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았던 옛날 달달 아이스커피

사는 맛 레시피

by 달삣

개울에 부초가 떠다니다 물속의 튀어나온 돌에 걸려 있다 더센 물살을 만나면 다시 떠내려 가듯이 힘든세월도 다지나가는게 세월이 유수 같다는 말이 공감이 된다.


봄에 새끼 낳아 기르던 나목 위에 까치집도 모진 풍파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앙상한 겨울나무 위에 잠시 쉬다가는 새들만 간간히 눈을 털고 날아간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지만 지나간 추억 속의 향만큼은 기억에 핀처럼 고정되어 있어서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내게도 잊을 수 없는 향이 있는데 어느 가을 오후의 창신동 골목 모퉁이에 있던 작은 카페의 옛날식 달달 아이스커피 향이 기억에 남아 있다.


그때부터 얼어 죽어도 아이스커피를 좋아한다는 얼죽아가 되었다. 커피는 식으면 더 커피 향이 강해지는데 여기에 적당량의 우유와 설탕 시럽의 조화가 맛있는 아이스커피를 결정한다.


몇 년 전 햇살 좋은 가을에 남편과 함께 서울의 골목길을 검색하다가 창신동을 가기로 했다.


보문동에 있는 깃대봉 냉면 집에서 냉면을 먹고 미생 건축학개론 시크린 가든 등 드라마의 무대가 된 창신동 언덕을 걷기로 했다.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다 보니 꽤 많은 오토바이가 원단을 싣고 동대문 시장과 창신동 봉제 공장을 왔다 갔다 하며 만든 옷을 실어 나르는 걸 볼 수가 있었다.


힘든 인생길이라도 먹고사는 길을 멈출 수 없다는 알 수가 있었다. 오토바이는 핑 핑 소리를 내며 창신동 고개를 오르내린다.


창신동은 예전 집들이어서 추억이 있는 1970년와 1980년대에 생활상이 남아 있었다. 간간히 길가에 내 다논 화분과 졸고 있는 길고양이가 정겹다.

집들은 계단이 많은데 그 골목을 지나 내려오니 시장으로 가는 길에 작은 커피집이 보였다. 주종목인 옛날 다방커피라고 쓰여있고 코너에 있어서 그런지 한 사람밖에 들어갈 수 있는 박스 속 같은 곳에서 한 아저씨가 커피를 만들고 있었다.


긴 의자와 음악도 흘러나와 잠시 쉬어가고픈 곳이었다.


"아이스커피 두 잔주세요 "하고는 밖에 내놓은 긴 나무 의자에 앉았는데 마침 스티비 원더의 I just you colled to say i love you가 노래가 흘러나온다. 노래 속 가사처럼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가을날이었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이웃들과 함께하고 달달한 아이스커피와 노래가 있고 하늘은 청명하고 가을 햇볕은 따뜻했다.


커피와 음악과 햇볕이 조화로워서 몸의 긴장을 풀고 하늘을 한참 쳐다본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 나도 남이 타 준 얼죽아 팬이 돼버려서 그 커피를 먹으러 몇 번을 가다가 잊어버렸다.


그런데 한겨울에 그 커피집이 그리워져 그곳을 찾아갔더니 그곳이 없어지고 옆집 슈퍼의 창고로 변해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근처를 둘러보니 그 커피집이 매장을 넓혀서 위쪽으로 옮긴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가게 옮기셨네요 "하고 두근대는 마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아저씨가 아니고 아주머니가 계셨다.


"네 저희 남편이 하던 가게인데 이젠 제가 맡아서 해요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남편은 전에 다니던 직장에 다시 들어갔어요 "하며 아이스커피를 만들어 주었는데 예전 맛이 아니고 뭔가 심심했다.


"맛이 어때요 남편이 탄게 더 맛있었죠?" 하고 물어보는데 "커피맛이다 렇죠"했지만 그때의 햇볕과 음악과 어우러진 맛과는 많이 달랐다. 그때는 주현미의 '정말 좋았네' 같은 맛이었다. 그 아이스커피맛은 지금 생각해도 변함없이 향기롭게 기억이 된다.


평범한 어느 햇살 좋은 날의 행복은 숨이 잘 쉬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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