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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양 냉면은 순하디 순한데

사는 맛 레시피

by 달삣

평양냉면은 순하디 순하다.

피 양 냉면이라 부르는 이도 있다.


여름이 다가오니 부쩍 면요리가 당기고 그중에서 육수가 시원한 평양냉면집을 찾게 된다.


평양냉면집에 가서 주문하고 냉면이 나오면 먼저 육수를 한 수저 떠먹는다. 내게는 그 순간이면 평냉 먹는 것에 반온것이다.



마치 한여름 매미우는 시골집 의 우물물을 두레박으로 퍼서 시원한 냉수를 들이켠 것처럼 갈증이 해소가 된다.


면에 약간의 식초를 쳐서 고기 편육과 한입 하면 입안이 순둥 순둥해지는 것 같다.


식초를 쳤다 해도 그다지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다.


그 순간은 모든 평양냉면집에서 있는 것은 아니며 그렇게 느끼는 집이 있다.

어느 집은 이름만 평냉 맛집이지 뻔한 장사 속 맛도 있다. 그래서 비교하며 평냉집을 돌게 되는 것이다.


처음 평양냉면을 먹은 것은 의정부 어느 냉면집인데 육수가 맹탕이어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었다.


그러나 어디든지 입맛 고수가 있는 법이니 맛고수 씨는

"평양냉면은 맛이 순해서 좋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에는 나는 냉면 하면 맵고 면발이 질긴 함흥냉면을 맛있게 먹던 때라서 맛고수 씨를 약간 맛의 허세가 있지 않나 생각을 했었다.


을지로 필동 신촌등에 있는 평양냉면맛집으로 여러 군데를 다녀도 쫄깃한 면발의 함흥냉면이나 매운 서울냉면이 훨씬 입맛에 맞았었다.


그런데 어느 날 피 양 냉면의 매력에 빠져 버린 어린이 대공원 근처의 맛집을 알게 되었다. 평양냉면 입문시기는 각자 입맛이 다르므로 선호하는 냉면집도 천차만별이다.


남북한의 교류가 호전 적일 때부터 평양냉면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나도 평양냉면맛집을 여러 집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 당시는 평양냉면으로 남북한 교류가 '나의 살던 고향'의 동요를 타고 남북곳곳에 흐르기도 했다.


지구상에서 같은 언어를 쓰며 같이 아파하며 헤쳐 나온 한민족임을 평양냉면을 먹으며 읊조리지 않았던가.


하지만 요즘에는 남북한 관계가 그렇게 고무적인 편이 아니다.


한동안 잠잠하던 북한이 또 뭔가를 서해 쪽으로 쏴서 오월 마지막날 아침에 경계경보 문자를 받고 깜짝 놀랐다.


다행히 오류정정 보도를 받고 안심이 되었지만 불안하기 짝이 없다.

한민족끼리 불안을 조성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제발 안보정세가 피 양 냉면의 면과육수처럼 순둥순둥 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초여름이 시작이 되니 평양냉면집의 슴슴하고 순둥한맛을 찾아 다시 순례를 떠나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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