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와 '감' 사이에서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는 것 같다. 여성 가방 퍼포먼스 마케터, 즉 인하우스를 거쳐 현재는 미디어 렙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크게 보면 광고 또한 마케팅의 한 영역으로 약간은 세부적인 영역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지. 렙사에 대해서는 조금의 시간이 더 지난 뒤에 글을 써보기로 하자. 그만큼 지금은 적응으로도 많이 바쁘고 업무로도 많이 지쳐서 글 따위를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다만, 오늘 이렇게 갑작스럽게 글을 쓰게 되는 이유는 갑작스러운 소재가 떠올랐기 때문이지.
퇴사를 하고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 재미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쌩 신입 때 면접을 볼 땐 정말 그 기억이 너무 좋아 2년이 지난 뒤 다시 면접을 진행했던 기업이었다. 같은 담당자 분이셨다. 면접은 뒤로 하고 연설을 들었다. 마케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부터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진실되게 성과를 개선한 사례가 있는지까지. 그리고 그것의 결론은 결국 마케팅은 '감'이라는 것이었다. 데이터 분석에 의한 마케팅 전략을 기획하고 데이터를 활용한 정밀한 분석으로 고객들을 사로잡는 것, 그것을 위해 나는 경영과 통계를 함께 전공했고 열심히 코딩을 하면서 미래를 바라봤다. 그런 내가 틀렸다는 것이었다.
화가 났던 것 같다. 왜냐하면 반박할 수 없었거든. 매번 데이터, 데이터 거렸지만 실제로 터지는 기업들을 보면 '감'에 의한 것들이 제일 많다. 과연 SPC에서 포켓몬 스티커가 대박날 걸 예측이나 했을까? 롯데 담당자 분들이 벨리곰이 이렇게까지 핫할지 예측을 했었을까? 마케팅은 거의 90%가 특정 담당자의 '감'에 의해 좌우된다는 말에 절대로 부정할 수 없었다. 이런 '감'을 뒷받침하기 위한 자료로써, 경영진을 설득하기 위한 하나의 자료로써 데이터가 활용될 뿐이라는 생각이다.
많은 스타트업 및 기업의 면접을 보면서 마케팅은 무조건 '감'으로 이뤄지고 단지 그것을 증명하고 성과로 인정받기 위해, 혹은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에 역량이 강한 사람들을 우대 조건으로 내놓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실제 뽑히는 사람들을 보면 '감'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한 사람들이나 기가 막히게 포토샵이나 프리미어프로 등의 툴을 잘 다루는 사람들, 또 그게 아니라며 트렌드나 밈에 최선을 다해 진심인 사람들이었다.
길지 않은 삶을 살고 있지만서도, '삶'은 마케팅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든다. 직장에서는 윗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고 연인 및 썸의 관계에서도 상대방이 좋아할 무언가를 고민하여 제시한다. 그 고민의 끝은 연애의 시작이 될 수도, 끝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뭐든 타이밍이 중요하듯, 마케팅에도 타이밍이 중요한데, 원치않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광고 대행사처럼 갑작스런 성장이 있었던 곳들도 있었고 여객업 및 여행 산업에서는 많은 사람들을 직장을 잃었어야만 했다. 그 와중에도, 마케팅의 고수들을 끝까지 살아남아 회사의 부흥을 일으켰던 곳도 있다. 물론 생각보다도 더 팬데믹이 길어지는 바람에 큰 금액을 물어줘야 했던 '참좋은여행'에서는 처음 패키지 예약제를 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트립비토즈 등의 OTA 업계에서는 각 종 앱을 통해 회사의 부흥을 일으키고자 했다.
마케팅 업계에 발을 들인 이상, 마케팅 산업에서 커리어를 쭉 함께할 것이다. 이 글을 단지, 나와 같은 생각으로 마케팅이란 데이터로 움직인다는 잘못된(?) 혹은 조금은 틀릴 수도 있을 생각들을 바로잡고 그들 또한 같은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고자 함을 안내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