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의 요소들

by 수나로이


240820~240821 자유인스테이(안산)


# '편안하다'라는 단어는 단순히 당사자가 편안함을 느낀다고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내 생각에 '편안하다'라는 단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편안함을 주는 분위기, 편안함을 주는 소재, 주체가 스스로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가 그것이다.

이 세 가지가 요소가 결합해야 비로소 '편안하다'가 탄생한다.

가장 먼저 편안함은 느끼는 것이기에 주체가 있어야 한다. 이 주체가 본인이 어떤 환경에서 편함을 느끼는지 알아야 한다. 어떤 이는 술집에서, 또 다른 이는 책방에서, 혹은 백화점에서 편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체 본인이 어디서 편함을 느끼는지 알았다면, 그 장소에서 풍기는 분위기도 중요하다. 예컨대, 같은 술집이라도 바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포장마차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 각각 좋아하는 장소의 분위기가 다른 탓이다.

마지막은 소재다. 어떤 사람은 심신의 편함을 위해 디퓨저와 같이 향을 중요시 하는 사람이 있을 테고, 또 어떤 이는 책과 같이 어떤 특정 물건을 지니고 다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저마다 장소와 관계없이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기 마련이다.

이 세 가지가 합쳐지면, 비로소 우리 몸과 마음은 '완연히' 편안하다고 느낀다.

자유인스테이가 그런 곳이었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 수 있는 멋진 스피커와 좋아하는 분야의 책들 그리고 이를 읽기에 적당한 조명들까지. 여기까지만 해도 편안한데, 심지어 평소에 늘 사고 싶어서 눈여겨보고 있었던 소재의 탁자와 의자까지. 나의 드림하우스였다.

자유인스테이 역시 기획자인 호스트가 자신의 취향을 꾹꾹 눌러 담아 만들었다고 한다. 어쩜 이리 나랑 취향이 같은 사람이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덕분에 새로운 장소인데도 1시간도 되지 않아 편안함을 느꼈다. 집보다 더 우리 집 같았다. 정확히 말하면, 내 집이길 바랐다.

처음으로 현장에서 1박 연장할까는 생각이 들었다.

땡볕 더위가 이어지다가 도착하니 번개가 치고 비가 내렸지만, 그마저도 낭만적이었다.

나만의 세계의 정점을 찍어주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 왔던 북스테이 중 위치는 가장 형편없었다.

주위 경치가 뛰어나게 아름다운 것도 아니었다. 예쁘기는커녕, 주위에 먹을 식당 하나 없어 모든 끼니를 편의점에서 해결해야 했다.

더불어 특별히 주인이 친절한 것도, (그렇다고 불친절하신 것도 아니었다) 조식이나 석식을 대체할 수 있는 특별한 서비스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또 책이 다양한 것도 아니었다. 정확히 28권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을까.

같은 취향이 주는 공간의 힘이었다.

취향의 힘은 이렇게나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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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품 하나하나 마음에 들었다. 모두 내 취향이었다. 그래서 9평밖에 되지 않는 공간이었지만, 샅샅이 작은 글씨까지 다 읽어나갔다. 그러다 발견한 모래시계.


거꾸로 뒤집으니 검은색 모래가 쏟아졌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이유는 모르겠다. 모래시계를 보는 순간 바로 울컥했다. '왜' 울컥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모래가 떨어지는 것이 서러웠다. 흐르는 모래가, 정확히는 시간이 나를 벼랑으로 모는 듯했다.


자유인스테이는, 이 공간에서 만큼은 도파민에서 대피해 자유롭게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런 만큼, 이 공간에 있는 모래시계는 긍정적인 의미일 텐데... 나에겐 서글프게 다가왔다. 그 모래시계만큼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흐르는 모래로부터 도피하고 싶었다.

북스테이란 곳이, 내겐 주로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찾는 안식처였기에 여태까지 그곳에서 이런 감정이 든 적은 없었다.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이 감정을 뒤로하고 책을 들었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처럼 이끌린 책은, 한병철 작가의 '시간의 향기(머무름의 기술)'.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이 시작하고 '삶의 가능성들' 사이에서 불안하게 우왕좌왕한다. 그것은 바로 그들이 단 하나의 가능성을 완성하고 마무리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구절을 읽는 순간에 학창 시절 과학시간 이후, 처음 본 모래시계를 보고 먹먹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방문했을 당시, n잡러로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었다. (물론 n잡러가 잘못됐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들을 존경한다. 단지, 개인적으로 내 마음속에 진정으로 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긴 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깊이' 하지 못했다. 그것이 항상 마음속에 걸렸다. 내 머리 안에 작은 돌덩이가 있어 자꾸 굴러다니는 듯한 느낌을 자주 받곤 했다. 그 이유는, 내 삶을 충만하게 해 준 일을 '깊이'있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 문구 덕분에 그제야 알아차린 것이다. 트리거가 된 셈이다.


당신이 하고 있는 어떤 일이, 삶을 충만하게 해 준다면 그것은 '나'를 '나'답게 해주는 일이다. 그러니 감사하게 여기며 깊게 파고들기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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