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돌 아기의 첫 골수검사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_04

by 빨간나무




‘골수검사’가 무엇인지 알고는 있었지만,

살면서 골수검사를 받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계속 혈액수치가 좋지 않았다. 입원 1주일째 되는 날, [골수검사]를 하자고 하셨다. 그때 진단서에는 [폐렴, 빈혈, 혈소판감소증, (의)혈구탐식 림프조직구증] 이렇게 4가지 병명이 쓰여 있었다.


마지막 병명을 찾아보니 무서운 이야기들 뿐이었다. 그래도 의사 선생님께서 (의)는 의심 중이라는 것으로 현재 폐렴으로 일시적일 수 있다고 했기에 조금은 마음을 놓고 싶었다.


검사 전날 잠이 오지 않았다.


'혈구탐식 림프조직구증'이라는 희귀 질환으로 진단되면 어떻게 살아야 될까.... 성인들은 국소 마취를 하지만 24개월 밖에 안 된 아기는 움직이지 않아야 하므로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실로 들어가서 진행이 된다. 전신마취가 처음인데 어린 아기에게 얼마나 힘들까.....








수술실에 가는 시간이 통보되었다. 전날 0시부터 금식했고 10시 30분에 대기하다가 아기와 함께 수술실로 들어갔다. 입장을 할 때는 의료진처럼 가운과 모자를 덧 입고 출입확인서에 서명을 했다.


수술 대기실에서 의사 선생님 여러 명이 들어와 이름과 환자번호를 확인했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여기 무슨 수술하러 오셨어요? 몸무게는 몇이에요? 혈액형이 무엇인가요? 금식은 지켰나요?”


의료진의 질문에 대답하는 내 목소리가 떨렸다. 막내는 낯선 사람들을 보고 울기 시작했다. 나 또한 앞으로 닥칠 일들이 무서웠다.


아기의 몸무게와 마취약의 양에 대해 대화를 나누시더니 주사액이 링거를 타고 들어갔다. 바로 몇 초 만에 아기의 울음소리가 멎고, 온몸에 힘이 빠졌다.


나도 마취를 한 적 없고, TV로만 보았다. 이건 실제상황이었다. 소중한 내 아이는 전신이 마취되어 전원이 꺼진 인형처럼 변했다. 그대로 침대를 밀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수술실 밖에는 대기 장소가 없었다. 추운 겨울 공기가 몸을 더 떨리게 만들었다. 그 앞을 떠날 수가 없어 계속 기다렸다.


길어야 1시간 정도 소요된다더니 2시간이 다 되도록 연락이 없었다. 한참 뒤에 의사 선생님이 나왔다.



“아기가 호흡을 잘 못해서 기도 삽관을 했는데, 그것 때문인지 출혈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아직 깨어나지 못해서 조금 후에 중환자실로 옮겨서 하루 정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폐렴이었지만 멀쩡히 놀던 아기가 깨어나지 못한다는 말에 눈물이 줄줄 흘렀다.


중환자실에 가면 내가 곁에 있을 수 없다. 면회는 하루 1번으로 제한된다. 아기는 그 낯선 곳에서 혼자 깨어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얼마나 무서울까... 그것만은 제발 안된다며 제발 잘 깨어나라고 기도를 했다.






시간이 한참 지났다.


“윤우 보호자신가요? 지금 깨어나서 회복실로 옮겼습니다. 들어오세요.”


다행이었다. 회복실로 가기 위해 다시 한번 머리에는 모자를 쓰고 앞치마처럼 생긴 살균복을 덧입었다. 환자침대가 여러 개 놓여있는 구역을 지나서 따라갔다.


띠 띠 띠 –


불규칙적인 기계소리로 가득 찬 곳에서 막내를 찾기란 어렵지 않았다. 침대의 크기가 너무 광활하게 느껴질 정도로 작은 몸뚱이가 누워있었다.


“어어엄마아아........”


막내가 퉁퉁 부은 얼굴로 엄마를 부르며 온몸으로 울고 있었다. 나를 알아봤고 안아달라고 들썩였다.


하지만 지혈을 해야 하므로 4시간 이상 누워있어야 했다. 몸을 낮춰 아기를 받치고 쓰다듬었다. 좋아하던 자동차 노래를 소곤소곤 불러주니 잠잠해졌다. 다시 잠이 들었다.


그제야 아이의 전체를 살펴볼 겨를이 생겼다. 막내의 몸에는 주렁주렁 기계가 달려있었고, 노란 피를 수혈받고 있었다. 입가에는 피가 묻어있고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쌕쌕 가래가 끼어 숨소리가 거칠었다. 눈두덩이부터 온몸이 퉁퉁 부어있었다.


“미안해. 미안하단 말로 부족해. 엄마가 정말 미안해...”


엄마를 알아봤고, 자가 호흡이 잘 되어서 다시 병동으로 옮겨진다고 했다. 다만 폐출혈이 아닌지 확인차 엑스레이만 찍겠다고 했다.


중환자실로 가지 않게 되어 너무 다행이었다. 정말로 천만다행이라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노란피 혈소판수혈






아기의 왼쪽 엉덩이 위에는 큰 거즈가 붙어 있었다. 자기 몸무게만큼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시술 부위 아래에 대고 4시간 이상 누워있어야 지혈이 된다고 한다.


어렵지 않았다. 힘들어서인지 돌아와서 오후 내내 잤다. 그리고 곧이어 빨간 피도 수혈받았다. 몇 시간 사이에 노란 피와 빨간 피를 모두 수혈받은 것이다.


골수검사 후 자세한 결과는 1~2주 정도 걸리지만 중요한 결과는 몇 시간 후 나온다고 했다. 왜 열이 내리지 않는지, 희귀한 질병인지 아닌지 확실히 알려고 골수검사를 했을 뿐이었다.


얼른 결과를 듣고 퇴원하기만을 기다렸다.






오후 늦게 심각한 얼굴로 낯선 의사 선생님이 찾아오셨다.


“어머니. 윤우는 급성 백혈병입니다. 어떤 종류의 백혈병인지는 정밀 검사를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백혈병은 맞기에 바로 치료해야 합니다.”


덧붙여 초기에 빨리 발견해서 다행이라고도 하셨다...


검사 결과가 잘못된 게 아닐까?

꿈일까?

몰래카메라일까?

드라마 속 한 장면인가?

백혈병이라니?

멀쩡하던 아이가 갑자기 백혈병이 될 수 있나?

오진으로 안 해야 할 항암 치료를 하게 되는 건 아닐까?

미친년처럼 심장이 널뛰고 눈물이 났다.


이제 곧 퇴원하겠거니 생각했는데, 산 넘어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소아혈액종양 환자들이 있는 소아암병동으로 전실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그곳은 일반 소아입원실과 분위기가 정말 달랐다. 면역력이 약한 암환자들에게 맞춰진 제한구역이었다. 막내와 나는 여기서 최소 한 달을 살아야 한단다.


다음 날 담당교수님께서 오셔서 정확한 병명은 B세포 급성림프모구성 백혈병’이라고 하셨다.


백혈병은 종류가 많다. 크게 골수 쪽과 림프구 쪽으로 나뉘고 급성과 만성으로 나뉘며 각각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정보가 너무 많이 쏟아지고 마음은 따라가질 못 했다. 울고 또 울었다.


“진짜 백혈병이 맞나요? 멀쩡한 아이가 항암 치료를 받는 건 아닐까요?”


믿어지지가 않아서 여러 번 물어봤다. 피검사 수치가 어떠니 골수가 어떠니 하는 말들이 거짓말 같았다. 눈에 보이는 증거가 아니라서 더 믿기가 어려웠다.


노란 피와 빨간 피를 어제 수혈받고 또 받아야 하는 내 아가.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


옛날과 다르게 백혈병은 완치될 수 있으며 정해진 치료 일정이 있다고 한다. 그 첫 번째는 ‘관해 유도’이다. 약 1달간 몸속의 나쁜 세포를 다 죽이는 항암치료이다. 1주일간 스테로이드제 약을 복용하고, 약 3주간 항암제와 병용해 사용한 뒤, 한 달 뒤 골수검사를 해서 효과를 확인한다.


앞으로 수많이 해야 하는 각종 검사와 항암치료를 잘 견뎌내 주길...


입퇴원을 반복하며 약 3년은 치료를 해야 하며 소아백혈병은 80%의 완치율을 보인다고 한다.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지만, 이 여정의 끝에 건강히 뛰어노는 미래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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