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말들은 처음 들었을 때 불편하다. 굳이 다시 보고 싶지 않은 느낌.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그걸 그냥 넘기지 못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 불편함이 계속 남았다. 머릿속 어딘가에 걸린 것처럼, 자꾸 다시 떠올랐다.
처음에는 그걸 단어로만 봤다. 강하게 느껴졌고, 거칠게 느껴졌다. 그래서 불편했다. 그게 전부인 줄 알았다. 불편함은 보통 그렇게 정리되니까. 이해하지 못하면 밀어내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나는 그 단어를 다시 보고 있었다. 같은 글이었는데, 다른 식으로 읽고 있었다. 이해하려고 애쓴 것도 아닌데, 이미 다르게 반응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 단어를 마주할 때 느껴지는 감정이 달라져 있었다.
나는 그걸 사전적 뜻 그대로 읽었고, 다른 누군가는 그것을 어떤 사람이 특정 상황에서 느끼는 어떤 감정의 상태로 해석하고 있었다. 그 차이를 처음에는 몰랐다. 아니, 알고 싶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불편한 건 보통 밀어내면 되니까. 굳이 오래 붙잡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그걸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다. 불편함을 그대로 두고, 한 번 더 들여다보는 일. 그게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생각보다 쉽게 끝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불편함보다 질문이 먼저 떠올랐다. 왜 이렇게 느껴질까. 왜 나는 이걸 거부하고 있을까. 이건 정말 거부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걸까.
그리고 그 질문은 다른 곳으로 이어졌다. 인간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고, 또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너무 한쪽 방향만 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어떤 이야기들은 인간의 어두운 면을 확대해서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걸 부정할 수는 없다. 그들은 스스로가 그렇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다. 그들의 그런 관점은 오히려 너무 선명해서, 외면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그 반대편은 어디에 있을까. 같은 사람 안에, 전혀 다른 방향도 동시에 함께 존재할 수 있을까.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순간 변덕스러워지고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 사이에서 그 답을 조금씩 보게 되었다. 어떤 것은 음악으로, 어떤 것은 그림으로, 어떤 것은 말로. 방식은 달랐지만, 어느새 비슷한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인간을 소비하지 않고, 이해하려는 방향. 무언가를 없애려 하기보다, 들여다보려는 태도. 판단하기보다, 질문을 남기는 방식.
그걸 보고 있으면서, 나도 모르게 따라가고 있었던 것 같다. 배우려고 했던 것도 아닌데, 이미 비슷한 방식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나 자신도 조금씩 다르게 보게 되었다. 좋아하는 마음은 그대로인데, 예전처럼 그 안에 들어가 있지는 않았다. 가까워질 수 있는 순간에도 조금 물러나 있었고, 선택할 수 있었다.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하고, 받아들일 것은 스스로 고를 수 있었다. 예전에는 그게 어렵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었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되는 상태.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걸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관계의 온도도 달라졌다.
돌이켜보면 나는 변하려고 애쓴 것이 아니라, 이미 변하고 있었던 것 같다. 불편함을 견디는 사이에, 조금씩. 그 시간을 지나오면서, 나도 모르게 기준이 바뀌어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더 이상 깊어지기 위해 무거워지지 않아도 된다고. 억지로 끌고 들어가지 않아도, 충분히 닿을 수 있다고.
마음은 가볍게 두고, 생각은 그보다 조금 더 깊이 가보는 것. 그 정도의 거리에서, 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해한다고 해서, 모든 감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