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는 없는데, 방향은 필요했던 시기
성과는 없었다.
적어도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기준에서의 성과는 없었다. 조회수, 수익, 눈에 띄는 결과 같은 것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은 아니었다. 글은 계속 쓰고 있었고, 생각도 멈추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문제는 그 모든 움직임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나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었고, 무엇을 써야 할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다만 ‘잘 쓰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여기저기 글을 써왔다. 블로그를 만들고, 일상을 적고, 감정을 풀어놓았다. 글은 쌓였지만 이상하게도 쓰고 나면 늘 비슷한 공백이 남았다. 잘 썼는지 못 썼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이 글이 내 삶의 어느 자리에 놓이는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취미인지, 기록인지, 아니면 앞으로를 향한 과정인지.
어느 쪽이라고 단정하기엔 모두 어중간했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는 분명 의미가 있었지만, 그 의미가 축적되고 있다는 감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불안은 점점 글의 내용이 아니라, 글의 위치에서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이 질문은 점점 더 자주 떠올랐다. 글을 안 쓰는 날보다 쓰는 날에, 그 질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계속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도, 방향이 보이지 않는 상태. 멈추자니 아까웠고, 계속 가자니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필요했던 건 더 잘 쓰는 방법이 아니라, 지금 이 시간이 어디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기준이었다.
성과가 없다는 사실보다 더 불안했던 건, 이 시간이 흘러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감각이었다. 아무 이름도 붙이지 못한 채 지나간 시간은 쉽게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든다. 의미 없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의미 있다고 말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한 상태. 그 애매함이 나를 계속 흔들었다.
그래서 그 시기에 내가 필요로 했던 건 결과가 아니었다. 방향이었다.
지금 하고 있는 선택들이 서로 어긋나 있지는 않은지, 최소한 나 자신에게는 설명 가능한 흐름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잘하고 있는지보다, 잘못 가고 있지는 않은지를 먼저 알고 싶었다. 성과는 아직 없더라도, 방향만큼은 잃지 않고 싶었다.
돌이켜보면 그 시기는 무언가를 더 이루기 위한 준비라기보다, 흩어지지 않기 위해 애쓰던 시간에 가까웠다.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 그래서 브랜딩이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필요해졌다. 거창한 전략이 아니라, 나를 붙잡아 둘 최소한의 언어로서.
이 글은 바로 그때의 이야기다.
성과는 없었지만, 방향은 절실했던 시기.
아직 무엇이 될지는 몰랐지만, 적어도 무엇이 되고 싶지 않은지는 분명해지기 시작했던 순간에 대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