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가 물려준 '가보'

사는 맛 레시피(기억의맛)

by 달삣

'타닥타닥'

잠결에 들리는 소리가 나서 밤 두 시에 잠이 버렸다.

마루에서 자고 있는 남편이 불도 안 키고 모기와 전자 모기 채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소리였다.불은켜면 모기는 귀신 같이 숨으니 어쩔수 없는 상황이었다.


'타다닥 타닥타다닥' 마치 따발총 소리같이 연달아 들려서 안방 문을 열고 눈을 비비며 나갔다.

"모기가 그렇게 많아"

"벌써 열 마리 째야 하길래"

"초파리 아니야? 무슨 모기가 그렇게 많을까?"

" 물린 것 봐봐 "하며 몸 전체에 벌건 곳을 보여준다.

"날 밝으면 집안 전체에 모기향 피어서 소독을 해야겠구먼" 하고는 안방으로 돌아와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남편은 모기 때문에 거의 잠을 못 자서 눈이 충혈된 것 같았다.


모기향은 인체에 좋지 않다고 해서 잘 쓰지 않는데 소독용으로는 좋은 것 같다.


다음날 아침 식구들이 다 나가고 모기향을 피워 사방을 문 닫고 베란다 의자에 앉아 저 건 너 숲을 바라보니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생각이 났다.


돌아가시기 몇 해 전 더운 여름날 배낭에 모기향을 잔뜩 지고 오셨었다.

"올여름에도 모기가 극성 이라는데 너희 들 물리지 말라고 모기향 좀 가져왔다"


그 당시 인체에 유해하다고 하던 모기향 같아서 그냥 받아서 두었다.


인체에 유해하다고 하니 모기에게는 얼마나 치명적일까 생각하고 소독용으로만 쓰기로 했지만 여름에도 소독용으로만 한두번쓰니 써도 써도 줄지를 않는다.


모기향 이름은'가보'인데 정말 앞으로도 몇 년은 너끈이 써도 남을 양이니 우리 집 여름밤을 지켜줄 '가보'가 되었다. 자세히 보니 가보는 '가족 보호'의 줄임말이라고 쓰여있었다.


여름 모기향 피울 때마다 어머니 생각을 하니 꿈에도 나타나셨다. 하늘에선 안녕하신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 많은 양의 모기향을 가져오신 것도 다시 궁금해졌다. 어머니의 말씀인 " 너희들 물리지 말라 "하는 말이 기억이 났다.


모기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물리지 말자는 메시지를 주시려는 건가 인터넷 경품 낚시질에 보험사의 증정품에 물 리지 말고 곗돈 뜯기지 말고 엄한 사람에게 잘못 투자하는 돈에 주식에 물리지 말자.


싱거운 상상을 하다 보니 모기향 연기가 거실 가득해져서 문을 열고 환기를 시켰다.


연기가 다 빠져나가고 구석에 있는 모기까지 훈증으로 날려버렸으니까 모기가 많이 없어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 당신의 아들은 오늘 밤은 물리지 않고 꿀잠 잘 것 같아요"

그날 밤 남편은 전자 채를 든 돈키호테처럼 모기와 사투를 안 하고 푹 잤다고 했다.

돌아가신 분이 남기고 간 물건은 쓸 때마다 두고두고 생각이 난다. 단지 모기향 일지라도


더운 여름밤 모기에 안 물리게 조심하세요.

다이소에서 산 전자채가 품절되어서 몇 군데 돌아다녀서 샀는데 유용하게 쓰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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