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황도를 먹었다.
무른 복숭아라면 배앓이를 할 정도까지 미련을 떨 정도이다.
뽀독뽀독 씻기가 무섭게 껍질이 벗겨진다.
그 사이로 올라오는 단내에 입 안 가득 침이 고였다.
뚝뚝 흘러내리는 과즙이 아까워 자리에 앉을 새도 없이 싱크대에 선 채 복숭아 한 알을 순식간에 헤치운다.
아이들도 먹어야하니, 딱 두 알만 먹어야지 했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 결국 복숭아로 끼니를 대신했다.
가끔 이럴 땐, 미안한 마음보다는 웃음이 난다.
나는 항상 내가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뜨끈한 전기장판에 몸을 늬이고 뒹굴거리며 책이나 보고 드라마나 즐기는 그런 겨울을 좋아하는 줄 알았지.
겨울의 또 다른 무엇을 좋아했던가. 오랫동안 생각했다. 답은 잘 모르겠다.
마흔을 넘기고도 서너해가 지난 올해.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 대부분이 여름 식재료라는 것을 알았다.
복숭아도 자두도 참외도 몽땅 여름 과일이었고, 구운 감자도 초록이 가득한 채소들 모두 여름이면 그 맛이 배가 되는 것들이었다.
신선한 재료들을 조리없이 날 것으로 먹어도 좋은 계절. 그 계절이 여름이었다.
이렇게 쓰다보니 한 여름의 더위도 에어컨 없이 날로 나는 내가 아니었던가.
출산과 육아로 얻은 10kg.
미련하게도 지금에서야 몸뚱이 구석구석 숨겨둔 10kg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몸이 여름을 다시 기억해내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이젠 팔다리가 드러나는 옷을 입어도 내가 싫지 않다. 여름에 자신감이 생겼다.
전혀 연관이 없는 핑계거리를 구구절절 읊고 보니, 음력 8월의 더위 한 가운데 태어난 나는 그저 여름 사람이었다.
이번 여름엔 조금 더 힘을 내어 보기로 한다.
나는 여름을 좋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