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아도 괜찮아_15
백혈병 진단을 받은 이후, 수혈은 일상이 되었다.
혈액 속 암세포가 많아지면 스스로 조혈하는 능력을 잃는다.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항암제를 투여하면 정상세포들까지 모두 죽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혈액암 환자들의 혈액 수치들은 처참하고, 이를 도와주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문제와 즉결된다.
따라서 매일 같은 시간에 채혈을 하여 혈액수치를 체크하고 수혈 여부가 결정된다. 코피, 낙상, 출혈, 혈뇨, 혈변 등과 같은 증상이 생기면 일과 중에도 다시 채혈하여 급히 수혈을 받기도 한다.
나는 지금껏 살면서 수혈을 받은 적이 없다. 크게 다친 적도 없다. 그래서 수혈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생명이 위급할 때 빨간 피를 수혈한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내 아이가 수혈을 받게 되고 내가 아는 세상은 바늘구멍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이가 아프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것들이다.
빨간 피뿐 아니라 노르스름한 피(혈소판)와 혈액 속 단백질(알부민) 등도 적으면 수혈을 받아야 한다.
처음 보는 색의 혈액팩이 배달되어 아이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처음 듣는 낯선 용어들이 익숙해지기까지 얼마나 울었던가.
그러던 중 7주 차 항암치료가 진행되며 15번째 수혈을 받게 되었다.
혈색소 수혈은 약 2시간이 걸린다. 혈액팩을 폴대에 걸고 병동용 유모차로 산책을 하거나 장난감으로 놀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아이가 보채기 시작해서 자세히 살펴보니 귀가 부풀고 눈가가 빨갛게 부풀었다.
마스크를 벗겨보니 보이지 않던 부분이 울긋불긋 부어올라 있었다. 귀, 팔, 다리, 배… 온몸에 반응이 나타났던 것이다.
간호사 선생님께 즉시 말씀드리고 바로 항히스타민 주사를 맞았지만 가라앉지 않았다.
발진은 급속도로 커져 온몸을 뒤덮고 계속 긁으며 울었다. 얼굴이 퉁퉁 붓고, 귀는 평소의 두 배쯤 커졌다.
추가로 스테로이드 주사가 투여되었다. 목이 부어올라 호흡이 힘들어지거나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들었다.
그래도 입원 중이라 다행이다. 계속해서 의료진이 살펴봐 주셨고 시간이 지나니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동안 수혈받을 때 아무 이상이 없었기에 정말 놀랐다. 매번 수혈받는 중간에 열과 혈압을 재고, 피부 상태도 수시로 살피는데... 아기가 말을 잘 못 하고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발견이 늦었다.
미안했다. 더 늦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위안해 보지만 괜찮아질 때까지 심장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같은 경험을 했던 보호자들이 경험을 나눠주었다. 수혈을 많이 받을수록 부작용이 나타나는 빈도가 잦다고 한다.
전처치 주사를 두 번 맞고도 부작용이 생기면 이후에는 필터를 달고 속도를 늦춘다고 한다. 심하면 엉덩이 주사도 맞기도 한다고.
막내도 그 뒤로는 무조건 전처치 후 수혈을 받기로 되었다. 한번 반응이 있으면 또 그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란다. 앞으로는 더욱 잘 살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매번 입원할 때마다 무사히 치료를 받고 퇴원하자고 기도하게 된다.
금식과 수면 부족은 감내할 수 있지만, 열이 나고 수혈 부작용까지 겪을 땐 정말 마음이 무너진다. 평범한 하루가 더욱 간절해진다.
오늘도 정말 고생했다.
혈액병원에는 매일 수혈을 받는 아이들이 많다. 하루에 여러 팩을 받는 아이도 있다. 수혈을 받아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구해주시는 모든 헌혈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