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아이

살맛 레시피

by 달삣







청록색 수박과 방충망에 붙은 매미를 만난다면 여름이 깊어질 때로 깊어졌다고 생각이 든다.


한여름에 더위를 식혀줄 과일 중에 수박이 다.


집 아파트 초입 과일 가게에 얌전히 쌓아 놓은 수박 중에 짙은 여름 숲 닮은 놈을 냉큼 집어 한 덩이 사 오는 중이다.


두 손을 바꿔가며 '낑낑' 거리며 들고 오는데 수박이 사람 머리통만 한 크기라서 그런지 이것이 '사람의 효수라면?'하고 무서운 생각이 드니 갑자기 더 무겁게 느껴졌다.


사람의 머리 무게가 이럴까?


붉은 뇌수로 가득 찬 짙은 초록색 머리라니.... 집에 와서 김치 냉장고에 수박을 넣었더니 내 머리가 냉장고에 들어간 것처럼 시원하게 느껴졌다.


다음날 냉장고에서 써늘한 계곡물에 발 담근 느낌이든 시원해진 수박을 꺼냈다.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청록과 초록의 줄무늬가 조화로워서 수박 껍질만 보고 있어도 여름의 깊은 숲이 연상이 됐다.


자르려고 칼을 수박에 대었더니'쩍억'하고 기권하는 소리가 들린다.


모든 걸 포기하고 수박 자를 때마다 내놓는 소리 '쩍 쩍... 쩍' 소리가 왜 기권, 기권하는 소리로 들리는지는 모르지만 남에게 싫은 소리 잘못하는 나로서는 꽤 기분 좋은 소리다.


먹다 남은 수박을 비닐랩으로 싸면 세균이 번식하기 쉽다고 하니 수박은 정사각형 조각을 내서 밀폐 용기에 보관할 생각이다.


수박한통을 앉은자리에서 해치울 대가족이 몇 집이나 될까 싶다.


수박 주스로 수박화채로 수박 큐빅으로 해체가 되는 중이다.


밖에는 매미 소리가 한창이다.

'맴 맴 맴에엠....'


깊은 여름에 와닿은 느낌이 들었다.


곧 여름도 물러가고 한 겨울이 되면 이여름을 그리워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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