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은 생각이 먼저 멀리 나간다. 해야 할 말들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이어지고, 평소에는 스쳐 지나가던 것들까지 눈에 들어온다. 주변의 기척이나 분위기가 유난히 가까이 다가오면서, 평소보다 많은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데 몸은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문다. 움직임은 더디고, 반응은 늦게 따라온다. 같은 시간 안에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흐름을 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럴 때 사람은 쉽게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왜 이렇게 집중이 흐트러질까, 왜 이렇게 늘어지는 걸까. 앞서가는 생각에 몸이 맞춰지지 않는 이 상태를 어딘가 잘못된 것으로 여기게 된다. 괜히 게을러지는 것 같고, 점점 뒤처지는 건 아닐까 하는 기분도 스친다. 그 마음이 쌓이면, 머릿속 생각들 중 정작 실행에 옮긴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괜히 미안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것은 균형이 깨진 것이 아니라 두 감각이 잠시 간격을 두고 있는 순간에 가깝다. 생각은 이미 많은 것을 받아들이고 있고, 몸은 그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천천히 조율 중인 것이다. 그래서 이 간격은 틀린 것이 아니라 과정에 가깝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한꺼번에 말로 꺼내려할 때 오히려 말문이 막혀버리는 순간, 그때의 감정과도 닮아 있다.
예전에는 이 틈을 빨리 메우려고 했다. 흐트러진 것을 정리하고, 어긋난 것을 다시 맞추려 애썼다. 괜히 몸을 더 움직여 보기도 하고, 집중하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 어색해졌다. 맞추려는 힘이 오히려 흐름을 더 흐트러뜨렸기 때문이다. 억지로 끌어올린 집중은 오래가지 않았고, 오히려 더 쉽게 지쳐버리곤 했다. 결국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로 내려앉기도 했다. 차라리 그럴 때는 쉬는 편이 낫지만, 정작 스스로에게 그 휴식을 허락하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바라보려고 한다. 생각이 앞서간 날에는 몸이 따라올 시간을 주고,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 날에는 그 무게를 억지로 밀어내지 않으려 한다. 지금 이 상태를 하나의 과정으로 두어보는 것이다. 긴 호흡으로 견디다 보면 마음이 조금 느슨해지고, 그 사이로 서서히 숨통이 트인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두면 어느 순간 다시 이어진다. 서로 다른 방향을 보던 것들이 조용히 같은 흐름을 찾아간다. 우리는 늘 하나로 정확히 맞물린 채 살아가진 않는다. 때로는 생각이 앞서고, 때로는 몸이 먼저 멈춘다. 그 사이에 생기는 거리 속에서 비로소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알아차리게 된다. 그리고 그 알아차림이 다시 나를 현재로 데려온다.
그래서 이 어긋남을 애써 고치려 하지 않기로 했다.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은 아니니까. 조금 멀리 떨어져 있어도 괜찮다. 약간의 불안감을 지나며 그 거리가 다시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