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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병규 Jul 15. 2022

항상 있던 자리

베이컨 볶음우동 편

 나는 공장 한편에 방을 만들어 살고 있다. 처음에는 경제적인 이유로 이곳에 방을 만들어 살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 나의 생활에 최적화된 편의성 때문에 떠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공장 방의 문을 열면 항상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자리 한 곳. 바로 나의 반려견 마음이 의 침대 가 있다. 싱글 침대 매트리스가 공장 한편에 놓아져 있을 뿐인 장소. 4년이라는 시간 동안 항상 그곳에서 누워서 나를 보면 꼬리를 흔들어 주는 반려견 마음이. 때로는 나의 방문 앞에서 내가 잠들어 코골이 소리를 듣고 있던 것이지 자고 일어나 문을 열면 마음이가 내 방문 앞에서 꼬리를 흔들고 있을 때도 많았다. 그렇게 마음이는 나의 가족이 되었다.


 그런 자리가 이젠 비어있다.


 결혼이라는 인생의 큰 변화가 생겼다. 조만간 공장의 생활을 정리하고 신혼집 아파트로 이사를 간다. 그리고 직업이 내가 운영하는 공장 생활을 마감하고 새로운 공장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이사 가는 아파트에서 마음이를 키울 수는 있지만 내가 일을 나가고 난 뒤 하루 종일 혼자 있어야 하는 마음이가 안쓰러웠다. 특히 마음이 처럼 뛰어놀기 좋아하는 리트리버 에게는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 새로운 생활은 감옥 생활과도 같을 것이다. 어렵고 이기적인 슬픈 큰 결심을 하게 되었다. 마음이에게 새로운 집, 새로운 가족을 찾아 주기로 했다. 다행스럽게도 친한 지인의 어머니께서 마음이를 흔쾌히 받아주시기로 했다. 항상 함께해주실 자상한 어머니와 제천의 넓은 마당과 자연이 있는 곳으로. 아무것도 모른 체 나와 함께 차를 타고 가는 동안 꼬리를 흔들며 내 옆에 엎드려 있는 마음이. 간식으로 주는 구운 돼지고기를 마냥 신나게 먹는 녀석.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마음이를 보낸 다음날에도 나는 어김없이 새벽같이 일어났다. 습관이라는 것이 참 무섭다는 게 머릿속으로는 마음이가 없으니 산책을 나갈 필요가 없어졌고 늦잠을 자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말을 해보았지만 내 몸은 시간에 맞춰 알아서 일어나버렸다. 문을 열고 항상 보던 곳을 보지만 마음이 침대 위에는 마음이는 없었다. 마음이 허전하다. 허전한 마음에 냉장고 문을 열었다. 무엇이라도 먹고 기운 차려야 새로운 환경에 나도 적응할 것 같았기에 이른 새벽 아침밥을 만들기 한다.


냉장고에서 꺼낸 재료는 새로 이직한 곳에서 만드는 제품인 수제 훈연 베이컨과 우동면 한 개. 1) 우선 그릇에 뜨거운 물을 붓고 우동면을 넣어둔다. 면을 끓여서 풀어놓는 것이 더 맛있지만 오늘은 디테일한 무엇을 할 기분은 아니다. 2) 웍이나 팬을 준비하고 그 위에 기름을 두른 후 베이컨을 쫑쫑 썰어 넣는다. 베이컨의 훈제향에 기분이 조금 가벼워졌다. 3) 중불 정도로 천천히 베이컨에서 기름을 빼준다. 고소하면서도 짠 향기가 솔솔 풍기기 면서 베이컨이 갈색빛이 돌정 도면 충분하다. 4) 이제 불을 끄고 고춧가루를 두 스푼 정도 넣어주고 잔열로 살살 볶아주자. 매콤 한 고추기름 향이 코 끝을 간지럽힌다. 평소 같으면 고추기름 냄새가 날 쯤에는 마음이가 옆에 와 얌전히 앉아 침을 주룩주룩 흘리고 있었을 텐데. 고추기름이 충분히 만들어졌으면 이제 5) 강불로 불을 켜고 빠르게 만들어보자. 집에 있는 잔여 채소들을 채 썰어 모두 넣어주자. 필수 재료는 다진 마늘 1스푼이다. 양배추, 양파, 청정채, 버섯 등등 뭐든 상관없다 조금은 길쭉길쭉하게 채 썰어서 넣어주자. 6) 야채에 고추기름이 골고루 묻었다는 느낌이 나면 팬 한구석에 몰아넣어주고 빈 공간에 소스를 부어준다. 7) 굴소스 2스푼, 설탕 2스푼, 매실청 1스푼(없으면 생략 가능), 진간장 1스푼, 참치액 1스푼(없으면 생략 가능) 넣어서 잘 섞어주며 팬에 눌린다는 느낌으로 불맛을 살려주자. 8) 이제 불려 놓은 면과 면수 을 조금 넣고 눌려놓은 소스를 면수에 잘 풀어준 후 면에 베이게끔 볶아주자. 불맛과 간장의 감칠맛 이 폭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면이 소스를 잘 베이게 볶아 주었다면 9) 불을 끄고 참기름 반 스푼만 넣어 잔열로 참기름의 향을 입혀주자. 참기름 반 스푼의 마법을 느껴 본 사람이라면 참기름은 맨 마지막에 소량 쓰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넣고 안 넣고의 차이는 어마 어마 하다. 10) 예쁜 그릇에 볶음 우동을 넣고 가다랑어포(가쓰오부시)를 넉넉히 뿌려주면 완성이다. 


아침부터 볶음우동이라니.


 어느 날 생각지도 못했던 삶의 변화가 폭풍처럼 다가올 때가 있다. 요즘의 내가 그렇다. 이직, 결혼, 이사, 이별.  무엇 하나 쉬운 게 없고 무엇 하나 편안한 게 없다. 새로운 만남이 있다면 이별로 있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오늘의 볶음우동이 그 위로를 도와주길 바라며 아침 식사를 시작해보자.




  재료 소개

1) 베이컨, 우동면, 다진 마늘, 냉장고 속 남은 야채, 가다랑어포

2) 고춧가루, 굴소스, 참기름, 설탕, 진간장


 [이 글을 읽는 방법에 대한 설명]

1) 레시피 만을 원하신다면 빨간색 글 만 순서대로 읽어주세요.

2) 레시피의 스푼은 기본적인 밥 숟가락이며 티 스푼을 사용할 경우 별도로 티스푼이라고 언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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