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것을 보고 있었을까
우리는 많은 것을 보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익숙하다는 이유로, 제대로 보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보고 있다는 감각과 제대로 보고 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쉽게 겹쳐지지 않는다.
며칠 전, 헤어숍에 앉아 있었다. 머리를 다듬는 동안 디자이너가 문득 말을 꺼냈다. 요즘 꽃이 많이 피었다고, 출근길에 민들레 옆에 크기가 비슷한 보라색 꽃 하나가 나란히 피어 있었다고 했다. 눈에 확 띄는 꽃은 아니었지만, 호기심을 갖게 만들 정도로 기억에 남았다는 식으로 말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갑자기 그 꽃에 대해 궁금해졌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던 말인데, 민들레와 함께 눈길을 사로잡았다는 그 꽃의 형상을 머릿속에 어렴풋이 그리며 상상해 보았다.
그래서 물었다. 검색해 보셨냐고. 그녀는 이미 물어봤다고 했다. 그런데도 어떤 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고 했다. 나는 다시 물었다. 꽃잎이 몇 장이었냐고.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한 서너 장이었을 거라고,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아서 잘 모르는 듯했다.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나는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말이 쉽게 지나가지 않았다.
우리는 무언가를 보았다고 말하면서도, 얼마나 많은 순간을 대충 지나쳐왔을까. 그 꽃은 분명 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지는 않았고, 기억은 흐릿했고, 결국 이름도 알아내지 못했다. 보고 있다는 것과, 보고 남겨진다는 것은 다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뒤, 나는 그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이번에는 다른 사람에게. 지인은 그 꽃 이름을 바로 말해주지 않았다. 바로 떠올려지는 봄꽃이 없어서였을까. 대신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노란 민들레는 토종이 아니라는 것, 원래 우리 땅에서 자라던 민들레는 흰 꽃을 피운다는 것. 나는 몇 초 동안, 아무 말 없이 그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꽃 이름을 묻고 있었는데, 이야기는 어느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그럼 하얀 민들레는 어디서 볼 수 있냐고. 지인은 한 장소를 알려주었고,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걸 보러 거기까지 가야 하냐고. 가볍게 던진 말이었지만, 그 말은 이후로도 한동안 마음 한쪽에 자리 잡은 채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지금까지 눈에 잘 띄는 노란 꽃을 보며 그것이 당연한 모습이라고 믿어왔다. 그 옆에 피어 있던 작은 꽃들은 이름조차 모른 채 지나쳐왔고, 굳이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 왔다. 익숙하다는 이유로 의심하지 않았고, 눈에 덜 띈다는 이유로 자세히 보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다고 믿는 것만 확인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익숙함은 편안함을 주지만, 동시에 시선을 멈추게도 했다. 나는 그걸, 뒤늦게 알아차리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정말 제대로 보고 있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