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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커니 Nov 02. 2023

초심 잃은 영락없는 직장인

내가 언제 그랬던가....

45세에  적은 월급이었지만 일다운 일을 시작하며 감사했고, 벅찼다.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좋았다.


일을 시작한 지 1년 6개월째... 이제 더 이상 최고령 스타트업 신입은 아니다. 여전히 고령은 맞지만 말이다.  달라진 건 처음 감사했던 그 마음을 가졌던 내가 언제 그랬던가 싶다.   어느새 평범한 직장인이 되어 언제 그만두는 게 좋을지 아니 유리한지를 따지고 계산하고 있다.


출근하는 지하철 안  한산한 시간에 출퇴근 할수 있어 감사하다.


그렇다. 1년 반 만에 난 영락없는 직장인이 되었다. 전에 써놓은 부푼 포부를 담은 그  벅참이 넘쳐흘렀던 그 글들이 부끄러워 삭제하고 싶을 정도다.


내가 이렇게 변하게 된 건 집에 큰일이 하나 터진 후였다. 집안에 일이 터지니 회사일은 손에 잡히지도 않았고 2주를 쉬면서 일을 처리하고 멘털을 다잡았다. 힘든 일을 겪고 보니 내가 일을 하느라 집에 신경을 못써서 이런 일이 생겼나 싶은 죄책감이 들었다. 내가 일을 하지 않고 좀 더 신경을 썼다면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면서 모든 게 내 책임 같았다.


슬며시 퇴사의 시동을 스스로 걸기 시작했다.  그만둬야 하는 정당한 핑곗거리를 찾은 이었다.  마침 친하게 지냈던 회사의 인사담당자가 휴직하면서  그나마 느끼던 쏠쏠한 회사의 재미 없어면서 퇴사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시동이 걸린 지 한 달쯤 되었지만 난 여전히 일하고 있다. 순간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는 그 유명한 직장인이 이해가 되면서 바로 내가 그 직장인이란 생각에 웃음이 났다. 이렇게 경험을 하나 추가하고 있다.  


하지만 왜 퇴사하고 싶은지 그 속내를 이 글을 쓰며 알게 되었다. 난 매사에 힘들면 중단했고 회피하는 성향이 있었다. 싫은 사람을 제대로 끊지 못하고 잠수 타기도 했고, 누군가에게 대신 전달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렇게 매번 회피하며 상황을 모면해 왔던 게 생각났다.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었다. 요즘 내가 하고 있는 일은 해보지 않은 새로운 업무로 솔직히 재미없고 하기 싫은 일이다. 귀찮고 신경 써야 하는 일 투성이었다.  게다가 클라이언트도 내가 딱 싫어하는 류의 사람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다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도 많았다.


이 프로젝트를 하기 싫은 마음에 아마도 난 정당한 핑곗거리를 찾고 있던 중이었던 거 같다. 집안일은 정말 딱 맞는 핑곗거리가 아닐 수 없다. 중도에 그만둔다 해도 '집안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라고 한다면 그 누구도 적어도 내 앞에서는 뭐라 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 내팽게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직하는 인사담당자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커니 님 그만두셔도 이 프로젝트 마무리는 하셔야 하니... 연말쯤 되겠네요."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말이 계속 들리는 이유는 아마도 마무리를 하기 싫 마음이 딱 걸렸나 보다.


궁금하다. 과연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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