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인문학 33 : 섬 사이의 다리

by 수안

우리는 이미 서로 연결된 존재라고 한다. 과학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생태계의 순환, 보이지 않는 미생물과의 공생, 그리고 우주에서 온 물질로 이루어진 인간의 몸.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미 거대한 연결망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그 사실은 쉽게 와닿지 않는다. 각자의 생각과 감정 속에 머물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연결은 되어 있고 미세한 영향을 이미 주고받고 있는 상태지만 그 연결의 방식과 강도에 따라 주고받는 영향력은 다르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늘 각자의 삶 속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너무 느슨한 연결은 사람들을 마치 홀로 떨어진 하나의 섬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현대 사회는 더욱 그렇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개개인의 삶에 집중하며 살아간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일상에서는 거의 느끼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가끔 그 연결이 분명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아마 살아가는 일은 각자의 섬에서 시작해 어딘가로 조심스럽게 다리를 놓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다리가 놓이는 순간 우리는 잠깐 알게 된다.

우리가 생각보다 훨씬 더 깊게 연결된 존재라는 사실을.

말 한마디나 어떤 행동 하나가 유독 눈에 띄는 다리를 놓기도 한다. 그 다리가 놓아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은 잠시 안도하게 된다. 쉽게 연결되는 새로운 길 하나쯤이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감각 속에서 다시금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이미 연결된 존재였구나.

연결은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것이 드러나는 순간인지도 모른다.

언어는 과연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감정의 몇 분의 일이나 표현해 낼 수 있을까. 언어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그런데도 사람은 언어를 통해 서로 공명한다. 단순히 언어 자체라기보다 그 사람만의 감성이 담긴 표현 속에서 어떤 깊은 울림을 느끼기도 한다.

물론 모든 연결이 같은 강도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늘 서로에게 미세한 영향을 주고받지만 그 영향의 밀도와 깊이는 모두 다르다.

스쳐 지나가는 만남도 있고

오래 여운을 남기는 순간도 있다.

그래서 사람은 때때로 우연을 의미로 읽는다.


우리는 각자의 섬처럼 살아가지만 완전히 고립된 존재는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아무리 외롭고 힘들어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연결 속에서 헤맬 때도 있지만 이미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가끔 그 사실이 확실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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