았다. 보험회사가 아닌 기술이 뛰어난 기업에서 이미 보험유통의 혁신은 시작되었으며, 다만 규제가 엄격한 보험산업에서 이러한 변화를 감독당국 및 입법기관이 어떠한 시각과 관점으로 바라볼지에 따라 나라별로 격차를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