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육아 1달 째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_10

by 빨간나무



항암 치료로 나쁜 세포뿐만 아니라 좋은 세포들까지 사라지며 면역력이 완전히 바닥나고,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났다.


막내는 열이 났다. 축 쳐져서 안아달라고만 했다. 이틀마다 채혈과 소변검사, 엑스레이 검사를 반복했고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해 계속 항생제를 투여했다.


갑자기 기침과 콧물도 생겨 증상에 맞는 약을 하루 세 번씩 추가로 먹여야 했다. 약을 먹일 때마다 막내는 “약, 아니야!” 하며 고개를 젓고 울음을 터뜨렸다.


고혈압 쇼크를 겪은 이후라 심전도기도 붙이고 있었다. 수혈을 받는 줄, 항생제가 들어가는 줄, 수액이 들어가는 줄과 함께 심전도기에서 나온 여러 개의 줄이 작은 몸과 연결되어 있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스티커를 떼고, 줄을 빼라고 떼를 부리는 아이를 안아주면서 한숨이 나왔다. 잘 치료가 되고 있는건 지 모르겠다. 그저 절망이었다.


케모포트 삽입 수술을 한 지 2주 뒤 실밥을 제거하였다. 인턴 선생님이 작은 칼로 실밥을 탁탁 끊었다. 처치실에서 아픈 경험이 많았던지라 무얼 하는지도 이해하지 못한채 그저 울고 버팅기는 아이를 꽉 잡고서 살을 자르지 않도록 협조해야 했다.


다행히 실밥은 빠르게 끊어냈고 꽂혀있던 바늘을 빼고 새 바늘을 꽂았다. 울음이 멈추지 않았다.


병원에 있는 동안 막내에게는 아픈 일들만 가득했다. 고문하듯 억지로 약을 먹이고, 매일 팔 주사에 이틀마다 허벅지 주사를 맞고, 실밥 제거와 바늘 교체, 발열과 채혈 검사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런 고통 속에서도 우리는 잘 견뎌냈다.



그러던 중 관해 3주차가 되자 마침내 변화가 찾아왔다. 무려 7일간 이어진 고열이 드디어 사라졌다.


발열이 멈추고나서 혈액수치들 중 특히 호중구

(Absolute Neutrophil Count) 수치가 급격히 상승했다. 호중구는 백혈구 중에서 세균과 싸우는 최전선 군대이다.


막내의 호중구 수치는 열흘 정도 0 근처에 머물렀다. 매일 맞던 촉진제 주사도 효과가 없는 듯 보였다. 그러다 60에서 740으로, 거기서 또 2470으로 하루하루 수치가 튀어올랐다.


백혈구와 혈소판도 함께 상승했다. 혈색소는 아직 낮아 수혈을 받았지만 회복되고 있다는 희망이 보였다.







한편 스테로이드 약은 하루 11ml에서 2ml씩 감량되어 3주차에는 4ml를 복용 중이다. 4주라는 관해 치료가 끝나면 완전히 끊을 수 있도록 서서히 줄여나간다고 했다.


스테로이드는 백혈병 치료에 꼭 필요한 약이지만 효과가 센 만큼 부작용이 크다. 얼굴은 달덩이처럼 부어올라 다른 아이처럼 보였고, 식욕이 폭발해 어른 밥 한 공기와 고기 한 접시를 먹고도 우유 200ml를 또 먹어댔다. 새벽에 깨서도 “까까, 까까.”하고 간식을 찾았다.


걷지 못한 다리는 근육이 빠져 얇아지고 안겨만 다녀서인지 대변도 보지 못하는데 너무 잘 먹으니 걱정이었다.



약 부작용으로 하루 종일 먹고 있다...



이 와중에 병원 생활은 점점 익숙해졌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와도 막내가 잘 기다려줬다. 나는 5분 샤워로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였다. 열이 내리자 웃음이 늘었다. 간호사 선생님과 병동 친구에게 인사를 하며 아프기 전 본래의 모습이 조금씩 보이고있다. 새벽에 등 센서가 울려 쪽잠을 자고 한 달 넘게 걷지 않아 걱정되지만, 호중구가 올라가면서 열이 나지 않아 울 일이 줄어들고 하루하루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이제 관해 마지막 주를 앞두고 있다. 다음 주 골수검사를 통해 암세포가 5% 미만이면 관해 도달이다. 그때가 되면 잠시 퇴원하게 된다.


병원 생활이 벌써 한 달을 넘겼다. 아이들이 보고싶고 집이 그립지만, 막내가 잘 이겨내고 있으니 나도 조금만 더 힘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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