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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화 Aug 05. 2023

구례 흑백 여행

컬러와는 다른 매력을 가진 흑백 필름. 흑백의 세상은 좀 더 깊이감과 무게감이 느껴져서 평범하던 풍경도 특별하게 포착되는구나. 빛과 어둠이 깔린 사진을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무성했던 매미 소리가 들린 듯하다.



대학 졸업 후 시집은 제대로 처음 읽었다. 아직도 시는 너무 어려워. 들여다보고 들여다봐도 시끄러운 마음에 시어가 들어갈 틈이 없다. <좋아하는 걸 업으로 삼을 수 있어서 기쁘다고 해야 할지, 어렵고 슬프다고 해야 할지. (지금은, 고통스럽지만 가끔은 살 만하다고 느낀다)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려나?>



백은선 시인의 <소명에게> 일부. 

"그래도 어둠 속에 오래 있다 보면 서서히 떠오르는 윤곽도 있지. 잊히지 않는 순간들은 무지개처럼 어렵고 아플 때도 있더라. 나는 들판에 누워 날아가는 걸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어, 새. 땅속으로 스며들 것 같았어. 그때 내가 목격한 서늘함을 너에게만은 전부 말하고 싶다.

..

소명아, 네가 낭독회에 와서 편지를 준 순간부터. 책상에 그걸 올려놓고 종종 펼쳐보며. 네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내가. 너무 눈부신 것들은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으니까,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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