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험신문 칼럼] 다다익선과 함께 하는 인슈포트라이트
# 해당글은 한국보험신문에도 게재되고 있는 오명진 작가의 '인슈포트라이트' 칼럼입니다.
종신보험 본래 주계약의 보장내용 설명을 충실히 이행하고, 부가적인 기능 또는 특약의 설명을 곁들여 계약 체결률을 높이는 판매화법을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문제는 주계약은 가려진 채 소비자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와 특약만을 강조해 불완전판매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전 글에서 언급한 저축 콘셉트의 종신보험 판매화법은 이미 생명보험 시장에서는 만연하다. 이에 더해 실손의료보험이 이슈가 되었던 2009년 표준화 시기를 전후해 가입한 40대 고객 중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실손의료보험 보험료가 8~9만원이 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는 고객이 실제로는 주계약이 사망인 종신보험에 실손의료보험 특약을 추가하여 가입하였지만 해당 상품이 실손의료보험인 것으로만 알고 가입한 것이다.
연금 전환되는 종신보험, 달러로 받는 종신보험, 변액 종신보험, 저해지·무해지 종신보험 모두 기본 보장은 사망이며, 사망 보장의 보험금 또는 특정 시기별 책임준비금을 변형하여 새롭게 출시했을 뿐이다. 변액보험은 자칫 투자상품과 같이 비춰질 수 있으나 결국 투자성과를 사망 보장금액을 높이는 데 사용하는 것으로 투자 상품과는 엄연히 다른 상품이다. 또한 최근에 많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연금 전환되는 종신보험의 원리는 간단하다. 종신보험의 보험료가 납입이 되면 보험사는 사망 발생시 보험금 지급에 대비하기 위해 경과기간에 따라 각 시기에 해당하는 책임준비금을 적립해야 한다. 종신보험은 보험기간이 종신이므로 경과기간별로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책임준비금이 납입한 보험료 대비 100%를 훨씬 초과하는 연령과 시기가 존재한다. 해당 시기에 사망보장을 해지함과 동시에 발생하는 해지환급금(책임준비금) 금액을 재원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즉, 사망보장이 연금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사망 담보를 이와 같이 판매하는 이유는 고객의 사망보장에 대한 수요가 낮아진 것을 감안하여 그들의 본전심리를 충족시켜주기 위함이다. 최근 시중금리 하락에 따른 연금 공시이율이 종신 사망보험의 보험료와 책임준비금을 계산할 때 사용하는 예정이율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설계사가 종신보험의 특정시기 해지시 환급률 즉, ‘수익률’이 연금보다 좋다는 판매화법으로 이 현상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금리 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고 가입 당시 이율을 만기까지 그대로 유지하는 예정이율과 달리 시중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공시이율을 사용하는 연금 수익률이 종신보험 수익률을 바로 상회하는 케이스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시간이 지나면서 민원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즉, 종신 사망보장 본연의 설명은 숨기고 수익률로 상품을 판매하므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저해지·무해지 종신보험의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저해지·무해지의 장점은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데 있다. 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어 많은 고객들이 선호한다. 단, 납입기간 중 보험을 해지하는 경우 일반 종신보험 대비 해지환급금이 적거나 없을 수 있어 가입 시 주의를 요한다. 종신보험의 유지율이 가입 후 경과기관 5~6년 이내에 50%까지 떨어지는 회사도 있다. 저해지 또는 무해지 상품의 민원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수 있다.
최근 종신보험 중 가장 아쉬운 상품 중의 하나는 바로 건강증진형 상품이다. 많이 걸을수록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특약 또는 제도를 종신보험에 부가하여 판매하는 것이다. 물론 주계약이 종신이고, 해당 상품의 특약으로 들어간 일부 담보를 할인해 줄 수는 있으나 건강증진을 위한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주계약이 사망보장인 종신보험에 붙여 판매한다. 생보사는 향후에도 위험률차 등의 수익률이 가장 좋은 종신보험을 포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종신보험 외에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먹거리 상품을 기획하고 개발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 최근에 와서야 비로소 제3보험 영역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해외 생보사를 벤치마킹하고, 국내 상황에 맞는 새로운 시장의 개척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