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더위 탈출기

사는 맛레시피

by 달삣

'철커덕'

현관문 도어록에 불이 들어오지 않고 문이 열리지 않는다.

도어록이 오래되니 배터리 다되어감 알림 설정이 고장이 났나 보다. 난감해서 몇 번 문을 쾅쾅 치니 겨우 불이 들어오고 문을 열 수가 있었다.

이참에 도어록을 교체하기로 했다.

가만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뜨거운 8월이다.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에 도어록 설치기사분이 오기로 했는데 4시가 지나도록 오지 않으니 은근히 부아가 났다.

보통 이럴 때는 컨펌 전화를 주는데 그런 것도 없었다.

4시 20분 되니까 현관 벨이 울렸다.

보통 방문기사들이 집방문할 때 10분 전에 전화를 하던데 갑자기 벨을 누르니 편하게 입고 있던 옷을 대충 추스르고 문을 열었다.


노랗게 머리물을 들인 앳된 청년이 조끼를 입고 장비를 갖고 서있었다.


"약속시간이 많이 늦었네요" 하며 싫은 소리를 했다.


3시에서 4시 사이면 3시부터 기다리게 되기 때문이다.

차가 밀렸다고 변명을 하기에 늦는다고 전화를 해야 되는 게 예의가 아니냐고 받아쳤다.

노랑머리 청년은 무안한 지 아뭇소리 없이 그냥 기존 문도어록을 철거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위이잉 치이익'새 도어록을 끼워 맞추는 작업소리가 습한 팔월 오후더위와 맞물려 요란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더운 날씨에 젊은 사람이 일하는 게 안 돼 보여서 선풍기를 그 기사 코앞에 갖다 두었다. 그랬더니 그제야 한마디를 한다.


"괜쟎습니다. 얼음 조끼를 입어서요"


나는 잘못 알아듣고

"네? 얼음커피를 달라고요" 했다.


청년이 그 말이 웃겼는지 빙그레 웃었다.


이제까지 나름 카리스마를 발휘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수포로 돌아갔다.


작업이 끝나고 " 수고했는데 아이스커피 한잔 줄까요?" 했더니

"여름에는 커피보다 얼음물이 좋아요" 한다.


냉장고 속 얼음 생수 한 병을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하며 청년이 장비를 챙겨 들고 총총이 떠나갔다.


외부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얼음조끼가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한다길래 나도 냉동식품에 딸려오는 얼음팩을 냉동고에서 꺼냈다.

얼음팩을 손수건에 감싸서 얼굴에도 대보고 겨드랑이에도 끼고 허벅지에도 껴보니 몸이 훨씬 시원해졌다.


안팎 온도의 차이 때문에 감기에 잘 걸리는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어 간간이 불어오는 여름바람을 맞았다. 얼음을 끼고 있으니 덥지가 않았다.


갑자기 여름 동물원에 북극곰이 이해가 됐다.


"그래 너도 이 기분이었구나 훨씬 시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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