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병규 Sep 24. 2022

심플하게 행복하기

-토르티야 피자-

  60일 이 지났다. 내가 마지막으로 브런치에 글을 올린 후 지나 간 날짜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 평생 짝꿍과 새롭게 시작하는 생활. 이렇게 한 번에 찾아온 많은 변화에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시간이 흘렀다. 사진을 찍고 글을 쓸 여유는 생각조차도 하지 못했던 60일이었다. 인테리어 공사와 이사가 마무리되었고 새로운 직장 생활은 어느덧 2개월이 훌쩍 지나 조금은 익숙해졌다.

딱 좋은 타이밍에 브런치 알림 시스템에서 메시지가 왔다. “작가님의 글을 못 본 지 60일이 지났습니다.” 불쑥 찾아온 누구에게나 공평히 보내주는 알림 한통에 나의 글을 쓰고픈 욕망이 샘솟듯 올라왔다.


‘작가님 의 글 한번 써볼까?’


   인테리어를 하면서 알게  사실이 하나 있다. 나의 취향이  심플하다는 것이다. 간단 단순 명료 하지만 딱딱하지 않은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것이 좋았다. 새로  소파가 그랬고 서재방 창문  나의 평상이 그리고 집안 곳곳  사람의 손길과 취향이 닿은 것들이 전부  취향이었던 것이다.  [정리의 ]에서 정리의   버릴 물건과  남겨둬야 하는 물건의 기준은 물건을 만졌을  설레는가? 이것이 기준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책을 읽을 때는 그저 좋아하는 물건만 남기고 버린  정리하라는 말로  느껴었다. 공장 한 구석에 방을 만들고 지내던 때에는 그저 누워서 쉬고 음식을   있는 가스레인지 하나만 있으면 만족하던 삶이었다. 그런데 [정리의 ] 말하는 것처럼  집에서 나의 눈이 가는 모든 곳이 행복해지면 삶이 얼마나 행복해지는 지를 느끼고 있다.    삶도 심플하게 만들고 싶어졌다. 복잡한 것들은 잠시 미루어 두고 오늘 하루는 심플하고 부드러운 포근함에  빠져 지내고 싶었다. 예쁜 주방에서 예쁜 요리를 만들어 예쁜 식사를 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오늘 그런 심플하고 예쁜 요리를 해보려 한다.


1. 오븐 혹은 에어 프라이기 를 180도 맞추고 10분간 예열을 해주자. 일상이 행복해지고 싶다면  그에 맞는 준비가 필요하다. 요리도 마찬가지이다. 서둘러 일단 시작하고 나면 쫓기는 예쁘고 맛있는 음식이 되기 힘들다. 어떤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 재료를 미리 준비해놓고 시작하는 게 좋다. 우리도 오븐이 돌아가는 동안 오늘의 요리 재료를 준비해보자.


2. 준비물: 버터 조금, 파프리카 조금, 양파 조금, 풀드 포크 조금, 시판용 스파게티 소스 조금, 피자치즈 잔뜩, 토르티야 한 장이 필요하다. 재료들을 가지런히 정리해놓고, 3. 파프리카 , 양파를 조금 작은 크기로 채를 썰어놓자. 깍둑 모양으로 썰어놓아도 좋다. 다만 너무 크면 먹기 부담스러우니 작은 크기로 썰자. 이렇게 준비가 끝났다면 이번 요리는 80% 끝났다. 정말 간단하지 않은가! 파프리카와 양파 조금을 썰어 놓은 것뿐인데 80%가 끝났다니. 지난 공장 생활에 비하면 정말 광활하게 넓어진 나의 조리공간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은 바로 아일랜드 식탁이다. 하얀색 넓은 공간에 큰 마음먹고 장만한 엔드 그레인 도마 위로 칼질하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정말 황홀하다.


야채가 준비 다 되었다면 오븐이 예열되는 동안 요리를 조립해보자. 조립이라는 단어가 요리랑은 어울리지 않지만 이번 요리는 정말 조립하는 요리이다. 4. 오븐 팬 위에 종이 포일을 올려주고 버터 조금 을 종이 포일 위에 듬성듬성 놓아주자. 버터는 피자 도우가 될 토르티야가 타는 것을 막아주고 바삭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버터의 풍미를 하나 가득 머금어 입안 가득 행복을 전해 줄 것이다. 요리는 작은 디테일에서 맛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냥 토르티야 위에 재료들을 올려도 좋지만 버터 조금 을 바닥에 깔아주는 작은 것 하나에서 더욱 맛있어지는 마법 이 벌어진다. 행복한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매일 같이 힘든 일상이 되풀이되더라도 작은 것 하나를 바꾸거나 첨가해 보자. 그동안 듣지 않던 노래를 들어보는 것도 좋다. 내가 추천하는 것은 맛있는 요리를 하는 것이다. 간단하지만 오늘의 우울함, 피곤함을 날려줄 나만의 요리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도마의 칼질 소리도 음악으로 들릴 것이고 오븐에서 풍겨오는 맛있는 향기에 취할 수 있다.



이제 5. 토르티야 위에 스파게티 소스를 적당히 발라주자. 혹 토마토를 좋아한다면 넉넉히 발라주어도 좋다. 어디까지나 내 취향 내 입맛대로 하면 된다. 이번 요리는 절대 실패란 없는 요리이니까 걱정하지 말자. 신선함이 느껴지는 피자를 먹고 싶다면 방울토마토를 잘라서 추가해주면 정말 신선한 피자가 된다. 구워진 토마토는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입속에 행복 폭탄을 터트려 줄 것이다. 6. 이제 이 요리의 핵심 재료 인 피자치즈를 골고루 가득 올려주자. 아낌없이 올려줄수록 더욱 맛있다. 행복도 아낌없이 가득 올려준다면 더욱 행복하듯이 말이다.  



 

피자를 화려하게 꾸며 보도록 하자. 7. 치즈 위로 풀드 포크와 파프리카, 양파를 올려준다. 살포시 올리는 게 포인트 다. 토핑은 너무 많이 올리지 않는 것이 좋다. 너무 많이 올리면 먹을 때 토핑이 흘러내려 불편하다. 풀드포크가 없다면 마트에서 판매하는 냉동 페페로니도 좋다. 다진 소고기가 있다면 소금 후추만 뿌리고 볶아서 올려보자. 스팸도 좋다. 참치를 올려준다면 나폴리에서 먹는 현지 피자가 된다. 토핑 재료에는 제한이 없다. 무엇이든 좋다. 파인애플도 강력 추천한다. 베이컨도 좋다. 특이하게 냉동 만두도 좋다. 나는 앞서 말한 재료를 모두 올려 만들어보았다. 전부 다 맛있다.



8. 마지막으로 피자를 예열된 오븐에 180도로 20분 구워준다. 시간을 정확히 지킬 필요는 없다. 피자치즈가 노릇노릇 구워진 것이 보이면 완성이다. 9. 완성된 피자는 피자 칼 혹은 가위로 먹기 좋게 잘라준다. 너무도 간단하지만 아름답고 심플한 요리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내가 먹고 싶은 재료를 넣을 수 있는 음식들을 좋아한다. 같은 메뉴 라도 조리 방법을 조금씩 달리해 가며 다채로운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들이 좋다. 오늘의 요리 [토르티야 피자]가 대표적인 메뉴 다. 재미있는 사실은 토르티야를 돌돌 말아서 오븐에 구우면 토르티야 가 된다. 재료를 다진 후 볶아서 또띠에 올리고 토르티야를 절반을 접어 오븐에 구우면 퀘사디아 가 된다. 이름은 다 달라도 전부 다 맛있다. 우리는 매일 같이 무엇인가를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항상 최선의 결과가 나올 수 있게 고민하고 힘들어한다. 요즘 나는 선택의 기준을 바꾸었다. 결과가 행복하면 된다라고 생각하고 결정하자. 최선의 결과를 상상하며 선택하는 것이 아닌 행복해질 수 있는 선택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내가 해온 과감히 결정한 것들 전부가 최선이 아닌 선택이었다. 내가 가장 행복해질 수 있는 선택을 하고 그 결과를 보니 정말 행복해지고 있다.


오늘 만든 피자도 정말 행복한 맛이다.



작가의 이전글 항상 있던 자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