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볕을 따라 걷다

사는 맛 레시피(걷는맛)

by 달삣



햇볕이 유난히 좋은 오후 신촌가는 버스 안 라디오에서 전영의 '어디쯤 가고 있을까' 노래가 흘러나왔다.'그 사람은 그 사람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 노랫속 그 란 헤어진 그 사람쯤 생각이 들었다.


다시는 못 만나는 사람 엇갈린 길을 가는 사람 그리운 사람을 생각나게 하는 오랜만에 듣는 노래다. 누군가 나를 그리워한다면 난 가을 햇볕을 따라 걷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가을볕이 좋아서 친정 엄마와 여동생 함께 단풍 구경하러 창경궁을 가기로 했다. 꽃피는 봄에 갔던 기억이 좋아 다시 가기로 한 것이다.


먼저 점심식사를 하려고 광화문 횟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엄마를 만나면 늘 고기나 회 종류를 먹는데 노인들 다리 근력 챙기는데 좋다고 하고 엄마도 단백질을 먹으면" 눈이 시원해져"하며 눈을 크게 뜬다.

엄마가 회를 먹으며 길 가다 넘어진 이야기를 했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며 앞으로 체중이 쏠리며 넘어지더라고"

여동생과 나는 한숨을 쉬며 깜짝 놀라 걱정 어린 눈으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요즘 걷지 않아서 그런지 다리에 가끔 힘이 풀려"

죄송한 마음뿐이었다. 우리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엄마는 "배가 고파서 그런 거야 신경들 쓰지 마라 회 먹으면 눈이 밝아질 거야 "하며 말을 돌렸다.


가을에 되니 식욕이 왕성 해진다. 무얼 먹어도 맛있다. 회와 맥주를 먹고 엄마 바람 쏘여 준다고 창경궁으로 택시를 타고 갔다. 매 월 마지막 수요일은 궁 입장료가 무료여서 그런지 가을 산책을 즐기러 나온 사람이 많았다.


단풍이 언제 졌는지 성질 급한

낙엽들이 슬슬 떨어지고 있었다. 통명전을 향해 걸어가는 엄마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였다."요즘에는 눈에 띄는 게 장례식장이야"해서 여동생이 엄마손을 잡고 걷는다.


다리에 힘이 많이 빠져서 느리게 가을 햇볕을 쬐고 걷는데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엄마의 뒷모습이었다.


경춘전에 앉아 통명전을 바라보고 세 모녀가 앉았다.


봄에 여기에 왔었는데 어느덧 가을이 된걸 보니 세월은 무심히 도 흐른다고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걷는 걸 좋아한다.


약간 캐릭터 스누피처럼 폐소 공포증이 있어서 한 곳에 오래 못 있고 오래 식당을 한 이 유로 경동시장에 안면이 있어서 그런지 매일 아침이면 집 근처 경동시장을 끄는 장바구니를 들고 한 바퀴 돈다.


하지만 여름 내내 장마와 태풍과 더위 때문에 걷기가 뜸해져서 그런지 몸이 축이 난 것이었다.


노인들은 근손실이 위험하기 때문에 단백질을 꾸준히 섭취해야 한다. 그래서 근력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라는 말이 있는가 싶다. 살아간다는 것은 꾸준히 걷는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걸어야 심장도 폐도 튼튼해지고 허벅지와 종아리도 튼 튼해지고 기분까지 좋아진다.


한참을 앉아있다가 호숫가를 걸어가는데

엄마가 "눈에 띄는 게 고양이와 물고기네" 하며 걸어가는 고양이와 잉어가 헤엄치는 바라봐서 "엄마 회 먹었는데 또 물고기 먹고 싶어"하며 여동생이 농담을 하니 엄마가 웃었다.


오랜만에 창경궁에 와보니 고양이가 많았다. 개냥이도 많아서 고양이의 매력인 도도함과 시크함이 없이 낯선 사람 곁에도 잘도 자는 고양이가 냐옹이의 매력이 떨어지는 순간이다."나도 모르겠당 걷는게 귀챦아 가을볕이 좋을뿐이당 냐옹"하고는 미동 않고 한가로이 자는 고양이 녀석이 ' 이 바닥이 내 바닥이다' 하는 것 같았다.이녀석은 그렇지만

난 이 순간 전영의 '어디쯤 가고 있을까' 노래의 대답을 한다면 엄마와 여동생과 '가을 햇볕을 걷고 있을 뿐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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