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걷는 기적_04
헌혈과 수혈은 막내의 투병 전까지 내 삶에서 전혀 몰랐던 일이었다. 부끄럽게도.
혈액암 환자들에게 수혈은 필수적이다. 원래 골수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아 정상 혈액세포가 부족한데, 항암치료로 인해 정상 세포도 죽기 때문이다.
매일 새벽 혈액검사를 통해 수혈 여부가 결정되며, 막내도 20번 가까이 수혈을 받았다. 혈액형에 맞는 피가 병원에 배달되면 수액 줄에 연결되어 가슴의 중심정맥관으로 투여된다.
처음 수혈을 받았을 때가 생각난다. 성모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혈색소가 5라며 지금 아이는 교통사고로 과다출혈을 일으키는 것과 같다고 설명해 주셨다.
건강한 사람의 기준은 13이다. 생각지 않은 상황에 심장이 내려앉았다. 수액 맞듯 피를 받으면서 안전한지, 에이즈 등 병균이 옮지 않을까 하는 온갖 걱정이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수혈은 밥 먹듯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생각해 보면 정말 감사한 일이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많은 분들이 우리 아이를 살려주었다.
병동에는 하루에도 여러 번 수혈을 받는 아이들도 많았다. 수혈은 항암치료 중 생명을 연장하는 지지요법이다.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에 나도 헌혈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아이를 돌보느라 헌혈의 집에 가기가 쉽지 않았다. 건강할 때 가야 하는데 내 몸도 아프고 힘들어 시기를 맞추기 어려웠다.
그러다 드디어 내 생애 첫 헌혈을 하게 되었다.
전자문진과 손끝 채혈로 적합 여부를 검사한 뒤 헌혈하고, 휴식을 취하는 순서였다. 헌혈 기준으로는 혈색소 12 이상, 여자 몸무게 45kg 이상, 감기약 복용하지 않은 상태, 바이러스나 항체 검사 통과 등이 있다.
나는 전혈 헌혈을 했고 실제로 3분가량 피를 뽑고 15분 정도 휴식했다. 생각보다 간단하고 빨리 끝났다. 전혈이 아닌 성분헌혈은 1시간 넘게 걸리고 더 까다롭다고 한다.
작은 혈액팩이 채워지는 동안 뻐근함, 차가움, 저림 같은 감각이 느껴지면서 갑자기 눈물이 났다. 병동에서 보던 생명의 주머니에 나도 동참하고 있다는 뿌듯함 때문이었다.
이런 과정을 겪어주는 분들 덕분에 막내가 버텨내고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감사하고 뭉클했다.
프로모션에서 ‘기부권’을 골라 단체에 1만 원이 기부되도록 했다. 과자, 이온음료, 헌혈증, 열쇠고리 등을 받았고 이온음료는 바로 마셨다. 지혈밴드를 붙이고 더 휴식을 취했는데 어지러움 없이 괜찮았다.
건강한 사람에게 헌혈은 삶의 1순위가 아니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방문하고 약간 괴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소정의 사은품이나 봉사시간은 있지만 금전적 혜택이나 당장 눈에 보이는 이득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환자들에게는 생명이 걸린 문제다. 병동에서 그 절박한 순간들을 많이 접했고, 우리 아이도 그렇게 살아났기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또한 여전히 힘겹게 투병 중인 아이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기에 앞으로 2달 간격으로 1년에 최대 8번까지 헌혈할 계획이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