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생각보다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사랑해야 한다는 말은 익숙한데,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또 다른 문제처럼 느껴진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모습대로만 살고 있지 않다. 알고 있는 방향이 있는데도, 그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때로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어딘가 어색해지고, 나 같지 않다.
이건 내가 아니라고 거부하고 싶은데, 또 분명히 나이기도 하니까.
얼마 전, 단순한 음식 이야기를 들었다. 재료가 많아질수록 더 풍부해져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무엇을 먹고 있는지 잘 느껴지지 않는 순간이 있다는 말.
그때는 그냥 들었는데, 나중에야 생각이 이어진다.
최근에 들은 노래도 비슷했다.
처음에는 담백하고, 어딘가 비어 있는 느낌이었다. 강하게 끌어당기지도 않고, 대단하게 특별히 남는 부분도 없다.
그런데 계속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계속 흘러가고,
계속 이어진다.
그때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무언가 부족한 게 아니라, 내가 익숙한 방식이 아니었을 뿐이라는 것.
나는 내가 생각하는 방식으로만 나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끌려가고, 때로는 멈추고, 때로는 다시 돌아온다. 일정하지 않고, 깔끔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 헷갈린다.
이걸 나아가고 있다고 말해도 되는 건지, 아니면 그냥 흘러가고 있는 건지.
어쩌면 나는 아직도 어떤 기준을 붙잡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 정도는 지켜야 한다는 선, 이 정도는 나여야 한다는 생각. 그런데 현실은 그 기준과 자꾸 어긋난다.
그래서 더 받아들이기 어렵다.
틀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서가 아니라, 기준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살지 못하는 나를 보게 되기 때문에.
그런 순간들이 반복된다.
그런데도, 사람은 혼자만의 기준으로만 살아가지 않는다. 서로를 보며 영향을 받고, 모르는 사이에 닮아간다.
각자의 방식으로 움직이면서도, 어느 순간 비슷한 결로 이어지는 순간들이 있다. 누구 하나를 따라가는 것도 아닌데,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어 있는 상태.
너는 나고, 나는 너인 것처럼.
그래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나를 있는 그대로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리고 내가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 또한, 다시 나에게 돌아오고 있다는 것.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채로, 그래도 그냥 두고 있는 나.
그런 나를 누군가는 괜찮다고, 때로는 전혀 예상치 못하게 멋지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나 또한 그런 시선으로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다르게 느껴진다.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기는 여전히 어렵지만,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
그래서 나는 아직,
그걸 사랑이라고 말해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누군가는 나를 따뜻하게 보고 있다는 걸, 문득 알아차리게 되는 순간이 있다.
나도 그렇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