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삣 Nov 13. 2020

소울푸드 할머니 만둣국과  정릉 산책

사는 맛 레시피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며  바람이 불 때마다 거리를 구른다.


모든 것들이 떠나가는 쓸쓸한 늦가을에 나도 어딘가 떠나야 할 것 같은 기분은 들었지만 딱히 갈만한 곳도 생각나지 않았고 오라는 곳도 없다.


이럴 때는 맛집 찿아나서는게 최고다.


일단 밖으로 나가기로 하고 남편과 함께 점심은 만둣국을 먹기로 했다.



만둣국은  따뜻하며 토닥토닥 마음을 위로해준다. 어릴  겨울 방학에 외갓집을 가면 외할머니와 외숙모는 만두를 자주 만들었는데 마루에  한가득한  만두 소쿠리의 향수도 있다.


 추운 날이면  알맞게 익은 김장김치를 잘게 썰어서 면포에 짜고 두부 돼지고기 부추 마늘 파를 넣어서 소를 만들고 밀가루를 반죽하여 주전자 뚜껑으로 찍어 밀어서 만두를 만들고 만둣국을 만들었다. 


겨울 외갓집에 가면 늘 맛있는 음식이 가득했다. 아랫목에는 청국장을 띄우고 난로에는 고구마를 굽고 다락에는 갱엿이 있었다. 밖은 추웠지만  할머니가 만든 뜨끈한 만둣국을 한 그릇을 먹으면 볼이 발 게지며 온몸이 끈거렸었다.


 외할머니는 돌아 가신지 오래됐지만 그런 비슷한 집을 찾았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 나온 집을 따라가다 보니 정릉'할머니 손만두'집이었다.

아리랑 시장 골목길을 따라 찾아갔더니 작은 집이 나오고 문을 여니 방에 앉은이 밥상이 세 개가 있었다. 벌써 한 팀이 왔있었고 우리는 꼽사리 껴서  옆자리에 앉았다. 정말 골방같이 작은 방이다.


요즘 날이 쌀쌀해지니 만둣국을 부쩍 먹으러 다녔었다. 해 먹어도 되지만 마땅한 김치도 다 떨어져 김장을 해야 해서 만두를 해 먹기가 좀 그랬고 무엇보다 남이 해준 음식이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11월이 되니 낙엽과 쓸쓸히  다 떨어지는 것들로 넘쳐난다. 꿈속에서 조차 사다리 내려가는 꿈이나 막다른 미로 같은 골목길을 걷는  꿈을 꾸다 보니 침울해지고 몸에는 오소소 한 기운마저 들었다.


이럴 때는 위로가 되는 따끈한 국물요리가 절실히 생각이 난다.

그중에 만둣국 만한 것이 있을까 싶다. 만두피가 감싸주는 모양 때문인 지는 모르지만 따뜻한 만두가 당겨서 서울에 맛집이라는 만두집을 하나씩 찾아 것이다. 그 중한 집이  이 집이다.


자리 잡고 만둣국을 시키고 있으니 조금 있다가 조용한 분위기의 할아버지 할머니 내외가 들어오셔서 마지막 상에 앉으셨다.


드디어 뜨끈한 만둣국 두 그릇이 나왔다.


국물을 떠먹으니 고깃국도 아니고 멸칫국도 아닌  맹물에 계란국 같은데 맛이 깔끔하니 시원했다. 만두를 하나 깨서 먹으니 어릴 적 외갓집에서 먹던 그 맛이 났다. 남편은 밥을 달래서 만두를 으깨어 먹으며"만둣국은 국물에 밥을 조금 말아야 제맛이지"하며 김치를 만둣국에 만 밥숟가락에 얻는다. 


옆에 할아버지는 만둣국 드시는 할머니를 챙기시는데 " 속에 따뜻한 게 들어가니 참 좋제"하며 할머니에게 말을 거신다. 할머니는 가만히 고개만 한번 끄덕일 뿐인데도 사이좋은 두 분의 삶이 보였다. 공간이 좁아서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되었던 것이다.


 그 말에 국물을 한 번 더 떠먹으니 몸속의 한기가 나가며 몸이 진짜 따뜻해졌다. 음식 먹을 때 더 맛있게 먹는 방법 중에 하나는 맛을 표현하면 그 말이 조미료처럼 감칠맛 나게 한다.  가끔은 남이 해주는 음식도 위로가 된다고 느끼는 간이다.


만둣국을 다 먹고 나서서 10분 거리에 있는 정릉을 향해 걸어갔다. 서울에 살면서도 정릉은 처음 가보는 건데 아직 붉은 단풍이 남아 있었다.


반대편 산책길에서는 머리에 흰 서릿발 내린 초로의 남자넷이 걸으면서 화음을 넣은 노래를 부르며 걸어온다."옛날에 금잔디 동산에~"아마 고등학교 시절 중창단 멤버 인듯해 보이는 동창같았다. 고등학교 시절 중창단이었던 남편은 꼭자기일 같은지" 뭐 저렇게까지 메조 알토 베이스 화음을 넣어 노래하며 걸을까 조용히 흐밍이나 하며 걷지 "하며 뻘쭘한 미소를 띠었지만 난 11월 숲에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가 참 듣기에 좋았다.


가을 햇볕에 배는 부르고 좋은 노래까지 들으니  오늘은 참 다행한 날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역시나 후식은 필요해서 22번

마을버스를 타고 돈암제일시장 안 '황해 떡집'에서 단 팥소가 들어간 찹쌀떡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쓸쓸함이 달달함으로 바뀌는  늦가을 어느 날이다.



이전 19화 포근한 만두의 맛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