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났다.
옷장문을 열어보니 봄에 입을 만한 예쁜옷이 없다는 걸 알았다. 두꺼운 패딩과 몇 년 동안입은 얇은 패딩사이의 옷들이다.
그래서 몇 시간 동안 봄 아우터 하나 장만 하려고 인터넷 쇼핑몰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는 중이다.
요즘은 통 넓은 바지가 유행이고 숏 점퍼가 유행 인듯하다. 내 눈에도 그것이 예뻐 보이기도 하는데 아마 날씬한 모델들이 입어서 일게다.
인터넷 쇼핑몰을 뒤적이다 느낀 것은 너무 원색적인 옷들과 공주풍의 레이스 달린 옷들은 나와는 맞질 않는다는 걸 느꼈다.
몸매가 드러나는 곡선의 옷도 좋아하지 않는다. 이 옷차림은 INJP인 내향적인 성격과도 맞아떨어진다.
내가 좋아하는 옷들은 아웃 사이더의 옷차림처럼 튀지 않는 걸 선호한다.
주목받으면 어쩔 줄 모르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한 번씩은 주목을 받고는 한다.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큰 키와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는 어설픈 유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내 스타일은 청바지에 눈에 띄지 않는 무채색의 옷이거나 검은색 군청색 카키색등 점퍼 스타일의 옷 이 많다.
마치 영화 브로커에 나오는 잠복근무하는 여형사 배두나 패션이 아니던가
오죽하면 여동생은"언니 패션은 산속의 자연인 이거나 전투경찰의 옷 같다"라고 놀리기 조차 한다.
그럴 때마다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웃어 넘어가곤 했다.
내심 옷차림이 뭐가 중요해 대충 입고 쇼핑하는 그 시간에 미술전시를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양서를 읽는 편이 더 났다고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옷스타일은 중요하다. 그 사람을 말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올봄에는 왠지 내 옷 스타일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옷스타일을 생각하며 전반적 내 삶을 객관적으로 살펴본다는 것은 재밌는 일인 것 같다.
깜깜한 밤 차 안에 숨어서 컵라면이나 김밥을 먹으며 누군가를 쫓듯 여유롭지 못하게 산 것은 아니었는가?
이러다 한 번도 화려한 옷도 입지 못한체 무대에 나가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든다.
봄이 됐으니 과감하게 레이스 달린 공주풍의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할까 생각도 하지만 거리에서 마주치는 호피무늬의 옷이나 시베리아벌판을 누비는 퍼 가득한 모피를 보거나하면 보는 것부터 괴로운 나로서는 그런 옷을 입는다는 것은 힘들 것 같다.
반대로 화려한 옷을 좋아하는 이들이 보면 내 가 입은 옷을 이해 못 하겠지 하는 생각도 해본다.
과연 여러 해 동안 입어온 형사 옷스타일을 벗어날 수 있을까 하지만 옷이란 자고로 내가 입어서 편하고 신경 쓰이지 않아야 한 다
스타일이 맞지 않는 남이 준옷은 아무리 좋고 예쁜 옷이라도 이리저리 치이다가 헌 옷수거함으로 직행을 하는 게 말해주지 않는가!
주의에서는 내가 검소해서 옷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지 헌 옷 보따리를 자주 준다. 하지만 이제는 정중히 거절을 해야겠다. 옷은 나의 아바타가 아닌가 싶다.
그냥 이봄에도 글감 찾아 헤매는 형사스타일과 낯선 시장골목길에서 식료품 가득한 배낭을 지기에 쉬운 옷이나 마련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