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해서 7시에 출근했더니 괜찮은 무기가 되었다.

워라밸 시대, 야근없이 아침에 몰입하는 나만의 차별화

by 인싸담당자 신민주

나는 아침 7시에 출근한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나만의 루틴이다. 물론 요즘은 초심을 잃어 매일같이 지키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나의 '디폴트 값'은 7시다.


요즘 같이 유연근무제와 워라밸이 화두인 시대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7시에 출근한다니 의아해할 수도 있다. 모든 습관에는 계기가 있듯, 나에게도 이 루틴을 만들게 된, 조금은 엉뚱하고도 강렬한 계기가 있었다.


1. "내가 진짜 일찍 오는게 뭔지 보여준다."

시간을 거슬러 2018년, 첫 직장에 입사해 교육을 마치고 부서에 배치받은 지 딱 3일째 되던 날이었다. 대학 시절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와 건설 현장 일을 경험하며, 일찍 일어나는 체력 하나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던 나였다. 그날도 나는 8시 40분쯤 여유 있게 사무실에 도착했다. 9시 업무 시작이니 20분의 여유는 신입사원으로서도 충분히 합리적인 시간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당시 맞선임이 나를 조용히 불렀다.

"민주 씨, 신입인데 그래도 조금은 더 일찍 오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결코 혼을 내거나 질책하는 말투는 아니었다. 선배는 나를 위해 부드럽게 조언해 준 것이었지만, 갓 입사한 신입사원에게 그 말은 회사의 거대한 불문율처럼 무겁게 다가왔다. 그날 밤, 억울함 뒤끝에 내 안에 숨어있던 작은 '똘끼'가 발동했다.


'그래? 내가 진짜 일찍 오는게 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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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길로 알람 시간을 새벽으로 대폭 앞당겼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보란 듯이 7시에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시위이자, 나만의 소심한 반항이었다. 그런데 상황은 아이러니하게 흘러갔다. 정작 우리팀 선배들은 8시 30분이 넘어서야 출근했기에, 내가 7시에 왔는지 8시에 왔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타깃을 잃은 나의 이 과감한 행보는 엉뚱한 곳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바로 임원들이었다.


2. 임원의 조간신문과 나만의 퀘스트

7시의 사무실은 공기부터 달랐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공간에 가장 먼저 발을 들일 때의 쾌감은 마치 매일 아침 새로운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듯한 설렘을 주었다.


업무 시간에는 꼼꼼히 보기 힘들었던 문서를 읽으며 온전히 나만의 시간에 몰입할 무렵, 임원들이 하나둘 출근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된 루틴이 있었는데, 바로 지하 주차를 하고 로비 데스크에 들러 각자 구독하는 조간신문을 챙겨 오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어차피 나는 로비를 거쳐서 들어오니 오는 길에 우리 본부 임원분들 신문은 내가 챙겨서 책상에 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부터 나는 임원 세 분의 신문을 챙겨 각자의 회의 테이블에 가지런히 올려두기 시작했다. 단순히 오는 길에 했던 이 사소한 행동은 내 직장 생활에 생각지도 못한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그들은 내 이름을 기억하기 시작했고, 신문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인사도 하고 가끔 조직의 흐름과 비전에 대한 귀한 이야기도 들었다. 그 어려운 임원들과의 라포(Rapport)가, 아침 7시의 조간신문 배달이 특별한 연결고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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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야근 없는 저녁을 위해 아침을 선택하다

나는 야근을 지양한다. 저녁 시간만큼은 회사가 아닌 온전히 나를 위해 쓰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늦게까지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곳들도 더러 있지만, 당시 사회 분위기는 절대적인 근무 시간을 성실함의 척도로 여기는 경향이 지금보다 훨씬 강했다. 밤늦게까지 사무실 불을 밝히는 것이 곧 열정으로 해석되던 시절이었다. (물론, 진짜 '야근의 시대'를 건너오신 대선배님들이 보시기엔 명함도 못 내밀 민망한 수준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조금 바꿨다. 어차피 업무에 필요한 절대적인 시간이 있다면, 저녁 대신 아침을 활용하자고 말이다. 아침 7시 출근은 나의 성실함을 증명하는 방법이면서, 동시에 저녁이 있는 삶을 지키기 위한 나만의 전략이었다. 남들보다 2시간 일찍 하루를 시작하니, 칼퇴근까진 아니라도 조금은 당당하게 집에 갈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아침 시간은 업무 효율 면에서 탁월했다. 아무도 없는 7시부터 9시까지, 사무실은 그야말로 업무를 위한 최적의 공간이 된다. 전화 벨도 울리지 않고, 메신저 알림도 뜨지 않는 그 고요한 2시간 동안 나는 완벽한 몰입을 경험했다.


방해 요소가 없는 상태에서 깊이 생각하고, 기획안을 다듬고,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밀도 높은 시간 덕분에 동료들보다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인정받으며 조직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다. 남들이 허겁지겁 하루를 준비할 때, 나는 이미 가장 중요한 일을 끝내놓고 있었던 셈이다.


4. 나를 성장시키는 아침 2시간의 힘

이제는 글을 쓰고, 스터디와 강연을 하는 등 대외 활동도 제법 많아졌다. 그러자 주변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묻곤 한다. "본업이 안 바쁜가 봐요?" 혹은 "도대체 언제 그 많은 걸 다 해요?" 그 비결은 많은 사람들에게는 없는 나만의 2시간에 있다. 나는 이 시간을 쪼개 업무 외에도 칼럼을 구상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나를 채우는 공부를 한다. 7시부터 9시까지는 오롯이 '개인 신민주'의 성장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다.


물론 기계가 아니기에 피곤한 날은 정시에 출근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무실 대신 헬스장으로 향해 몸을 깨우기도 한다. 중요한 건 강박이 아니라, 내 하루를 내가 먼저 시작한다는 감각이다. 7시 출근은 회사를 위한 희생이 아니다. 오히려 회사의 시간 통제권에서 벗어나, 내 하루의 주도권을 내가 쥐겠다는 가장 적극적인 의지의 표현이다.


#에필로그 : 그 선배에게 보내는 감사

지금 돌이켜보면, 입사 3일 차 신입사원에게 "일찍 좀 오라"고 조언했던 그 선배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다. 당시엔 억울함에 시작한 오기였지만, 그분의 한마디가 없었다면 지금의 업무 생산성도, 기획력도, 그리고 이렇게 칼럼을 쓰는 여유도 없었을지 모른다. 어디선가 열심히 일하고 계실 그분께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당신의 출근 시간은 언제인가? 단순히 회사가 정한 시간에 맞춰 허겁지겁 하루를 시작하고 있진 않은가. 내일 아침은 조금 더 일찍, 당신이 주도하는 시간으로 하루를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 작은 틈새 시간에 당신을 바꿀 강력한 무기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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