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몸에 삽입된 케모포트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_05

by 빨간나무




백혈병을 치료하는 3년의 시간 동안 막내의 오른쪽 가슴속에 '케모포트'가 들어있게 된다.


케모포트란, 항암치료를 반복적으로 받아야 하는 환자의 혈관에 연결된 기구이다. 이를 통해 각종 약물과 수혈 등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투여하게 된다.


항암제를 투여할 때 손, 발 등 말초혈관으로 넣으면 혈관이 다 녹아내릴 수 있기에 꼭 필요하다고 설명해 주셨다.


그때는 뭔지도 잘 몰랐다. 해야 한다니 했다. 병동의 보호자들이 케모포트가 생기면 양손이 자유로워 더 편하다고 용기를 줬지만... 너무나 무섭고 두려웠다.


내가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보지도 경험해 본 적도 없었던 ‘중심정맥관’을 두 돌이 갓 지난 막내가 지니게 되었다.


이 모든 상황을 믿을 수 없다. 끔찍했다...




케모포트는 이렇게 작동한다. -소아암환자와 가족을 위한 안내서(소아암협회제공)





“내일 아침 10시 케모포트 삽입수술을 할 예정이에요. 0시부터 금식하세요.”


진단받고 1주일 후, 주의사항을 듣고 수술 전 보호자로 서명을 하였다. 무시무시한 부작용을 감내하고도 해야 하는 수술이다.


0시부터 금식을 하였고 또 전신마취를 하였다. 아기의 오른쪽 쇄골아래 피부를 절개하고 기구가 삽입되었다.


어엄마아... 아파, 아파.”


아기는 깨자마자 나를 찾았다. 할 줄 아는 단어가 몇 개 없었는데 이제 아프다는 말을 잘하게 되었다.


간호사선생님께서 진통제를 놔주셨다. 지혈을 위해 모래주머니를 얹었고, 척수 검사 바늘이 들어간 허리께에도 모래주머니를 깔았다.


2시간 이상 꼼짝 못 하고 누워있어야 했다. 안아주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 나는 아기 옆에 몸을 낮춰 끌어안고 토닥였다.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고생했어. 우리 아기. 잘했어.”


다행히 시술이 잘 되었다고 하셨다.





시술부위 지혈을 위한 모래주머니를 가슴에 대고 누워있는 아기..






다음 날, 수술 부위를 소독하느라 열어 보여주셨다. 내 생각보다 훨씬 큰 절개선이 2개나 생겨났다.


빨간 피부와 꿰매진 검은 실을 보면서 얼마나 아팠을까 또다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상처 부위는 점차 아물었지만 한동안 수술 부위를 보기가 괴로웠다.


2~3일마다 소독해 주다가 2주일 후 실밥을 풀었다. 의사 선생님이 작은 가위로 실밥을 탁탁 끊어냈다. 혹시 살을 찌를까 봐 울부짖는 아기를 꽉 잡아야 했다.


그래도 중심정맥관 수술 후에는 바늘에 찔리는 일이 줄어들었다. 매일 말초 라인을 잡고 기능을 점검하느라 진 빠지게 울었었다.


이전에는 꽉 막힌 흙길을 헤쳐오며 길이 막히면 가시덤불을 뚫거나 우회했는데, 이제는 고속도로가 확보되었다. 수혈, 채혈, 항암제투여가 손쉽게 이루어졌다. 아기의 팔과 다리도 무사했다.


막내는 드디어, 15일 만에, 손이 자유로워졌다. 양손에 바늘을 달고 손가락 끝으로 장난감을 만졌는데 이제 편해졌다. 한 고비 넘기가 힘들었지만 그 속에서도 감사할 일이 생겼다.


그리고 이제 진짜 항암치료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