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에몽과 어머니

사는 맛 레시피

by 달삣


넥 플리스 영화 검색하다 스쳐 지나가는 도라에몽 미소에 끌려서 따라 그려 보았다.


어른도 인형이 필요한 것인지 걱정이 많을 때는 걱정인형이 내대신 걱정 해주고

내가 일머리를 필요로 할 때는 가슴에서 척척 기구를 꺼내어 처리하는 도라에몽이 끌렸다. 캐릭터 인형은 감정 아바타인 셈이다.


무엇보다 웃는 모습이 예뻐서 도라에몽 인형 하나 살까 하고 있었는데 손주 볼 나이에 인형을 산다는 것이 우스워 미루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봄 시어머니 기일날 납골묘에 갔다가 도라에몽 인형을 만났다.


돌아가신 지 몇 년 전일이다. 당뇨 고혈압과 약간의 치매기가 있던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년 봄날에 내가 허둥대며 된장 담글 때 마루 소파에 앉아서 봄 햇볕을 쬐고 계셨다.



마른 된장을 솔로 닦고 소금물에 띄우는 나의 일머리 없는걸 물끄러미 바라보고 계셨다. 아프시니 이전처럼 잔소리도 안 하셨다. 아프시기 전에는 집에 오면 냉장고 열어서 뭐 먹나 보고 집안 구석의 청소 상태를 확인하시고는 했었다.


" 어머니 추우시면 문 닫으세요"

"아니야 햇볕이 참 좋다"

하시며 집안 구석에 있는 시들어가는 작은 화분을 가지고 오셨다.


"이화 분도 햇볕 좀 쬐주자" 하던 그 말이 생각나서 이번 기일에 어머니 하얀 미소 닮은 화분을 사러 남대문 꽃시장에 갔다.


화분 하나 사 가지고 납골묘에 가서 어머니를 뵙는데 옆에 있는 묘에 시선이 갔다.


' 앗 도라에몽이다'


어린아이의 납골묘 밑에는 빨대 꽂힌 바나나우유 위에 얹힌 분홍 소시지와 도라에몽 인형이 여있었다.

방금 왔다 간 것 같은데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겠으나 부모 맘이 읽혀 맘이 안쓰러웠다. 놓아둔 것들은 아가가 좋아하던 것들 같다.


그 부모의 맘을 생각하니 마음이 짠해졌다.


뭐든지 척척 해결하는 도라에몽

웃지만 말고 그 아이의 엄마 마음을 위로해줄 장치는 없는 거니?


죽음은 나이가 많다고 먼저 가는 것도 아니고 아프다고 먼저 가는 것도 아니지만 어떤 사연의죽음이든 남겨진 사람에게는 가슴 아픈일이다.


어머니 닮은 화분을 놓고 나오면서도 도라에몽을 자꾸 되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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