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이게 무슨 발꼬랑 내야 "
남편이 주말에 주방에서 동파육을 만드는데 만능 간장을 넣는다는 걸 간장통이 비슷하여서 옆에 있는 조선간장을 넣어버렸다.
졸지에 간장 다리는 냄새가 소문보다 빠르게 주방 가득하게 넘쳐 온 집안이 짠내로 꽉 찼다.
" 만능 간장통 어떤 건지 물어보고 부었어야지 빨리 창문 열어서 냄새 빼야겠네" 하며 창문을 여니 겨울바람이 꽤 매섭다.
"이 사람아 간장을 잘 구분해서 담아 놔야지 이 양념 아까워 어떡해 "하며 버럭 한다.
어이가 없었다. 구분해서 담아놓은 걸 자기가 잘못 써놓고 무작정 화내고 보는 것 같았다. 무안해서 버럭 했다고 생각하고 싶다.
'키득키득'
남편은 동파육 간장 양념에 들어가는 팔각 정향 월계수 파 마늘이 어우러진 프라이팬 속 졸여진 조선간장을 개수대에 쏟아부었다.
'양념 아까비'
하지만 그렇다고 조선간장으로 하면 요리가 망칠게 뻔해서 과감하게 버린다.
" 험! 양념 다시 하면 되지 실은 향신료도 오래된 거라 아깝지 않아"
동파육은 돼지고기 오겹이나 삼겹살로 한다는데 집에 돼지고기 볼기살인 뒷다리가 있어서 그걸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물을 먼저 끓인다. 고기를 맛있게 먹기 위해 끓는 물에 돼지고기를 넣고 소주 생강 된장 약간 양파 마늘 파 월계수 잎을 넣어 끓였다.
잡내 제거한 돼지고기를 물기를 제거하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많이 넣어 마이야르 효과를 내기 위해 살짝 눌리듯 튀기고 다음 두 번째로 만능간장에 향신료를 넣어서 졸인다.
어느 정도 졸여지면 찜통에 넣어 무를 깔고 양배추 잎을 덮어 두 시간 반 정도를 찐다. 이 정도면 생활의 달인에 나가도 되지 않을까? 양파는 채 썰어서 물에 담가서 알싸하게 매운맛을 빼어 물기를 빼기 위해 체에 받혀 둔다.
고기가 푹쪄졌으면 약간 뜸을 들인 후 상차림을 한다. 청경채가 없었지만 양파로도 먹음직해 보였다.
세 시간 정성이 들어가니 돼지고기는 구워 먹는 삼겹살과는 다른 맛인 촉촉한 카스텔라의 느낌이 났다. 설탕 , 소주와 간장과 향신료의 맛이 감칠맛 나게 어우러진 맛이다. 치킨의 '겉바속촉'이 아닌 '겉 속촉 촉'의 맛이었다.
"이젠 동파육 요리는 경지에 올랐는데"하며 엄지 척을 해주니 남편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것 같다
몇 년 전 나와 남편은 고급 돼지고기 요리 인 동파 육속 향신료 팔각 정향 등을 사러 남대문 북창동 중식 재료상 일대를 돌아다녔다.
그때부터 남편은 꽤 많은 동파육을 만들었으나 맛이 일정하지 않고 고기가 타거나 너무 푹 삶아서 푸석 푸석하거나 짜거나 속이 익지 않아 돼지 피비린내가 날 때도 있었다.
'진정 음식 마루타 인가'먹을 때마다 느꼈었다.
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인 게 확실하다. 시도를 하니 언젠가는 요렇게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맛난 음식을 먹게 된 것이다.
오늘에서야 비로소 조화로운 간장 맛의 제대로 된 향기로운 동파육을 먹게 된 것이었다.
동파육이 맛있으니 동파육의 유래가 궁금해서 동파육을 최초로 만든 소동파에 대해 찾아보았다.
소동파는 본명이 소식이고 소동파는 호이다.
동파는 북송 인종 때 '독서가 만권에 달하여도 율은 읽지 않는다'. 하는 사상 초유의 필화사건으로 감옥에 갇힌다. 서예가 문장가 화가 미식가였지만 유배지에서 황무지를 개간하여 동파라 이름 짓고 스스로 동파 거사라 했다.
소동파가 항저우 자사로 있을 때 양쯔강이 범람하는 위기가 있었고 소동파가 군사와 백성들이 함께 제방을 쌓아서 위기를 극복하자 백성들이 감사의 표시로 돼지고기와 소홍주를 주었다.
그걸로 소동파가 개발한 동파육 요리를 만들어 백성들과 나눠먹었다는 이야기가 천년이 지나도 전설로 내려오는데 멋진 사람은 시대를 뛰어넘는다는 걸 느낀다.
소동파 시중에
동파라는 시가 있다
황폐한 밭 울퉁 불퉁하지만
높은 곳과 낮 은곳이 나름대로 쓰일 테니 낮고 습한 곳에는 볍씨를 심고 동쪽의 둔덕에는 밤 대추를 심으리라
형제애도 두터워서 동생 소철과 헤어져 돌아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시도 지었다.
높은 곳에 올라가
되돌아보니
언덕이 가로막혀
자네 모습은 안 보이고
두건만 흔들흔들
보이다 말다 하는구나
등불 아래 마주 누워 밤비
소리 들으며 옛날 얘기할 날이
언제 이려나
소동파는 힘든 현실에 순응하며 사는 긍정적 가치관이 보이고 사랑이 많은 시인임을 알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