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우타다 히카루
봄이다.
봄 하면 떠오르는 것.
꽃. 특히 벚꽃.
새 학기. 두근거림.
그리고
첫사랑.
오늘 Jpop에 대해서 얘기하다가 '우타다 히카루'의 노래 <First Love>를 다시 들었다.
'마지막 키스는 담배맛이 났어요'로 시작하는, 15세 소녀가 지은 곡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언젠가 누군가와 또 사랑에 빠지더라도
You are always gonna be the one
'첫'이라는 타이틀을 영원히 가져간 단 하나의 추억.
어쩌다가 15세 소녀의 '첫'사랑은 담배맛으로 끝났을까.
떠올리면 눈물이 나오는데도, 잊을 수 없는 단 하나의 사랑.
뭐 하는 놈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글을 끄적이는 인간이다 보니 글과 관련된 기억이 났다.
문예창작과 출신 친구 덕에 원래라면 만날 일 없을 사람들과 모임을 한 번 가진 적이 있다.
초면의 부끄러움을 내려놓고 슬슬 대화가 무르익어갈 무렵, 주변인들의 재촉에 한 사람이 얘기를 털어놓았다.
씁쓸한 담배연기와 함께. 처음 낸 책에 대한 이야기를.
공동집필이었다. 그와 그의 친구가 주로 글을 맡았고, 다른 지인은 디자인과 출판 관련 일을 알아보았다 한다.
외향적인 성격에 그쪽으로 빠삭한 사람이라 믿고 맡겼다고. 자기들은 원고에만 집중했다고.
처음으로 자신들의 이름을 달고 나올 책 생각에 가슴 두근거리며 정말 열심히 썼단다.
인고의 시간이 지나고, 책이 나왔다.
표지엔 그들의 이름 대신 그 지인의 이름이 박혀 있었다.
그들의 이름은 '외(外)'라는 짧고 경제적인 한 단어 속으로 욱여넣어졌다.
"왜 그걸 그냥 두셨어요?"
유일하게 그 자리에서 그 얘기를 처음 들은 내가 물었다.
"글쎄요. 그게 제 첫사랑이라서?"
피식. 이미 지난 일이라 했다.
책의 첫인상인 표지부터 종이의 감촉까지, 돌이켜 보면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는데도
첫사랑의 기억을 더 이상 추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단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입을 다물었다.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꾹 누르며.
문학이니 책이니 출판이니, 나에겐 그저 딴 세상 얘기였기에 그때의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까딱. 고개 한 번 끄덕일 정도의 무게감이었다.
글도 아닌 뭐를 쓰는 지금, 비로소 그날 그가 왜 그렇게 오랫동안 담배꽁초를 지그시 눌러 껐는지 알 것 같다.
세월이 흘러 이름도 가물가물 기억이 나지 않는 사람의, 제목도 물어보지 못한 책.
누군가의 첫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