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아이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_16

by 빨간나무




12월부터 3월까지,

두 번의 골수검사,

여섯 번의 전신마취,

열여섯 번의 수혈,

마흔세 번의 항암치료,

칠십육일 중 쉰다섯 일을 병원에서 보냈다.


모든 것이 낯설었고, 치료 과정은 가혹했다. 그런데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앞으로도 여러 번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3년가량 치료를 받아야 한다. 셋째를 살리기 위해서는 미룰 수도, 선택할 수도 없이 하라는 대로 따라야 했다.



하지만 내게는 돌봐야 할 아이들이 더 있다.


막내의 투병으로 길게 병원에 머무르게 되면서 우리는 이산가족이 되었다. 졸지에 엄마와 떨어져 남겨진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했다.


이렇게 길게 떨어져 있었던 적이 없었다.. 우리는 연말연시를 함께하지 못했다. 크리스마스도, 첫째의 종업식과 새 학기도, 둘째의 입학식도, 심지어 첫째의 생일에도 엄마는 없었다.


39일간의 긴 입원 생활동안 막내의 곁을 꼭 지켜야 했기에...


매일 영상통화를 해도 그리움은 채워지지 않았다. 사무치게 보고 싶었고, 병실 문을 열고 뛰어나가 껴안고 싶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아이들을 잊고 살기도 했다.


첫째가 학원 이야기를 해도, 둘째가 보고 싶다며 전화를 걸어와도, 막내의 상태가 좋지 않거나 내 몸이 지쳐 있으면 그 말들을 온전히 받아줄 여유가 없었다.


생사를 오가는 긴박한 순간들 속에서 오직 셋째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8살이었던 첫째는 9살이 되었고, 5살이던 둘째는 6살이 되었다. 2023년이 가고 2024년이 되었다.




나의 보물 아들 셋


작년 여름 사진을 꺼내보며 약속했다. 다 나으면, 함께 여행을 가자고.



병동이라는 세상 안에서 바깥세상을 잊고 사는 동안에도 남겨진 아이들은 묵묵히 잘 자라주었다.


다행히도 내가 없는 동안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돌봐주셨다. 아빠와도 많은 추억을 쌓았다. 덕분에 나는 막내에게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아픈 동생과 그로 인해 변해버린 가정에서 아이들이 어느새 많이 자라 있었다.


동생에게 엄마를 내어주고, 동생이 먹지 못하니까 자신들도 아이스크림과 딸기를 끊어주었다.


무엇이든 양보하고 져주며 조용히 견뎌주었다.


백혈병이라는 낯설고 어려운 단어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준 아이들에게 너무 고마웠다.


원한 적은 없지만 이렇게 흘러가버린 시간을 묵묵히 견뎌줘서 기특하고 대견하다.



언젠가, 지금의 모든 일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때가 오면 꼭 말해주고 싶다.


너희들 덕분에 동생이 잘 나았노라고.

꼭 말해줄 것이다.



얼른 그날이 오기를 오늘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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