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해유도요법이 시작되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_06

by 빨간나무

연말연시를 병원에서 보냈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백혈병을 진단받은 순간부터, 아이를 잃을 것 같은 두려움에 그저 눈물만 흘렸다. 몰랐기 때문에 더 무서웠다. 어떻게 치료하는지, 얼마나 치료해야 하는지,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어두운 구렁텅이 앞에 멈춰 선 기분이었다.



그런데 의료진의 전문적인 설명과 처치, 병원에서 나눠준 안내자료, 인터넷을 통해 조금씩 알아가면서 불안보다 희망이 생겼다. 특히 같은 병동 보호자들과 나눈 이야기는 큰 위안이 되었다. 더 린아이들도 이 길을 지나왔다. 나도, 셋째도, 할 수 있다!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ALL)이라고 불리는 이 병은 항암약물 투여를 통한 화학요법으로 치료한다.


처음 한 달은 ‘관해유도요법’ 기간이다. 항암제를 투여해 백혈병 세포를 5%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이다. 목표 달성 시 ‘완전 관해’를 획득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암세포뿐 아니라 건강한 세포도 함께 사라지기 때문에 골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혈액 수치가 바닥을 치고, 감염에 취약해지며, 각종 부작용을 겪게 된다고 했다.





틈날때마다 공부를 했다...




스테로이드 약을 1주일 복용한 후 본격적인 항암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항암제의 이름이 어려웠지만 나중에는 술술 말할 만큼 익숙해졌다.



첫날 '빈크리스틴'은 15분, '다우노루비신'은 2시간 동안 천천히 들어갔다. 투여 전에 구토 방지 주사를 맞았다.


주사액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늘 연결되어 있는 수액처럼 투여되었다. 아이는 평소처럼 물을 마셨고 기분도 괜찮아 보였다. 다우노루비신 때문에 소변이 주황색이긴 했지만, 큰 이상은 없었다. 긴장되고 떨렸던 것에 비해 바로 반응이 나타나진 않았다.




빨간 항암제(다우노루비신) / 관해유도요법 항암치료 투약설명서





다음날은 엉덩이에 항암 주사를 맞았다. 짧게 울었지만 잘 버텼다.


하지만 분명히 어제보다는 몸이 더 불편한 것 같았다. 원래도 자주 울고 보채던 터라 구분이 쉽지 않았지만, 잘 놀다가도 표정이 변하며 고사리 같은 손을 내게 뻗어 안겨왔다. 마음이 찢어졌다. 말하지 못해도 ‘엄마, 너무 불편하고 아파요.’라고 표현하는 것 같았다.


내가 대신 아파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 먹는 약이 여전히 많다. 스테로이드, 위 보호제, 혈압약, 변비약까지. 먹일 때마다 전쟁이 따로 없다. 울면서 고개를 젓고, 쓴 맛에 토를 했다.


투약할 때마다 ‘너를 살리려고 먹이는 거야.’ 속으로 되뇌었다. 시간이 지나자 토하지 못하고 삼키도록 내게도 요령이 생겼다.




스테로이드의 부작용 때문인지 아이는 식욕이 생겼다. 새벽에도 깨어 까까를 달라고 울곤 했다.


병원에서 제공되는 살균 소아밥 외에 다른 음식이 금지되고, 먹을 수 있는 것은 밀봉된 가공식품뿐이다. 텅 비어있는 휴게실에서 새벽 3시에 과자를 먹이고,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수차례 떨어져 내렸다. 건강을 되찾으려고 왔는데, 가공식품으로 허기를 달래는 모습이 아이러니했다.


게다가 항암제의 부작용으로 변비까지 와서 6일에 한 번씩밖에 변을 보지 못하고 있다. 많이 먹는데 배출이 안되니 배가 꽤 부풀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건, 2주째 걷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억지로 운동을 시키려고 하면 “아파.”라며 주저앉았다. 겨드랑이를 잡아 일으켜 세워도 한 발자국을 내딛기조차 힘들어했다.


아프기 전에는 뛰어다니며 장난을 쳤는데 이제는 혼자 일어서지도 걷지도 못하고 있다. 다리는 점점 앙상해지고 배와 얼굴은 부풀어 올랐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골수검사와 척수 항암으로 인한 통증, 또는 암세포가 다리로 퍼졌을 가능성 등을 언급하시며 지켜보자고 하셨다.


이렇게 아이가 외적으로도 내면도 모두 다른 사람처럼 바뀌어가고 있다. 내 마음은 매 순간 타들어가,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제발, 이 독한 약들을 잘 견뎌내고 ‘완전 관해’에 도달해서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으며, 오늘도 아이를 안아서 다녔다. 힘내 아가야. 정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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