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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명진 Dec 19. 2018

#2. 약관의 규제와 자율 사이

수천억 시한폭탄을 만드는 원죄는 금감원

※ 한 주간의 보험기사 및 이슈에 대해 의견을 펼치는 공간입니다.

※ 누구나 생각에 대해 댓글로 남기고 토론 가능하니 서슴없는 의견 많이 남겨주세요.

※ 인신공격성 댓글은 자제를 부탁드려요^^


# 해당글은 한국보험신문에도 게재되고 있는 오명진 작가의 칼럼입니다.

                                               

                        

얼마전 모 언론사에서 보험약관에 관해 현재의 감독체계를 비판하는 기사를 냈다. 보험약관의 분쟁으로 인해 ‘수천억 시한폭탄을 만드는 원죄는 금감원’이라는 제목과 함께 약관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약관을 둘러싼 분쟁을 해소해 소비자를 보호하고 보험회사도 짐을 덜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보는 기획기사였다. 기사는 현재의 보험약관 등의 기초서류 인가 권한을 갖고 있는 금감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생보사 즉시연금에 관한 약관 분쟁과 몇년 전의 자살보험금과 관련한 내용을 예시로 들며, 소비자 보호라는 명목 하에 표준약관을 통해 사전인가제를 고집하는 금감원이 정작 분쟁의 이슈가 터지면, 분조위(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해당 사안에 대한 법적 판단보다는 무조건적인 지급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사가 분조위의 권고사항을 수용 또는 거절할 수 있으나 거절할 경우에는 보복성 감사와 제재가 뒤따른다는 현실도 함께 내용에 실었다.

손보와 생보를 막론하고 보험상품의 종착역은 소비자가 접하는 상품설명서, 증권, 약관 등의 고객용 안내서류이다. 그 중에도 보험금과 관련하여 이슈가 생겼을 경우 최종의 판단은 반드시 약관을 통해 하게 되어 있다. 실제 보험금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보험사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시하는 약관 파일이 아닌, 판매 당시의 실제 인쇄 약관을 기준으로 판단할 정도로 약관 내용의 시시비비는 매우 민감하게 다뤄지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 니즈에 맞는 새로운 시장을 찾고 해당 시장에 신규 상품 또는 담보를 개발할 때 보험사는 통계를 세밀하게 다루는 업무와 상품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전문 계리인력을 활용한다. 필자의 경우에도 현업에서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경우 해당 담보에 대한 위험률의 개발, 산출방법서와 사업방법서의 작성 그리고 최종적으로 정량화된 데이터와 결과값을 가입자가 이해하기 쉽고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약관 문구를 작성하는 작업을 해왔다. 해당 과정에 회사 내부에서의 여러 번의 검수와 선임계리사의 최종 확인 과정을 거치면 해당 상품을 판매하기 전 마지막 절차가 남게 되는데, 그 과정이 바로 금융감독원에 상품신고를 통한 사전인가 절차이다.

과거 신상품의 인가 절차는 주로 약관 문구의 정합성과 계약자에 불이익한 문구는 없는지 등에 심사과정이 집중되어 있었다. 최근에 와서는 약관뿐만 아닌, 보험요율의 적정성과 향후 판매 시나리오까지 요구하고 있어 그 심사 절차는 오히려 더욱 까다로워졌다고 할 수 있다. 최초 상품의 기획부터 인가까지 여러 명의 담당자와 각기 다른 입장에서의 시각을 거치는 것은, 한 번 상품이 세상에 나오면 수십년을 운영해야 하는 보험상품에는 필수불가결한 절차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수십년을 정확하게 내다볼 수는 없으며, 현재와 같이 수년 만에 의학기술이나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해 버리면, 약관의 내용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간혹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약관의 내용이 보험 주변의 사회 환경이 급변하여 현재의 상황을 따라주지 못하는 구닥다리 상품으로 전락하는 경우일 뿐이며, 그 자체의 문구가 ‘틀렸다’ 혹은 ‘잘못됐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금감원 스스로가 그토록 세밀하게 검사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거나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것이라면, 철저히 보험사의 자율에 맡기되 책임 또한 보험사가 전적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 아니라면 지금처럼 판매 전 표준약관을 통해 감독당국의 관점과 입맛에 맞는 약관 구성을 강요하는 현재의 규제를 유지한다면 인가 절차를 더욱 까다롭게 하되, 이슈 발생 시 무조건적인 지급 권고보다는 법원의 판단에 맡기거나 해당 상품의 인가과정에서의 오류를 인정하는 방향이 맞다. 규제는 규제대로 하되, 이슈가 발생하면 보험사에 책임을 돌려버리면 피해는 결국 소비자의 몫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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