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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 죽이기 (2)

최후의 승자

by Outis

주의: 전편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이야기는 정말 그야말로 아무 헛소리도 올려도 된다는 '살롱 드 아무말'의 취지 그 자체입니다. 따라서 읽으실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Previously on 'To Kill a Perso..(시작이나 해!) 넵.





커리어: 우리에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요.


이야기꾼: 그게 뭐죠?


커리어: 바로 '저자'예요!


오타쿠: 왜, 왜 나를 가리키냐능?!!


나머지: Aㅏ~ (바로 납득한 표정)


오타쿠: 그 반응들은 뭐냐능!


이야기꾼: 일단, 그 말투 거슬리니까 자제해 주시고요.


오타쿠: 네.


이야기꾼: 과연.. 그렇군요. 커리어의 말뜻이 이해가 됩니다.


오타쿠: !! 어째서요?


커리어: 그쵸? 저자 때문에 하루 종일 주구장창 일본 노래만 듣고 있다고요. 일어랑 영어가 얼마나 다른 언어인데요. 전혀 도움이 안 된단 말이에요! 그렇다고 일어 실력이 유창한 것도 아니고요.


오타쿠: HA?!


시니컬: 저거 봐라, 저거. 일어식 감탄사가 아무렇지도 않게 막 나온다. 아, 쪽팔려.


나머지: (웅성웅성) 그렇네. 확실히 쓸모가 없어.


오타쿠: 잠깐잠깐! 지금껏 내가 얼마나 큰 공헌을 했는지 다들 잊은 모양인데!


나머지: ?


오타쿠: 너희들....... 내 덕분에 자막 없이도 애니를 볼 수 있는 거라고!


나머지: ...... 그냥 오늘은 쟤로 정하고, 우리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 일어나시죠. (주섬주섬)


오타쿠: 자, 잠깐만요;; 기다려요;;; 나 진짜 알고 보면 쓸모 많다고요 ㅠㅠ 사실 이야기꾼 당신도 내가 듣는 음악에서 영감 많이 얻잖아요.


이야기꾼: 그야.. 놀랍게도 사실이네요?


오타쿠: 그리고 음울했던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한줄기 빛이 바로 덕질이었던 거, 다들 정말 잊었어요? 내 덕질 덕분에 이 '인간'이 아직 살아있는 거라고요.


나머지: (웅성웅성 끄덕끄덕) 그건 그래.


이야기꾼: 정말, 의외의 장점이 있었군요.


오타쿠: 그렇단 말이다! 덕질을 무시하지 말라고!!


이야기꾼: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니까 오타쿠는 그만 제쳐두고, 그럼 다음 분은... 아.


아이디얼: 아, 드디어 제가 나설 차례인가요?


시니컬: 으헉! 맞다, 저놈이 있었지..!


아이디얼: 잔혹한 세상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저는 사랑과 정의의 메신저. (시니컬: 우웩!) 평화를 노래하는 이상주의자, 아이디얼리스트. 줄여서 '아이디얼'입니다.


이야기꾼: ... 화려한 자기소개 감사합니다. 그럼 토론을 시작해 볼까요.


시니컬: 저놈이야! 저놈으로 해! 다들 저놈을 찍어!


아이디얼: 이런이런.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음해는 사절이에요. 여러분, 저야말로 어둠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인격이란 것, 모르시나요? 어둠의 반대는 빛, 빛의 또 다른 이름은 희망, 희망의 빛을 발하는 것은 사랑. (시니컬: 으아아아~ 그마안!!) 사랑의 힘을 믿는 저는 희망, 즉 빛의 수호자!


시니컬을 제외한 나머지: 어...... (시니컬: 저놈이야말로 진짜 위험한 놈이라고!)


아이디얼: 여러분. 비록 우리가 멸망을 앞두고 있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아서는 안 돼요. 자, 저를 믿고 일어나세요. 저와 함께 어둠에 대적합시다.


시니컬: 뭘 어떻게가 없잖아! 무조건 희망, 사랑 타령만 하면 뭐가 해결되냐!


아이디얼: ... 그렇죠. 세상은 춥고 어둡고 잔혹한 곳. 그렇기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이 있답니다. 바로 우리 마음속의 촛불이에요~ (샤라라)


이야기꾼: (돌이 된 시니컬을 치우며) 실제로 어떻게 쓸모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밑도 끝도 없는 믿음 하나만은 인정해야 할 거 같군요. 흐음, 그럼 이제 한 명씩 다 본 건가요?


커리어: 저기, 저분들은...


이야기꾼: 아, 저분들은 예외입니다. '엄마'와 '주부'는 현재 꼭 필요한 역할이니까요. 그저 참관인 정도로 모셨습니다. 아참, 그러고 보니 아직 안 오신 분이 한 명 계신데...


시니컬: 누구야 그게? 이런 상황에서 늦다니 제정신이야? 그냥 그 지각한 놈으로 하자고.


이야기꾼: 안되죠. 그분에게 변론의 기회가 없었으니까요.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할 수 없군요. 이번엔 그분 빼고 우리 중에서 정하도록 합시다.

방법은 아주 간단해요. 제가 셋까지 셀 동안 머릿속에 제일 쓸모없다 생각되는 인격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자, 준비되셨죠? 하나, 둘, 셋!


...... 쿨럭! 어, 어째서..?


커리어: 어머, 다들 같은 생각이었군요?


아이디얼: 후훗, 그러게요. 평화롭게 해결되어서 참 다행이에요.


이야기꾼: 이럴 수가... 제가, 제일 쓸모가 없다고요?


시니컬: 뭘 그렇게 놀라? 육아와 가사를 제외하고 제일 많은 시간을 쓰는 주제에, 아무 실적도 못 내는 건 바로 너잖아.


오타쿠: 바이바이라능~


이야기꾼: ... 흐흐흣. 하하하.


게스트들: 뭐야, 왜 저렇게 웃어? 기분 나빠.


이야기꾼: 멍청한 놈들! 내가 처음에 말한 걸 그새 잊었나 보군? 이 공간은 내가 만든 것, 따라서 내가 없어지면 여기도 사라진다고!


게스트 전원: ?!!!!


이야기꾼:배신자들아, 어디 한번 실컷 발악해 봐라! 너희도 곧 내 뒤를 이어 소멸될 거니까! 아하하하! (스르륵)


커리어: 어떡하죠? 공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우리가 여기서 빠져나갈 확률은.. 제로라고요!


시니컬: 이런. 이렇게 어이없이 뒤통수를 맞을 줄이야.


아이디얼: 걱정 마세요, 여러분.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아요.


시니컬: 넌 아직도 희망 타령이냐? 지금 무슨 희망이 남아 있단 건데!


오타쿠: ... "희망은 남아 있어. 그 어떤 때라도."


아이디얼: 오? 좋긴 한데, 어디선가 들어본 거 같은데요?


시니컬: 이런 상황에서까지 애니메이션 대사 드립 치지 말란 말이야, 이 오타쿠야!!!


전원: 으아아아아아아!!! (스르륵)







결국 회의장에 모인 모두가 소멸되고, 그로부터 하아안참 뒤이이이이에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으니.


??: 아, 좀 늦었네. 여기 어디쯤이라고 했는데...... 대체 어디 있는 거야?


회의에 늦는 바람에 운 좋게 화를 면한 인격.

마지막 남은 단 하나의 희망.

그 이름은...




'게으름'.




판도라의 상자에 희망이 끝까지 남아 있었던 건 그저 게을렀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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