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으로 움직이는 리듬
나는 브랜딩이라는 말에 늘 부담을 느껴왔다.
정확히 말하면, 나를 설명하기 위해 어떤 틀을 먼저 씌우는 방식이 불편했다. 브랜딩은 보통 명확해야 하고, 한눈에 보여야 하며, 반복 가능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내 삶은 그 기준에 잘 맞지 않았다. 나는 늘 조금 늦게 이해했고, 한 번에 정리되지 않았으며,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다시 꺼내야 겨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한동안은 브랜딩을 미뤄두었다.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하지만 쓰다 보니 알게 되었다. 내가 미뤄온 건 브랜딩이 아니라, 나 자신을 하나의 방식으로 고정하는 일이었다는 걸. 나는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라, 완성이라는 말을 쉽게 믿지 못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같은 질문을 반복해 왔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는가.
나는 왜 쉽게 실행하지 못하는가.
이 질문들은 해결되기보다 쌓였고, 사라지기보다 형태를 바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질문들이 반복될수록, 나라는 사람의 윤곽은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는 정답을 빨리 찾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오래 붙들 수 있는 사람이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할 수 있는 것부터 작게 실행하라고.
환경을 정리하고, 루틴을 만들고, 기준을 세우라고.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방식이 모두에게 동일하게 작동하지는 않는다는 걸, 나는 여러 사람을 보며 알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환경이 갖춰져야 움직이고,
어떤 사람은 구조가 먼저 세워져야 안정감을 느낀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생각과 감정이 충분히 정리되어야 비로소 몸이 반응한다.
나는 마지막 쪽에 가까웠다.
조건이 완벽해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납득되어야 움직이는 사람. 그래서 실행이 느렸고, 대신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오래갔다. 예전에는 이 특성이 단점처럼 느껴졌다. 정해진 방식이 중심이던 시절에는, 이런 리듬이 능력으로 불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이 감각의 자리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이제는 정답을 알려주는 역할보다, 질문을 정리해 주는 역할이 더 필요해졌다. 정보는 넘치지만, 생각은 쉽게 막힌다. 무엇을 묻고 있는지도 모른 채 서 있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내가 해오던 일과 글쓰기는 늘 그 흐름에 닿아 있었다.
답을 주기보다는 질문을 정리하고, 감정을 먼저 살피고, 생각이 멈춘 지점을 함께 바라보는 방식. 빠르지는 않지만, 오래 남는 방식이었다. 나는 그것을 전략으로 삼은 적은 없었다. 다만 나라는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었을 뿐이다.
그래서 지금에 와서야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내 브랜딩은 나를 돋보이게 만드는 포장이 아니라, 내가 실제로 작동해 온 방식에 대한 정리라고. 모든 사람에게 맞는 방법은 아니지만, 생각이 많은 사람에게는 분명히 필요한 구조일 것이다.
나는 스스로를 증명하려고 브랜딩을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내가 어떤 리듬으로 살아왔는지, 무엇을 반복해 왔는지, 어디에서 계속 쉼표를 찍거나 마침표를 찍고 다시 시작했는지 남기기로 했다. 정리되지 않았던 질문들, 쉽게 실행되지 않았던 선택들, 그럼에도 계속 이어온 기록들.
완성보다는 지속에 가까운 방식으로, 정해진 답보다는 계속 작동하는 질문을 이어가며, 나는 그렇게 나를 찾아가고 있다. 그것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지금의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