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심심한데 잘 됐네요. 나랑 스파이 놀이해요.”
“스파이 놀이요?”
리즈 그린은 눈을 크게 뜨고 오늘 사귄 친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저 귀여운 장난을 꾸미고 있는 악동의 미소였다. 그러나 그녀의 제안은 딱 맞는 열쇠처럼 리즈 그린이 가슴속에 품고 있는 비밀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억압에서 풀려난 망상들이 요새 읽고 있는 서스펜스 소설의 장면들에 스며들어 손에 잡힐 듯한 형상으로 거듭났다. 상상은 놀이로라도 스릴을 느끼고 싶다는 욕망으로 변했고, 욕망은 달려 나가도 된다는 신호를 초조히 기다리는 갈망이 되었다.
“우리가 비밀 요원이 돼서 저 남자와 얽혀있는 거대한 음모를 밝혀내는 거예요. 어때요, 스릴 있지 않아요?”
성냥 머리가 성냥갑을 긁어내려 가는 것처럼, 리즈 그레이의 붉은 입술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이러한 갈망에 스파크를 당겼다. 비밀 요원, 거대한 음모 같은 단어들은 자극에 목말라하는 리즈 그린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그거 재밌겠네요!”
“그렇죠? 그럼 우선 저 사람, ‘스파이’를 감시하고 있는 ‘조직원들’을 먼저 찾아내 볼까요?”
철컥. 끼익. 오래된 호텔은 그 흔한 카드 키 시스템도 없이 열쇠로 객실 문을 열어야 했다. 리즈 그레이가 문을 열자 캄캄한 현관에 어둑한 노란 불이 켜졌다. 그녀가 문을 닫자마자 안쪽에서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늦었잖아. 몸 불편한 할아비를 혼자 놔두고 이 시간까지 어딜 돌아다니다가 온 게야?”
목소리의 주인은 그녀와 함께 온 노인이었다. 그는 창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공원 쪽으로 나있는 창문은 정오의 햇살도 뚫지 못할 정도로 두꺼운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다.
할아버지의 핀잔에 리즈는 눈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녀는 말없이 외투를 옷걸이에 걸고 귀에서 귀걸이를 빼어 화장대 위에 올려놓았다. 그 모습을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보며 노인이 끌끌 혀를 찼다.
“이젠 할아비 말에 대꾸도 안 하는 게냐? 그러면서 밖에서는 착한 척, 헌신적인 척 연기를 잘도 하는구나.”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리즈가 대꾸했다.
“여기 와서 사귄 ‘친구’랑 만나고 오는 거 알고 계셨잖아요? ‘할아버지’야말로 이렇게 늦게까지 안 주무시고 뭐 하셨어요?”
“늙으면 새벽잠 없는 거 모르냐? 게다가 밤에 화장실을 몇 번이나 들락거려야 한다고. 다리도 불편한데 네가 도와줘야지?”
“그런 건 JD(job description, 집무 기술서)에 없었던 거 같은데요.”
코웃음을 치며 한마디 던지고는 리즈는 화장실로 향했다. 잠시 후 말끔히 화장을 지운 그녀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갈색이던 그녀의 눈 색깔이 파란색으로 변해 있었다. 노인이 쿡쿡거리며 웃었다.
“그러네. 여긴 도청장치나 카메라도 없으니까, 좀 편하게 지내볼까.”
느릿느릿 떨리던 노인의 목소리가 점점 또렷한 중년 남성의 목소리로 변해갔다. 리즈가 맞은편 의자에 앉자, 그는 이미 결과가 뻔한 경기에 대해 얘기하듯 물었다.
“그래서, 친구는 어땠어? 당신 예상대로 쓸모가 있던가?”
“네. 우리가 가진 정보를 재확인했어요. 감시인은 총 3명. 한 명이 전담으로 따라붙고 나머지 둘은 유사시를 대비해 사정거리 내에서 대기하고 있더군요.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요.”
“호오? 일반인 치고는 대단한 눈썰미인데?”
“어지간히 무료했던 모양이에요. 작은 시골마을이라 말도 빨리 돌고요.”
“역시. 이 마을 주민 SNS를 죄다 파헤친 보람이 있었네?”
노인은 흐릿한 전등불 아래서 그늘진 리즈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리즈가 그에게 쏘아붙였다.
“그런 식으로 말할 것까진 없잖아요?”
“왜? 난 칭찬하는 건데. 최적의 타깃을 고르기 위한 철저하고 통합적인 분석, 특히 심리 파악과 그 적용은 아무나 못하는 거거든. 역시 CSA가 FBI로부터 등용한 인재다워.”
리즈의 목소리와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날 놀리고 있군요. 나에 대한 뒷조사를 이미 끝낸 거죠?”
“물론이지. 내가 파트너를 주사위 던지듯이 막 고를 거 같아? 이렇게 내 모습을 드러내고서 정부 요원과 함께 행동하는 건 나한테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신중할 수밖에 없잖아?”
“그거 영광이네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위자드 갓’께서 친히 파트너로 써주시다니.”
“위자드 갓? 내가?”
안 그래도 주름이 가득한 노인의 얼굴이 비웃음으로 일그러졌다. 리즈가 어깨를 으쓱했다.
“제가 아니라, 팰런 국장님께서 그러시더군요. 당신이 위자드 갓이라는 호칭에 걸맞은 실력자라고요.”
“팰런, 역시 안목이 부족하군. 그 호칭에 어울릴 사람은 내가 아냐.”
노인은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딴 곳으로 새어버린 얘기를 다시 돌려놓기 위해 리즈가 입을 열었다.
“매일 아침 ‘그’가 공원에 나온다더군요. 내일부터 조깅하는 척 지켜보려고요.”
흐리멍덩하던 노인의 눈이 갑자기 빛났다.
“좀 꽉 끼는 옷으로 입고 나가. 특히 상체의 굴곡을 어필할 수 있는 걸로.”
“그런 쓸데없는 의견은 기각하겠습니다.”
리즈는 징그러운 벌레를 보듯이 노인을 쳐다보았다. 노인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강경히 주장을 펼쳐나갔다.
“아니, 이건 매우 중요한 일이야. 작전의 성공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알잖아? 심리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남자의 마음은 남자가 잘 아는 법이지.”
전혀 설득력 없다고 말하는 리즈의 눈빛을 무시하고, 노인은 기지개를 켜면서 능청을 떨었다.
“모처럼 왔는데 이런 꼴이어서야 온천욕도 못 즐기겠네. 가능한 빨리 끝내고 가자. 길게 있어 봤자 의심만 살뿐이니까.”
남자는 오늘도 공원에 나와 똑같은 벤치에 앉았다.
최근 그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보기만 해도 냄새가 날 것 같던 버버리 코트가 원래 색을 되찾았고, 안에는 구김 없이 다려진 새하얀 셔츠를 입었다. 물 빠진 청바지 대신 입은 연갈색 면바지는 잘 다려져 각이 잡혀 있었고, 굽어 있던 허리도 옷차림만큼 바르게 펴졌다. 입가와 턱을 덥수룩하게 덮고 있던 수염이 사라졌고, 비뚤비뚤 제멋대로 헝클어져 있던 머리카락은 단정하게 뒤로 묶여 있었다.
오랜 폐인 생활이 얼굴에 남긴 초췌함은 아직 회복하지 못했으나, 이 정도 변화만으로도 말끔한 원판이 드러나 한결 인물이 살아났다. 마을의 골칫덩이로 경멸 어린 눈초리를 받던 그가 지금은 기구한 사연을 가진 명문가의 자제처럼 보였다.
변화한 그의 모습은 좀처럼 화젯거리가 드문 산골마을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공원에 나온 엄마들은 몰래 그를 힐끔거리며 즐거운 상상을 주고받았다. 이렇듯 180도 변한 이성들의 관심을 소 닭 보듯 하며, 그는 잔뜩 기대에 부푼 눈을 하고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마침내 그가 기다리던 학이 모습을 드러냈다. 금발머리와 하얀 피부의 그녀가 공원에 나와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검은 스포츠 탑과 레깅스를 입고 있어서 아름다운 몸의 곡선이 다 드러났다.
남자는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쓰며 조심스레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눈에 담았다.
스트레칭을 마친 그녀가 마침내 조깅을 시작했다. 그녀는 남자의 앞을 지나면서 인사를 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남자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 인사를 받았지만, 사실은 떨려서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만 같았다. 사람 미소가 저토록 눈부실 수 있을까. 흐르는 땀마저 상쾌해 보였다.
그녀의 존재는 남자에게 잃어버렸던 삶의 의미로 다가왔다. 그녀가 공원에 나오면서부터 남자는 매일 부적처럼 들고 다니던 수통도 더 이상 들고 다니지 않았다. 관광객인 그녀가 과연 얼마나 오래 머물는지. 남자는 부디 그녀와 같이 온 노인의 요양이 길어지기를 빌었다.
그는 여자에게 당당히 손을 뻗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가 서러웠다. 발목에 차고 있는 발찌가 지금만큼 원망스러운 적이 없었다. 남자는 모른 척 옆에 앉아 자신을 감시하고 있는 비밀요원을 몰래 노려보았다. 절망과 분노, 허탈함이 느껴졌다. 그는 달려 나가는 여자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아이스크림을 할짝이는 아이처럼 결국에는 사라지고 말 기쁨을 가능한 오래 간직하려 애썼다.
여자는 그새 공원을 한 번 다 돌고 두 번째 바퀴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남자가 앉은 벤치 바로 앞에서 잘 달리던 그녀가 갑자기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어머!”
“아, 괜찮으세요?”
“어머, 죄송해요.”
재수 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고, 재수 있는 놈은 넘어져도 돈을 줍는다던가. 하필 그녀가 옆에 앉은 그놈에게 안기다니.
남자는 한탄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기왕 넘어뜨릴 거 좀 내 앞에서 넘어지게 하면 어디가 덧나나? 내심 좋은 듯 히죽거리고 있는 놈을 향해 남자는 속으로 저주를 퍼부었다.
‘확 고꾸라져서 혀나 깨물어라!’
그 순간, 저주가 통했는지 놈이 흰자를 보이며 쓰러졌다.
“어머? 저기요, 괜찮아요?”
여자는 이런 상황에 놀라지도 않고 침착하게 놈의 뺨을 몇 번 때렸다. 의식을 잃은 게 확실해 보이자 그녀는 놈을 벤치에 밀쳐두더니, 어리둥절해하고 있는 남자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미스터 캠벨(Mr. Campbell). 구하러 왔습니다.”
그녀는 빠르게 몸을 일으키며 남자에게 손을 뻗었다.
“어서, 저와 함께 가시죠.”
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전혀 알지 못함에도, 그의 눈에는 그녀가 구원의 천사처럼 보였다. 남자는 고민할 것도 없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뭐든 지금보단 낫겠지 하고 그는 생각했다. 설령 이것이 악마가 파놓은 함정이라고 해도, 평생 감시를 받으며 언제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당할지 모르는 두려움에 떨며 사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남자는 여자의 손을 잡고 달렸다. 그들 앞으로 회색 지프가 달려와 섰다. 지프 운전석에는 다리를 절던 노인이 있었다.
“교대해!”
고령의 환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날렵한 움직임으로 노인은 운전석에서 물러나 뒷좌석에 가 앉았다. 여자는 남자를 뒷좌석에 태우고 운전석에 올라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남자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대한 걱정보다, 그녀와 나란히 앉지 못했다는 것이 그저 아쉬울 따름이었다.
애처로운 눈으로 아름다운 그녀의 뒤통수를 바라보고 있는데, 노인이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여어, 친구.”
초면임에도 살갑게 구는 태도와 노인치고는 젊은 목소리가 남자는 왠지 떨떠름했다. 노인이 발로 남자의 발목을 가볍게 쳤다.
“여기 위치 추적기가 붙어 있을 텐데, 좀 보여주지 않겠나?”
남자는 노인이 시키는 대로 발을 의자에 올리고 바지를 걷어 올렸다. 금속 발찌를 본 노인은 혀를 끌끌 찼다.
“이거야 원, 참 튼튼한 걸로 달아놨네.”
“어쩔 거예요?”
뒤따라온 추적자를 피하느라 여자의 운전이 험해졌고, 차가 심하게 덜컹거렸다. 노인은 눈살을 찌푸리고는 한 손으로는 손잡이를 잡고 다른 손은 코트 안에 넣으며 외쳤다.
“잠깐만 운전 살살할 수 있어?”
“예?”
“안 그러면 이 녀석 발목이,”
노인의 품에서 나온 권총 총구가 남자의 발찌로 향했다.
“날아갈지도 모르니깐.”
놀란 남자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노인은 빠르고 정확하게 발찌에 달린 센서에 총알을 박았다. 파직하는 소리와 함께 스파크가 일고, 센서의 불이 꺼졌다. 남자는 다리로 전해지는 충격을 느끼며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노인이 총을 다시 품 속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뭐야, 너무 심약하지 않아? 내 손녀 사윗감으로는 좀 그렇네.”
“위험하게 무슨 짓이에요! 그러다가 죽이면 어쩌려고요?!”
“뭐 어때? 안 죽었으면 됐지. 덕분에 마취제 하나 아꼈잖아.”
노인은 태평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그리고 이 정도에 죽을 거였으면 이 자식은 진작에 죽었어.”
그날은 분명 평소와 다름없는, 평온한 날이었다.
탕! 탕!
“꺄악!”
“사, 살려!”
조용한 연구소에 총성과 비명이 울려 퍼지기 전까지는.
남자는 연구실 책상 밑에 몸을 움츠리고 숨어 있었다. 총소리가 점점 가까워졌고, 그의 얼굴과 엉덩이가 축축이 젖어들었다.
쾅! 연구실 문이 열리고, 거친 발걸음이 그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히익..!”
저벅저벅저벅. 죽음의 카운트다운 같은 발소리가 바로 옆까지 왔다.
남자는 눈을 꼭 감고서 그저 고통 없이 죽을 수 있기만을 빌었다. 그런데 침입자는 그 자리에 가만히 있을 뿐,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남자는 살며시 눈을 뜨고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벤!”
거기엔 남자의 동료 벤이 넋이 나간 얼굴을 하고 서있었다. 남자는 책상 밑에서 튀어나와 벤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괜찮아?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벤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 듀이(Dui)가 배신했어. 외부에 우리 일을 전부 폭로했대. ‘파더(Father)’는 증거를 없애기 위해 우리 모두를 학살하라고 명령을 내렸고.”
“뭐어..?”
“다 죽었어. 살아남은 건 너와 나, 둘 뿐이야.”
힘이 빠진 남자의 손이 털썩 밑으로 떨어졌다.
“그럴 수가... 그럼, 그럼 듀이는?”
“죽였어. 내 손으로.”
벤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벤의 무겁고 차가운 목소리. 남자는 몸을 덜덜 떨었다. 아무리 배신했다지만 자신의 반쪽이나 다름없는 듀이를 제 손으로 죽이다니.
“내가 듀이의 일까지 이어갈 거야. 녀석이 어둠이었다면 나는 그걸 뛰어넘는 암흑, ‘아비스’가 되어 주겠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 벤의 모습에 남자는 큰 위화감과 거부감을 느꼈다. 그러나 달리 방도가 있었겠나 하는 생각에,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은 곧 측은함으로 바뀌었다.
“너는 여기서 빠져나가서 멀리 도망쳐. 상황이 잠잠해지면 다시 연락할게.”
벤은 남자의 어깨를 꼭 붙잡고 다시 한번 당부하듯이 말했다.
“죽지 말고, 꼭 살아남아.”
남자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헉, 헉...”
무사히 빠져나온 남자는 멀리서 불타고 있는 연구소를 돌아보며 눈물지었다. 그는 잡히지 않도록 열심히 도망쳤다. 그러나 얼마 못 가서 FBI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외부에 발각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는 어릴 적부터 지겹도록 훈련받았었다. 품에 있는 맹독을 꺼내 입에 넣는 걸 사탕을 먹으며 연습해 왔다.
FBI에게 발각되고 잡힐 때까지 그에겐 자결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 그러나 남자는 죽지 않고 순순히 잡혔다.
“살려주세요! 뭐든 다 할 테니, 제발!”
“이름은?”
“캠벨, 캠벨입니다!”
“캠벨? ‘프로젝트 헤븐(Project Heaven)’의 일원이군. ‘베네딕트(Benedict)’는 아직 살아 있나?”
“예, 그럼요! 벤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요. 절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만 한다면 알려드릴게요. 제발...”
그저 살아남으라는 벤의 말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남자는 그 이후로도 수없이 되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