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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화 Aug 04. 2023

구례 초록 여행

꼬박 다섯 시간을 달려 도착한 전라남도 구례. 필름 사진이 참 잘 어울리는 곳. 팍팍한 서울 살이에서 잠시 벗어나 나무와 풀과 산을 한가득 담아왔다.  

지구야 미안해를 절로 외치게 되는 한 여름의 폭염. 나무 그늘을 들어가면 찜통같은 더위에서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다.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이 좋아.

조용한 동네의 조용한 여자 중학교를 잠시 구경했다.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북적거리는 상상을 잠시 해본다.

안녕, 고양아


'봉서리 책방' 사장님께 추천받아 '호호의 숲'이라는 소품샵 가는 길. 연식이 오래된 할아버지 차는 그만 오르막길을 오르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땡볕을 걸어가는 데 땀은 비오듯 흘렀지만, 가는 길이 참 예쁘고 고즈넉해서 오히려 이 풍경을 놓쳤으면 아까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쳐도 천천히 조금씩 걸어보자.

책방도 소품샵도 너무 친절하셨다. 책방에서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책 너무 좋다. 사회학자 조은의 <일상은 얼마나 가볍고 또 무거운가>. 올바르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 굽어있던 등을 곧게 세우게 되는 언어들.

소품샵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 이런 풍경을 매일 보신다니.. 단풍이 들면 더 예쁘겠지. 온화하고 따뜻했던 사장님과 잘 어울리는 그림같은  곳.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생각나는 어둑어둑한 터널. 그림자가 절묘하게 나왔다.

대나무숲 사진들. 이번 구례여행에서 찍은 사진들 중 가장 좋다. 여름이었다,, 감성이라서 저절로 추억 보정. 이때 사실 너무 덥고 모기에 피를 쪽쪽 빨려서 꽤나 힘들었다. 그래도.. 얇은 대나무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햇살들, 살살 부는 바람에 잠시나마 땀을 식혔던 찰나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거미와, 대나무와, 햇살이 콜라보한 아름다운 작품. 어찌나 정교하고 반짝반짝 빛나던지!

여행 일기를 쓰고 사진을 고를 때 우연히 알게된 권월님의 '은모래해변에서'라는 앨범을 들었다. 반짝이는 음계와 구례의 푸른 풍경이 조화를 이루었다.


넓은 하늘을 원없이 보고 왔다. 동그란 달과 보랏빛 하늘을 오래오래 눈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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