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하세계에도 꽃 같은 바닐라 라테가 있다.

사는 맛 레시피

by 달삣


늘 낯선 골목길에 호기심이 있는 나로서는 MBC '놀면 뭐 하니?' 지난 토요일 방송을 보는 순간 가보고 싶은 곳이 생겼다.


예능 방송 '놀면 뭐 하니?' 길거리 간식 편에서 지하의 지하세계 국민대 앞골목이다. 사실 떡볶이 보다 지하 지형에 끌렸다.


허공의 높은 아파트에 살다 보면 침착하게 아래로 거닐고 싶을 때가 있다.



국민대 앞 정류장 밑으로 누가 이름을 붙였는지 재밌는 '지세인 지세' 지형이다. 계단이 꽤 깊다. 두 개의 계단길을 내려가야 한다.


내려가보니 위로는 내부순환로가 있고 움푹 파인곳 세모진 터에 몇 곳의 음식을 파는 가게가 있다는 게 신기했다.


눈에 띄지 않는 요새 같은 곳에 꽃이 피고 개와 고양이가 살고 삶의 터전들이 있으니 바위틈에 노란 민들레가 피어나는듯했다.


방송에 나온 '사발 떡볶이 집'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오전 열한 시쯤인데 벌써 테이블이 꽉 차있고 젊은 남자 주인은 방송 여파로 시달렸는지 피곤해 보였다. 역시 방송의 힘은 큰 것 같다. 출세하려면 방송타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방송을 탔으니 한동안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을 것이다.


어묵튀김떡볶이와 참치마요 주먹밥을 주문했는데 한참을 기다려서 먹었다. 맛은 그냥 평범한 맛인데 방송에서는 예능인들이 왜 그리 맛표현을 잘했던가 싶다. 재미를 위해서겠지 싶었다.


사람이 많아 오래 기다렸고 주먹밥은 설고 떡볶이는 양도 적었다. 주위 사람들은 연속으로 줄을 서며 맛있게 먹고 있었지만 내게는 기대감에 못 미치는 맛이었다.


개인적인 평가로 맛집은 아니고 좋게 표현하면 그냥 재밌는 길거리 음식이었다.


보상심리로 달달한 카페라테가 마시고 싶었다.


지하세계에도 분명히 커피집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음식점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커피집이 있지 그리고 대학교 앞 아닌가


지세를 한 바퀴 돌기 위해떡볶이 집을 나와 왼쪽으로 가니 굿당이 있고 반대편으로 가면 언더그라운드라는 카페가 있다.


카페에 들어서니 여주인은 레몬마들렌을 구워서 식히고 있었다. 지하세계 바닐라 카페라테를 주문했다.


라테의 맛은 먼저 먹은 개인적으로 맛없게 먹은 튀긴 어묵 떡볶이를 잠재우기에 딱 맞았다.


따뜻하고 부드러움의 실키한 거품 우유와 달달하면서 마지막에 커피 향이 한번 훅치고 들어온다.


지하세계에서 맛보는 카페라테는 맛있는 커피였다. 자칭 맛있는 커피 사냥꾼 아니던가

커피는 성공이었다.


카페라테 한잔을 종이컵에 들고 지하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걸어 다녔다.


벌써 봄꽃이 다지고 초록의 새싹들이 나무를 수놓고 있었다.


사람은 와글거리며 시끄러운 세상에 아무리 힘들어도 요런 단맛 때문에 사는 게 아닌가 싶었다.


달달구리 바닐라 까페라떼를 다 마시고 다시 정류장 계단으로 올라간다.


국민대에서 몇 정거장 더 가서 홍은동 옥천암이 있는 산에 올라서 반대편 인왕산을 바라보았다. 올봄 산불 때문에 한차례 곤욕을 치른 인왕산이다.


작년에 인왕산에서 길을 잃고 실족할뻔한 절벽의 한 지점을 바라보았다.


어려움도 지나가면'이 또한 지나 가리니'하며 옛이야기가 되듯이 아무리 지하로 내려가도 달달한 까페라떼는 있다고 생각해 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원더우먼을 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