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걷는 기적_05
첫째가 다쳤다.
킥보드를 타다가 돌에 걸려 넘어졌다. 벗겨진 피부 속으로 연한 살이 보였고, 계속 피가 송골송골 맺혀 흘러나왔다.
의외로 첫째는 울지 않고 의연했다. 따갑긴 하지만 견딜 만하다고 했다. 넘어진 장소 바로 앞에 약국이 있었고, 약사님은 병원에 가보라고 권유했다.
“꿰맬 정도는 아니지만 흉터가 남을 것 같습니다. 걱정되면 외과에 한 번 가보세요.”
의사 선생님께서 소독 후 드레싱을 해주었고, 먹는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매일 소독하고 새 밴드로 교체하며 지켜보았다.
1주일쯤 지났을 때 상처가 어딘가에 부딪혀 피가 다시 났다. 이번에는 정형외과를 방문하여 소독과 드레싱을 받았다. 다친 부위 주변이 붉어진 것을 보니 아직 완전히 낫지 않은 상태라며 항생제를 추가로 처방받았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아홉 살인 맏이는 스스로 밴드를 잘 붙여 내 손이 덜 간다. 이후로 킥보드를 탈 때 더욱 조심시키고 있다.
막내와 함께 입원해 있을 때, 둘째가 아프다는 전화를 받았다.
열이 나고 기침이 심하며 쿨럭거리는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단체 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항암치료 중인 막내의 면역력이 매우 낮아서 각별히 조심해야 했다. 막내가 퇴원하기 전에 둘째는 빨리 나아야 했다. 시부모님께서 최선을 다해 돌봐주셨다.
내가 돌아와 보니 항생제와 기침약, 기침패치, 네블라이저 약 등 약봉지가 한가득이었다.
집에서는 막내를 제외한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생활했으며, 잠자리를 분리해 재웠다.
나 역시 둘째와 셋째를 번갈아 돌봐야 했기에 감기 매개체가 되지 않도록 잠잘 때도 마스크를 썼다. 시간이 지나면서 둘째는 차츰 나아졌다.
이제 아이들이 아플 때 나의 생각은 두 가지로 귀결된다.
첫째는, 이까짓 일은 대수롭지 않다.
기침, 열, 각종 염증, 바이러스, 골절, 상처, 독감, 폐렴, 수족구, 구내염 등 질병들이 어느 순간 하찮게 여겨지고 있다.
재발도 하지 않는 일회성 병일뿐이다.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데 호들갑을 떨 필요가 있을까.
“그 정도 아프면 뭐 어때서? 나을 텐데 무슨 대수랴.”
둘째, 설마 백혈병은 아니겠지 하는 걱정이 든다. 인터넷에서 아픈 아이의 증상을 묻는 글을 보면, 저 아이도 백혈병은 아니겠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대부분은 아니다.
소아 백혈병의 발병률은 10만 명 중 3~4명으로 매우 희귀하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이런 생각을 멈출 수 없다.
끓이거나 살균 포장된 음식만 먹일 수 있고, 그마저도 일회용 장갑을 끼고 먹거나 살균 소독된 수저를 이용해야 한다. 과자 같은 간식은 일회용 용기에 소분해서 먹고, 개봉 후 4시간이 지나면 폐기하고 있다.
소독제를 달고 살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병균을 걱정하고, 작은 상처나 발열에도 감염과 패혈증을 의심해 심각한 검사가 진행된다.
투병 중에는 합병증과 후유증이 생기고, 전이나 재발이 된다면 긴 시간 싸워야 하며 결국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막내가 진단을 받은 뒤, 이 세상 모든 아픔과 슬픔의 기준이 소아암병동의 세계가 되었다.
대부분의 상처나 병은 ‘별것 아닌 일’이다. 아무리 후하게 평가해도 기준점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이런 생각들이 나를 더 굳세게 만들기도 했지만,
동시에 세상을 더 무심한 눈길로 바라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