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심란할 때는 연필을 깎는다.

사는 맛 레시피

by 달삣

마음이 심란할 때는

나무 연필을 감싸 쥐고 연필을 깎으면 편해진다.


마치 핸드폰 충전기에 '푹'꽂혀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연필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아버지의 막내 동생이자 나에게는 막내삼촌이시다.


아버지는 죽는 날까지 자식들보다 막내 삼촌을 걱정했었다.

그 당시 삼촌은 직장도 잃고 이혼을 한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 남기고 가는 자식보다 삼촌을 걱정하는 아버지가 이해가 안 됐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하지만 지금은 이해되는 나이가 되었다.


나보다 두 살 많은 삼촌은 아버지에게는 자식과도 같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돌아가신 상태였기 때문이다.



어릴 때 막내 삼촌은 날 참 좋아했었다.

국민학교 저학년 때 어쩌다 시골을 가면 몽당연필을 모아서 주고는 했었다. 지금처럼 연필이 흔하지 않은 그 시절에 연필은 귀한 것이었을 텐데...

막내 삼촌은 국문과를 희망했지만 가난한 가정 형편상 가기 싫은 육사로 들어갔고 육사생도 때 휴가를 받아서

어쩌다 우리 집에 들르면

"너는 콩나물, 두부만 먹으며 행복해요.

하는 삶을 살지 말거라" 하셨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심란할 때 연필을 깎으면 나를 부자로 잘 살라고 축복해 준 막내삼촌이

생각이 난다.


지금도 마음에 평화가 없을 때 연필을 깎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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